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반기문-윤석열 평행이론

2017 반 보면 2022 윤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곧 등판한다. 대선 정국에서 그가 정계 개편의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 가운데, ‘찻잔 속 폭풍’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은 그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서점가에선 그와 관련된 도서가 연일 출간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날 파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외부와 선을 긋는 눈치다.

곧 등판
어디로?

윤 전 총장의 독주는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여권의 공세 속 반문(반 문재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계속된 ‘추미애-윤석열’ 갈등 속, 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대통령 후보 윤석열’을 만들어냈다. 이 흐름에 따라, 평생 ‘칼잡이’로 살던 그는 지난 3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며 옷을 벗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정계 진출을 시사했다.

그는 사퇴 이후 한 달 넘게 잠행 중이다. 간혹 ‘공정’의 이슈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메시지를 낼 뿐이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LH 사태’를 두고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기존 정치 문법도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보다는 원로나 국내 석학을 만나 현안을 나누는 식이다. 퇴임 이후 그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노동 전문가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 등을 만났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김 교수를 만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당시 그는 심도 깊은 담론을 던졌고, 김 교수에게 정치에 대한 고견을 구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와의 자리에선 청년실업, 결혼과 출산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이쯤 되면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는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5월 중순 쯤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의 지지율도 굳건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37.2% 지지율을 얻어 이재명 경기도지사(21.0%)를 오차범위 밖에서 이겨내고 1위를 차지했다.

‘칼잡이’ 이례적 독주…반문 대표주자로
지난 대선 삼킨 ‘반 현상’과 다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지지세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분석을 보면 그를 지지하는 주요 세력은 정부에 반감을 가진 중도층이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문제, LH 사태, 부동산 문제 등 여러 악재가 연달아 터졌진 상태다. 레임덕에 빠진 정부가 단기간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야권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대권 주자가 없다. 현재 그를 제외한 주자들의 지지율은 5% 이하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가 크게 패배한 이후 주목할 만한 기대주가 부재한 상황. 윤 전 총장이 대안 세력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관건은 이 지지율이 얼마나 견고하느냐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최대 변수로 ‘정치인 윤석열’을 꼽고 있다. 그가 차후에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의 이미지를 밀고 있는 만큼, 사소한 실책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인물이 가진 리스크도 큰 편이다. 윤 전 총장은 평생 ‘칼’을 휘두른 천직 검사다. 지나칠 정도로 경직된 원칙주의자인 그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 불리는 정치에 적응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외교·안보·남북관계·경제를 망라한 구상을 보여야 할 과제가 남는 셈이다.

대척점
다르다?

다만 그가 정치판에 뛰어드는 순간 지지율이 거품처럼 사그라들 것이란 해석도 있다. ‘윤석열 정치’의 실체가 드러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금의 지지율은 새 바람으로 인한 기대감에서 오는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도 과거 제3지대 후보처럼 결국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제3지대 후보는 역대 대선의 단골손님이었다. 이들 모두 혜성처럼 나타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윤석열의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다. 반기문도 훅 갔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에는 비슷한 전례가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보수 진영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40%를 웃돌며, 상위권을 독식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여러 차례 앞설 정도였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은 ‘반기문 신드롬’으로 술렁였다. 2017년 2월 그가 대선 출마를 포기할 때까지 그를 미화한 책만 50여권이었다. 하지만 이는 거품에 불과했다. 베일에 싸여있던 실체가 드러나자, 반 전 총장에게는 ‘1일 1실수’라는 수식이 따라다녔다.

특히 서민의 삶과 거리가 먼 그의 언행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한 대학 강연에서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한 질문에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는 것”이라고 답하거나, 공항철도 탑승권 발매기에 1만원권 두 장을 겹쳐 넣었다가 “뉴욕과 다르다”고 해명하는 식이었다. 민심은 연일 싸늘해졌고, 지지율은 10%대로 급락했다.

그를 둘러싼 의혹 검증 절차 역시 혹독했다. 당시 반 전 총장에게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였다. 평생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이에게 이를 견딜 만한 맷집은 없었다.

남은 1년
거품 빠지면?

결국 반 전 총장은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귀국한 지 불과 20일 만에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대선 출마 뜻을 접었다. 이후 정치권은 쇼크에 빠졌다.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대권행을 위해 스스로 대권 출마를 포기한 상태였다. 제3지대 빅텐트 구상 동력마저 급격히 상실됐다. 반 전 총장의 전례를 비춰 봤을 때,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야권이 흔들릴 것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반기문 현상’은 정치권에서 지지율은 한순간의 바람일 뿐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국민들은 무능한 정부와 대결할 영웅을 찾는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염증으로 새인물의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이에는 기존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담겼다.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우리 정치가 워낙 국민들로부터 혐오의 대상 같은 불신이 심하다 보니까 이런 현상은 늘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은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새인물들은 권력을 직접 나서서 만들려 했다. 반면 윤 총장은 스스로 투쟁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의 대척점에 서 홀로 컸다는 상징성이 있다.

냉정한 정치판…신기루 지지율 경계
리스크 큰 ‘정치인 윤석열’ 과제는?

반 전 총장과 달리 버티는 힘도 강하다. 1년 넘게 여권의 파상공세로 인해 채워진 맷집이 있고, 권력 의지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외에 메시지 전달 능력도 탁월해 보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만드는 부패완판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반 전 총장이 1일 1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명성으로 지지를 얻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와 달리 지지율이 탄탄하다.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홀로 소나무처럼 빛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정치권 전체가 격변에 가까운 정계개편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5월 양당의 지도부가 구성된다. 9월~10월에 대선후보 경선이 예정돼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다른 대선 후보를 압도하는 만큼, 그가 야권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양당은 윤 전 총장이 언제 등판할지, 어떤 형태로 정치를 시작할지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의 행보를 가장 주시하는 세력은 제1야당이다. 국민의힘은 조직력과 자본력을 갖춘 당에 합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함께 독자 노선을 개척할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아사리판’이라 평가절하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호언하고 있다.

새로운 정당에서 힘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강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나오면 당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돼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라고 분석했다.

이대로 쭉?
막판 미지수

물론 모든 게 미지수다. 윤 전 총장 본인의 뜻이 아직 불명확한 데다, 찻잔 속 폭풍 속에 그쳤던 이들처럼 여러 암초에 걸려 끝내 완주조차 못하는 상황이 또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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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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