‘야전캠프’ 윤석열 군단의 엔드게임

“제3지대 야인들 헤쳐모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이 뜨고 있다. 여론은 뜨겁다. 단숨에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에서 1위 자리로 복귀했다. 자의든 타의든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20대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현재 시점의 선두주자가 과거 대선에서 높은 확률로 대권을 잡았다는 점에서 여야는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김종인?
안철수?

정치권 내에서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내부에서는 4·7 보궐선거 이후 윤 전 총장의 의사를 타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원내에선 검찰 출신 현역 의원들(권영세·유상범·정점식) 등이 윤 전 총장과 개인적인 인연을 갖고 있다. 원외에선 20대 총선에 출마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전 특검 등이 조언 그룹으로 지목된다.

윤 전 총장의 합류는 국민의힘이 ‘파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윤 전 총장의 지지기반은 반문(반문재인)인 동시에 보수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으로 분석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반드시 섭렵해야 하는 지지층이다. 


당내에서는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까지 흘러나온다. 그의 지지율이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민심을 증명한 데다, 지지층 확장의 효과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을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대선 후보로 호평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복잡한 속내도 감지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윤 전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영은 하지만 영입할 단계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당’ 전략으로 보인다.

서초동 떠난 칼잡이 바로 여의도로?
정치권 잇단 ‘러브콜’ 그의 선택은?

그도 그럴 것이,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당내 대권 주자들의 입지가 더 줄었다. 윤 전 총장이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질 경우 반등을 노리던 보수 잠룡들이 대선 등판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이후 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 개편이 이뤄진다면, 당의 입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을 동력 삼아 제3지대에서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합류하면 ‘기성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이 일 가능성이 높다. 내세울 만한 명분도 없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 전 검찰총장의 ‘입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당장 정치 일선에 뛰어들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눈길을 끈 것은 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김한길·정동영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의 연결고리다. 이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3지대에 있는 이들이 윤 전 총장을 구심점으로 삼아 ‘반문 텐트’를 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 전 총장은 사퇴하기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한길 전 대표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오래전부터 김 전 대표가 윤 전 총장의 물밑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전 대표와 일부 자문그룹이 윤 총장과 주기적으로 만나 사퇴 후 정치적 행보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여권 출신 
윤의 사람들

김 전 대표 역시 한 원로 인사에게 “윤 총장이 정치권에 등장한다면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 전한 바 있다.

윤 전 총장과 김 전 대표의 인연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총장을 ‘스타’로 만든 그 자리다. 윤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수사에 외압이 있었음을 증언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큰 화제가 됐다. 

둘의 인연은 극적이다. 당시 윤 전 총장은 현직 검사였던 터라 그의 국감 출석 여부는 막판까지 불투명했다. 국감 전날 김 전 대표는 “국감에서(윤 전 총장의) 증언이 나오면 즉시 국감을 중단한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총력 투쟁하자”고 제안했다. 국감 이후 김 전 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윤 전 총장의 즉각적인 수사팀 복귀를 요구했다. 
 

▲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반문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반문 성향의 여권 정치인이다. 민주당에서 4선을 지냈으나 당내 친문(친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 세력과 갈등을 빚으며 지난 2016년 민주당을 탈당했다. 한때 ‘김한길계’로 불렸던 전직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배후가 김 전 대표라면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강경 보수 성향 인사를 제외한 여야의 반문 세력 결집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문 텐트
세력 결집

윤 전 총장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전 대표와의 인연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윤 전 총장이 신임 검찰총장이 된 후 정 전 대표를 찾아가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여주지청장 시절 검찰에 사표를 내려고 했으나, 정 전 대표의 만류가 있었기에 결국 수장이 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대한민국 검찰이 ‘파사현정(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검찰로 거듭날 계기를 맞았다. 최적의 수장을 맡았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오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대선을 위한 ‘야권 개편’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다른 야권 대선 주자를 압도하는 만큼, 그를 구심점으로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먼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해 서울시장직에 오르는 것이다. 이 경우 제3지대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연대’할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통합하는 형태로, 새로운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윤 전 총장의 입지는 제3지대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진보세력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 후보가 총대를 메고, 윤 전 총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보궐선거 기점
윤 중심 야권 개편?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는 어떨까. 여권의 승리로 중도 세력의 ‘허상’을 다시 증명하는 셈이다. 동시에 야권 전체가 한계를 보인 선거가 된다.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되더라도, 야권 자체가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이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제3지대론을 ‘신기루’로 보는 시각도 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체’가 아닌 검찰개혁 국면에서 누린 ‘반사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과거 제3지대 후보처럼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 청와대 ⓒ고성준 기자

제3지대 후보는 대선의 단골손님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고건 전 국무총리, 2012년 대선 땐 안철수 후보, 2017년 대선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두 혜성처럼 나타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앞선 후보들과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대척점’에서 컸다는 상징성이 있다. 여권의 집요한 ‘때리기’로 키운 맷집이 있고, 권력 의지도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반문을 기치로 야권이 뭉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과거 제3지대 후보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만 윤 전 총장이 현재 야권 재편의 중심에 있다는 평가에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강직한 ‘칼잡이’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아울러 외교·안보·경제·교육 등을 총망라한 그의 소신을 명확히 밝힐 필요도 있다. 

발광체?
신기루?

세력 결집 역시 윤 전 총장의 성공 조건으로 꼽힌다. 반기문 전 총장은 공무원인 외교관 출신 그룹을 핵심 참모로 기용하면서 정무적 판단에서 뒤처졌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이와 달리 ‘여의도 언어’를 알려줄 정치적 참모들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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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