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반기문-윤석열 평행이론

2017 반 보면 2022 윤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곧 등판한다. 대선 정국에서 그가 정계 개편의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 가운데, ‘찻잔 속 폭풍’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그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서점가에선 그와 관련된 도서가 연일 출간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날 파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외부와 선을 긋는 눈치다.

곧 등판
어디로?

윤 전 총장의 독주는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여권의 공세 속 반문(반 문재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계속된 ‘추미애-윤석열’ 갈등 속, 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대통령 후보 윤석열’을 만들어냈다. 이 흐름에 따라, 평생 ‘칼잡이’로 살던 그는 지난 3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며 옷을 벗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정계 진출을 시사했다.

그는 사퇴 이후 한 달 넘게 잠행 중이다. 간혹 ‘공정’의 이슈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메시지를 낼 뿐이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LH 사태’를 두고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 문법도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보다는 원로나 국내 석학을 만나 현안을 나누는 식이다. 퇴임 이후 그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노동 전문가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 등을 만났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김 교수를 만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당시 그는 심도 깊은 담론을 던졌고, 김 교수에게 정치에 대한 고견을 구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와의 자리에선 청년실업, 결혼과 출산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이쯤 되면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는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5월 중순 쯤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의 지지율도 굳건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37.2% 지지율을 얻어 이재명 경기도지사(21.0%)를 오차범위 밖에서 이겨내고 1위를 차지했다.

‘칼잡이’ 이례적 독주…반문 대표주자로
지난 대선 삼킨 ‘반 현상’과 다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지지세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분석을 보면 그를 지지하는 주요 세력은 정부에 반감을 가진 중도층이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 LH 사태, 부동산 문제 등 여러 악재가 연달아 터졌진 상태다. 레임덕에 빠진 정부가 단기간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야권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대권 주자가 없다. 현재 그를 제외한 주자들의 지지율은 5% 이하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가 크게 패배한 이후 주목할 만한 기대주가 부재한 상황. 윤 전 총장이 대안 세력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관건은 이 지지율이 얼마나 견고하느냐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최대 변수로 ‘정치인 윤석열’을 꼽고 있다. 그가 차후에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의 이미지를 밀고 있는 만큼, 사소한 실책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인물이 가진 리스크도 큰 편이다. 윤 전 총장은 평생 ‘칼’을 휘두른 천직 검사다. 지나칠 정도로 경직된 원칙주의자인 그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 불리는 정치에 적응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외교·안보·남북관계·경제를 망라한 구상을 보여야 할 과제가 남는 셈이다.

대척점
다르다?

다만 그가 정치판에 뛰어드는 순간 지지율이 거품처럼 사그라들 것이란 해석도 있다. ‘윤석열 정치’의 실체가 드러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금의 지지율은 새 바람으로 인한 기대감에서 오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과거 제3지대 후보처럼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제3지대 후보는 역대 대선의 단골손님이었다. 이들 모두 혜성처럼 나타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윤석열의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다. 반기문도 훅 갔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에는 비슷한 전례가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보수 진영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40%를 웃돌며, 상위권을 독식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여러 차례 앞설 정도였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은 ‘반기문 신드롬’으로 술렁였다. 2017년 2월 그가 대선 출마를 포기할 때까지 그를 미화한 책만 50여권이었다. 하지만 이는 거품에 불과했다. 베일에 싸여있던 실체가 드러나자, 반 전 총장에게는 ‘1일 1실수’라는 수식이 따라다녔다.

특히 서민의 삶과 거리가 먼 그의 언행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한 대학 강연에서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한 질문에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는 것”이라고 답하거나, 공항철도 탑승권 발매기에 1만원권 두 장을 겹쳐 넣었다가 “뉴욕과 다르다”고 해명하는 식이었다. 민심은 연일 싸늘해졌고, 지지율은 10%대로 급락했다.

그를 둘러싼 의혹 검증 절차 역시 혹독했다. 당시 반 전 총장에게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였다. 평생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이에게 이를 견딜 만한 맷집은 없었다.

남은 1년
거품 빠지면?

결국 반 전 총장은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귀국한 지 불과 20일 만에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대선 출마 뜻을 접었다. 이후 정치권은 쇼크에 빠졌다.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대권행을 위해 스스로 대권 출마를 포기한 상태였다. 제3지대 빅텐트 구상 동력마저 급격히 상실됐다. 반 전 총장의 전례를 비춰 봤을 때,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야권이 흔들릴 것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반기문 현상’은 정치권에서 지지율은 한순간의 바람일 뿐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국민들은 무능한 정부와 대결할 영웅을 찾는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염증으로 새인물의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이에는 기존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담겼다.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우리 정치가 워낙 국민들로부터 혐오의 대상 같은 불신이 심하다 보니까 이런 현상은 늘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은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새인물들은 권력을 직접 나서서 만들려 했다. 반면 윤 총장은 스스로 투쟁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대척점에 서 홀로 컸다는 상징성이 있다.

냉정한 정치판…신기루 지지율 경계
리스크 큰 ‘정치인 윤석열’ 과제는?

반 전 총장과 달리 버티는 힘도 강하다. 1년 넘게 여권의 파상공세로 인해 채워진 맷집이 있고, 권력 의지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외에 메시지 전달 능력도 탁월해 보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만드는 부패완판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반 전 총장이 1일 1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명성으로 지지를 얻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와 달리 지지율이 탄탄하다.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홀로 소나무처럼 빛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정치권 전체가 격변에 가까운 정계개편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5월 양당의 지도부가 구성된다. 9월~10월에 대선후보 경선이 예정돼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다른 대선 후보를 압도하는 만큼, 그가 야권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양당은 윤 전 총장이 언제 등판할지, 어떤 형태로 정치를 시작할지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의 행보를 가장 주시하는 세력은 제1야당이다. 국민의힘은 조직력과 자본력을 갖춘 당에 합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함께 독자 노선을 개척할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아사리판’이라 평가절하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호언하고 있다.

새로운 정당에서 힘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강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나오면 당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돼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라고 분석했다.

이대로 쭉?
막판 미지수

물론 모든 게 미지수다. 윤 전 총장 본인의 뜻이 아직 불명확한 데다, 찻잔 속 폭풍 속에 그쳤던 이들처럼 여러 암초에 걸려 끝내 완주조차 못하는 상황이 또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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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