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질기고 억센 현실 동화 ‘미나리’ 

전 세계 공감시킨 이방인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산업의 심장부라 하는 미국이 놀랐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을 뿐 아니라 대사의 절반 이상이 한국어인 영화 <미나리>를 보고서다. <미나리>는 미국 내 비평가상을 포함해 수많은 영화 시상식에서 무려 58관왕을 차지했다. 75세의 배우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무려 20관왕을 수상 중이다. 그렇게 <기생충>에 이어 두 번째 오스카 레이스를 뛰고 있는 <미나리>가 베일을 벗었다. 
 

▲ ▲ⓒ판씨네마

영화 <미나리>에 출연하기로 한 배우 윤여정은 예산이 20억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요즘 한국에서도 이 돈으로는 영화 안 만들어”라는 말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이미 작품을 결정한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었다. 고생길이 훤했다.

고생길

국내에서 제작되는 100억대 영화는 90회에서 100회 정도 촬영한다. 촬영 현장에 100번은 출근을 해야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미나리>는 4분의 1 격인 겨우 25회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예술은 꼭 투자비에 비례하지 않는다. 매우 바삐 움직였던 스케줄이었음에도 영화는 40년 전, 미국 시골 농장의 한인 가족과 전 세계 모든 가족이 겪고 있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부부의 다툼, 할머니와 아이의 갈등, 낯선 땅에서 적응하려 노력하는 이방인이 겪는 외로움 등 모든 면에서 공감이 간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본 가족의 의미가 현실 동화처럼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제목의 ‘미나리’는 한국 고유의 나물이다. 물기가 있는 적당한 땅에 씨앗을 뿌려놓으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잡초처럼 우거진다. 김치에 넣어도 맛있고, 나물 자체를 무치기만 해도 맛있다. 몸에도 좋다. 

한인 가족뿐 아니라 인간의 삶이 억세고 질긴 것처럼, 또 배경에 있기만 해도 따뜻함을 주는 할머니의 존재처럼, 미나리는 그렇게 자라난다. 

<미나리>는 영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극중 데이빗(앨런 리)이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이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아버지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아무리 일을 해도 빚에 허덕이는 현실에 치여, 한국 채소와 과일을 파는 농장주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칸 소주라는 작은 동네의 바퀴 달린 집을 사고 엄청난 크기의 땅을 사 야채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낮에는 병아리 감별사, 밤에는 농사를 짓는다. 

모니카(한혜리 분)는 이런 남편이 못마땅하다. 병원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집이 가장 큰 문제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데이빗이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부부 싸움이 잦아진다. 
 

▲ ▲▲ ⓒ판씨네마

데이빗은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런 중에 모니카와 제이콥이 화해를 했다. 장모인 순자를 모시고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순자가 아칸소주에 왔다. 아이의 몸에 좋은 한약을 달이기도 하고, 화투를 가르치며 손주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지랄’ ‘옘병’이라는 비속어를 쓰며 화투를 즐기지만, 어딘지 모르게 구수하다. 

하지만 데이빗은 낯선 할머니가 싫다. 할머니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좋아하는 ‘산에서 나는 이슬’인 마운틴 듀를 뺏어먹는 것도 싫다. 자고 일어나면 오줌을 싸는 자신에게 ‘브로큰 페니스’라고 놀리는 것도 싫다. 


할머니는 손주가 좋다. 손주의 못된 행동을 아량으로 감싼다. ‘애가 그럴 수 있지’라며 다독인다. 딸과 사위가 다투려고 할 때마다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다 싸운다’며 핀잔을 준다. 불협화음이 잦았던 이방인들에게 평화가 찾아온다. 

그것도 잠시 순자가 뇌졸중에 걸렸다. 말도 어눌하고 몸도 잘 못쓴다. 종일 누워 있고, 시선은 한 곳만 응시한다. 가족의 분위기는 단숨에 싸늘해진다. 이 가족은 어떻게 될까. 

뛰어난 연출·완벽한 연기·아름다운 플롯
1980년 미국 시골 놓인 한국인의 삶 조명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이 안에 특별한 메시지는 있지 않다. 1980년 시골에서 생존과 사투를 벌인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가르치고자는 감독의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강한 감동이 밀려온다. 

감독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할 때 자아에 도취돼 공감이 가지 않는 장면을 만들기도 하는데, 정이삭 감독은 매우 냉정히 과거를 돌아본다. 

철없이 못된 행동을 일삼은 과거의 자신을 비롯해 책임감은 있지만, 여느 아버지들처럼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우는 제이콥, 어려운 환경에 짜증을 일삼는 모니카, 똘똘하지만 때론 너무 다그치는 누나, 촌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할머니까지,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출연하는 모두가 주인공으로서 존재한다. 자신의 주장을 책임지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엄청난 양의 채소를 재배한 제이콥, 농장의 성공보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더 크길 바라는 모니카의 대립에 관객은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이입한다. 

남자 관객은 대체로 제이콥에 연민이 가고, 여성 관객은 모니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반대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생기는 반응이다.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 ⓒ판씨네마

음악으로 영화의 박자를 만드는 것도 <미나리>의 장점이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밀고 당긴다. 켜켜이 쌓인 감정은 후반부 하이라이트에서 물밀 듯이 터진다. 

배우들은 잘 차려진 <미나리>의 수준을 더욱 드높인다. 특히 스티븐 연은 젊은 꼰대 느낌의 아버지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가정을 지키고자 책임을 다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은 굽히지 않으려는 그의 얼굴에 수많은 아버지의 모습이 드리워진다. 

전 세계 여우조연상을 휩쓰는 윤여정의 연기가 <미나리>에서 특별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 것과 다르지 않다. 윤여정을 향한 미국 영화계의 극찬은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윤여정의 연기를 이제야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 이는 윤여정이 수십 년 전부터 미국 오스카 후보에 오를만한 연기를 해온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귀결된다. 

이외에도 한예리와 앨런, 미국 조연 배우들도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 엄마의 위치에서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모니카의 진심이 한예리의 얼굴에서 비친다. 약간 어눌한 말투와 함께 아이같은 순수함이 찰나의 표정에서 다양하게 드러나는 앨런은 <미나리>의 보석이다. 


심금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는 건 우리 모두 이들이 겪은 위기를 경험해봤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부터 조부모 세대까지, 가족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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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