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2021년 신축년 ‘띠 그림전: 소’

‘뚜벅뚜벅’ 소처럼 나아가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2021년 신축년, 소의 해를 맞아 첫 기획전으로 ‘띠 그림전: 소’ 전시를 준비했다. 8명의 작가들이 소를 주제로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 21점을 소개한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지난해를 딛고 소처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안호균_鬪牛(BullFighting) 91x117Cm, 지본묵채, 2012

소는 농경문화를 대표하는 동물로서 인간과 오랜 역사를 함께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소가 등장한 시기는 기원전 100~200년으로 추정된다. 문헌상으로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처음 등장한다. <삼국사기>에도 소를 농경에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소는 인간에게 노동력뿐만 아니라 뿔과 고기, 우유 등을 아낌없이 제공해왔다.  

인간의 친구

소는 인간과 친근한 동물로 다양한 설화에 등장한다. 소의 온순하고 우직한 성질은 친근함과 성실함으로 표현됐다. 소싸움 등에서 볼 수 있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성질 역시 소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반면 고집스럽고 어리석은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는 밭갈이를 하는 모습처럼 농경사회에서 그려지는 소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람과 교감하는 존재로서의 소, 역동적이면서 힘이 넘치는 소 등 저마다의 다양한 시각으로 소를 해석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태학·김진관·임만혁 작가는 어린아이와 소의 교감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순수한 아이들과 소가 어우러진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심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오태학 작가는 아이들이 나팔과 피리를 불며 소 위에 올라탄 모습을 그렸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소의 다양한 표정에서 마치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오 작가는 어릴 적 공출 당한 소가 눈물 흘리던 모습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에게 소는 그저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 아니라, 추억 안에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친구와 같은 존재라는 점을 작품에 드러냈다. 

인간과 오랜 역사 함께한
아낌없이 내준 고마운 동물

김진관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설화에 등장하는 소의 이미지에서 시작한다. 그는 소가 우직한 성정으로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귀한 존재라는 점에 착안했다.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소의 이미지를 재구성해 다채로운 화면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만혁 작가는 작품 ‘소와 가족’을 통해 가족인 네 사람이 흰 소를 타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장면을 표현했다. 한곳을 바라보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이 느껴진다.

임 작가의 작품에서는 소가 인간과 함께 어울려 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소를 단순한 동물이 아닌 인간과 교감하고 함께 걸어가는 상징적인 존재로 그렸다. 
 

▲ 김대원, 한유閒遊, 130x90cm, 화선지에 수묵담채, 1988

사석원·안호균 작가는 소의 강인한 면모를 부각했다. 소는 아주 강인한 육체를 가진 동물이다. 두 작가는 생동하는 소의 기운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사석원 작가는 화려한 색채를 통해 우화적인 방식으로 황소를 표현했다. 쌓아 올린 물감과 강한 붓칠을 통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왕벚꽃동산의 황소’는 피어나는 꽃들 속에 소가 튀어나올 듯한 운동감이 느껴지도록 마티에르를 살린 작품이다.

화려한 채색과 대비되는 ‘황소’는 먹을 강하게 찍어 그린 작품이다. 강한 필묵과 황소의 해학적인 얼굴에서 마치 사람과 같은 표정이 느껴진다. 

안호균 작가의 ‘투우’는 소의 진격 장면을 화면에 담은 작품이다. 근육의 세밀한 표현과 운동감에서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세밀하면서도 강렬한 표현으로 마주보고 있는 소 사이의 긴장감이 화면 밖으로도 느껴진다.

장우성·김대열·김대원 작가는 소를 통해 당시 상황이나 스스로의 현실을 돌아보고자 하는 의도를 작품에 담았다. 

장우성 작가의 ‘광우병에 걸린 황소’는 2001년 광우병 파동에 관한 이야기를 수묵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당시 광우병으로 인해 불안했던 시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려 했다.

8명의 작가가 각자 방식으로
우직함 강인함 역동성 친근함

장 화백은 ‘광우병에 걸린 고씨네 황소 2001년 신사년 여름날 반벙어리 월전 노인이 그리다’라는 구절과 황소의 뒤틀린 표정을 통해 당시 상황의 답답함을 표현했다. 

김대열 작가의 ‘심우’는 선종에서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기 위해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과정을 담은 심우도에서 시작한다. 웅크리고 앉아 화면을 응시하는 소의 깊고 어두운 눈을 통해 자신의 깊은 내면을 바라보는 불성을 그리고 있다. 깊은 눈을 바라보며 자신을 통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투영돼있다. 
 

▲ 임만혁, 소와소년18-1,  87x132cm 한지에 목탄 채색, 2018

김대원 작가는 전통적으로 농경사회에서 소가 밭을 갈거나 풀을 뜯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귀가’는 밭갈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농부와 소의 뒷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노동의 가치와 소의 전원적인 풍경을 그렸다.

일을 끝내고 앞장서 돌아가는 소의 모습과 농부의 뒷모습이 길을 따라 멀어지며 붉은 빛의 자연풍경이 따뜻하게 표현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박경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오늘날 소는 과거와 달리 식료품 중 하나로 인식되는 편이다. 또 예전에 비해 소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동물이 됐다. 그러다 보니 소를 그린 그림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으로…


이어 “그럼에도 우리 시대 작가들은 소의 온순하고 천진하며 무욕적인 태도와 역동적이고 활기찬 이미지를 자신만의 특색으로 그려가며 소 그림의 지평을 묵묵히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소 그림을 보면서 지난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소와 같은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고 말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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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