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THE TREE OF MY LIFE’ 손봉채

내 인생의 나무를 찾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 소재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가 손봉채 작가의 개인전 ‘내 인생의 나무- THE TREE OF MY LIFE’전을 준비했다. 소울아트스페이스 개관 15주년을 기념해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내년 2월17일까지 이어진다. 
 

▲ Migrants_2019_Oil on Polycarbonate, LED_184x94cm

손봉채 작가는 2013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소울아트스페이스와 꾸준히 인연을 맺어왔다. 이번 개관 기념전에서 손봉채는 대표 시리즈인 ‘이주민’과 새롭게 선보이는 ‘꽃들의 전쟁’ 등을 소개한다. 그의 입체회화 흐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주민

손봉채는 각자의 위치에서 싹을 틔워 한 그루의 나무로, 또 고목으로 성장해가는 존재들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그만의 손길로 특화된 입체회화 20여점은 소울아트스페이스 갤러리 1~3관에 전시된다. 

올해 개관한 국립광주과학관의 야외 입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형물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설치돼있다. 높이 25미터, 무게 110톤의 대형 설치작품은 지구의 자전축을 의미하는 23.5도 기울어져 있다. 

손봉채는 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만 4년을 쏟아 부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도전을 형상화하며 최첨단 공학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키네틱아트는 쉼 없이 돌아가는 외발자전거의 페달이 인상적이다.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탄생은 20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손봉채는 1997년 광주비엔날레 최연소 초대작가로 참여해 270대의 외발자전거로 키네틱아트를 선보였다. 삐걱거리고 불편한 소음을 내며 뒤로 가는 외발자전거로 부당한 권력에 짓눌려 아무리 달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소시민의 자화상을 표현했다. 

2013년부터 인연 맺어
입체회화 흐름 한 눈에

이후 한국전쟁과 5·18 등 한국 근현대사와 소외계층에 대한 고찰, 사회에 대한 비판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예술가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독보적인 입체회화(패널 페인팅) 장르를 개척했다. 

그의 대표 시리즈인 이주민은 산업화의 희생자로, 개발에 밀려 이리저리 떠도는 인생에 대한 강한 연민을 담고 있다. 제 땅에 살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도시 조경수로, 정원수로 팔려가는 소나무를 산업화에 밀려 선진국이나 대도시로 살길을 찾아 떠도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투영했다. 

손봉채의 연작은 자신 또한 타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경험했던 방랑의 시간을 배경으로, 모국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을 대변한다. 작품은 동양적 미감과 현대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5장의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각각 세필로 그린 후 그림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2㎝ 간격을 두고 패널을 설치했다. 캔버스가 아닌 폴리카보네이트의 유화작업은 덧칠이 불가능해 실수할 경우 아예 지우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신중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 물소리 바람소리_2020_Oil on Polycarbonate, LED_120x160cm

겹겹이 쌓인 5장의 패널은 앞은 선명하고 뒤는 아스라한 풍경을 선사하며 생경한 입체감과 공간감을 드러낸다. 작품의 또 다른 장치는 패널 후면에 설치된 LED 조명이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나무와 조명의 빛이 뿜어내는 몽환적인 풍경은 유화이지만 화선지에 먹이 번져나가듯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을 선사하며 신비롭고 깊이 있는 화면을 완성시킨다.  


개발에 이용되는 소나무
대도시로 떠나는 현대인

중첩된 폴리카보네이트는 역사의 두께를 나타내는데 조명이 켜졌을 때와 꺼졌을 때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되는 장면은 상황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손봉채는 이주민 외에도 ‘물소리 바람소리’ 연작에서 시골 동네 어귀에 말없이 서있는 당산나무의 생애를 생각한다. 그늘이 돼주고 비바람을 막아주며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해온 수백 년의 시간, 당산나무가 품어온 뜨거운 사연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각 나라의 국화를 소재로 한 꽃들의 전쟁 연작을 시도하며 외견상 평화로워 보이는 지구촌의 속사정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각 나라의 국화들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내며 입체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중이다. 

공감과 연대의식, 남다른 상상력으로 형식과 미학의 측면에서 다양한 사유를 제시하는 손봉채의 작품은 각자 마음속에 어떤 나무 한 그루를 키우고 있는지 묻는다. 저마다 이름을 불러줄 때에 비로소 개별적 존재로 비상하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그는 자신의 시선이 제공하는 상상력 속에 넘치는 위로와 공감을 찾아 나설 것을 관객에게 제안하고 있다. 

꽃들의 전쟁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제기되고, 주변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요구받는 현 시점에서 ‘내 인생의 나무’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손봉채는?]

조선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뉴욕 뉴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중국·일본·타이완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독일 쾰른·스위스 바젤·스페인 아르코·파리 피악과 같은 국제적인 아트페어에서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류가 공감하는 보편적 이야기가 더해져 세계적인 호응을 얻으며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그의 작품은 마이애미·파리·뉴욕·제네바·홍콩·베이징·싱가포르 등의 많은 콜렉터와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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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