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를 만나다> 한예리 “<미나리>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한예리가 연기하는 배역 대부분은 현실 가까이에 놓여있다. 상상으로 꾸며진 캐릭터보다는 실제로 있을 법한 이미지의 역할이 한예리를 찾았다. 남한으로 도망치는 북한 여인,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의 시골로 떠난 이방인 등 낯선 느낌의 캐릭터들도 한예리가 연기하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 듯 느껴진다. 어떤 연기에도 일상이 묻어나는 듯 자연스러움이 강점인 배우다. 신작 <미나리>에서도 그의 장기가 발현된다. 

▲ 배우 한예리 ⓒ판씨네마

20대에 결혼하고 남편을 따라 미국에 왔다. 10년 넘게 잘살아보려고 아등바등했지만, 남은 건 빚뿐이다. 각박한 현실의 굴레를 참지 못한 남편은 큰 농장을 가꾸겠다고 결정한다. 심장병이 있는 아들을 뒤로하고 시골의 이동식 집을 구입한다. 언제 토네이도에 휩쓸릴지 모르는 집처럼 커다란 불안감이 온몸을 감싼다. 

현실의 굴레

농장주가 되겠다는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 분)의 꿈이 내 꿈이 돼버렸다. 그의 꿈을 충분히 지지하지만, 더는 버티기가 힘든 지경에 이른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윤여정 분)가 보는 앞에서도 남편과 다툼이 잦아진다.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남편이 밉기도 하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고 팔을 들어 올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일을 하고 돌아오는 남편이 짠하기도 하다. 노력은 하는데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그러다 보니 불평불만이 늘어난다.

남편과 헤어지고 싶은 건 아닌데, 불만을 듣다 못한 남편은 “그렇게 힘들면 아이들과 떠나라”고 한다. 


정이삭 감독의 신작 영화 <미나리>에서 한예리가 맡은 모니카가 처한 상황이다. 각박한 현실을 살다 보면 어느 가족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이해받길 원한다. 부부간에 한 치도 양보하지 않다 결국 감정이 폭발하기에 이른다.

<미나리> 대본을 읽고 한예리의 가슴을 찌르는 질문은 “모니카는 왜 제이콥을 사랑할까?”였다. 최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예리는 이 질문을 가슴에 안은 채 끊임없이 고민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모니카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제이콥을 어떤 점에서 사랑하는 건지’와 ‘왜 함께 있는 건지’, 그리고 ‘모니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였어요. 촬영하면서 모니카가 정말 강한 여성이라고 느꼈어요. 모니카는 가족의 안위와 미래를 걱정하면서 가정사를 이끌거든요.”

다툼과 화해를 이어가던 두 부부는 모든 상황이 잘 풀리는 후반부에 큰 싸움에 이른다. 자신의 꿈이 가족보다 더 소중해 보이는 남편의 태도가 못마땅한 모니카와 어찌 됐든 가족을 위해 헌신한 부분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내에 대한 설움이 있는 제이콥이 충돌한다. 

제이콥에게 마음이 기울면서도, 한편으로 모니카가 이해된다. 관객에 따라 반대의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한예리는 이 장면에서 모니카가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단다.

“영화 모든 과정 나에겐 선물이었다”
“윤여정처럼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모니카는 제이콥에게 헤어지자고 하지 않아요. 힘들다는 것이 헤어지자는 게 아니라 견딜 수 없을 만큼 벼랑 끝에 몰렸으니 붙잡아달라는 의미예요. 비록 그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이 가족이 해체되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모니카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모니카가 가진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크다고 여겨요. 그 사랑을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영화의 주요 인물은 모니카와 제이콥을 중심으로 모니카의 엄마인 순자, 아들(앨런 김), 딸(노엘 조)이 전부다. 조연들이 더 있기는 하나, 영화의 대부분이 이들의 이야기다. 등장인물 모두 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누구 하나 나쁜 사람이 없다. 다들 선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한다. 다만 서로 간 인식의 차이로 인해 부딪힐 뿐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 제가 출연한 영화지만 ‘정말 아름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서의 모든 과정이 누구나가 느낄 법한 자신의 이야기예요. 그리고 그 누구도 악한 인물이 없어요. 제 생각을 얘기할 뿐이에요. 악행도 없어요. 한국적으로 신파라고 할만한 부분도 담담하게 표현해요.”
 

▲ 한예리 스틸컷 ⓒ판씨네마

누구나가 공감할 포인트가 있는 이야기 속에서 과장 없이 담백하게 연출한 이 영화는 미국 전역의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각종 비평가 협회의 호평 속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배우상을 모두 섭렵하고 있다. 특히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26관왕에 이른다. 

한예리 역시 <미나리>를 통해 골드리스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사실 처음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그다음에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첫 주연상이기도 했고요. <미나리>로 제가 받은 첫 상이기도 해요. ‘굉장히 뜻깊은 일들이 <미나리>로 하여금 생기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오스카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뭐라도 받으면 정말 좋겠어요. <미나리>는 저희한테 선물 같은 시간인데, 대미를 장식하는 큰 선물이 왔으면 해요.”

한예리는 대선배 윤여정과의 작업이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모녀 관계로 나온다. 두 사람이 영화 초반부에 보이는 애정은 인상이 깊다. 한예리는 윤여정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향기 나는 배우

“한 번은 선생님께서 ‘여기서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정신 차려라’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사실 겁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은 정말 당당하고 멋있게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캐릭터를 분석하는 자세, 배우 고유의 색깔에 대해 배웠어요. 또 인간 윤여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게 정말 큰 감사함이에요. 언제나 유머러스하시거든요. 긍정적이시고요. 저 역시 선생님처럼 나이를 먹어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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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