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인성 미술상’ 조덕현

연필로 그린 근현대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미술관은 2019년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인 조덕현 작가의 개인전 ‘그대에게 to thee’를 준비했다. 조덕현은 주로 연필만을 사용해 마치 사진과 같은 사실적인 회화로 근현대 시간 속 개인의 실존과 운명을 조명해왔다.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기억을 예리하고도 섬세하게 복원해 서사적인 구조로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 음의 정원 I, II, 2020

이인성 미술상은 서양화가 이인성의 작품 세계와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고 한국미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대구시가 제정한 상이다. 여러 장르가 혼재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평면작업에 중점을 두고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작가를 매해 선정하고 있다. 2019년 이인성 미술상의 주인공은 조덕현 작가다. 

기록과 주관

2019년 이인성 미술상 선정위원회는 “조덕현 작가는 역사를 재한현 작품을 통해 밀도 높은 구성력으로 인간의 대서사시를 표현해왔으며, 미술의 본원적인 의미와 사회와의 관계를 꾸준히 작품에 담아냈다”며 “작가의 잠재력과 상징성을 내포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작품 기량을 높게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이인성 미술상 수상전 ‘그대에게 to thee’는 사진에서 회화, 대형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조덕현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되짚어보는 전시다. 전시 제목인 그대에게는 그간 다뤄왔던 기억의 문제의 연장선에서 현재, 나아가 미래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가치를 포괄한다.

그대는 도달점이기도 하고 절실함을 발현하게 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사진·회화·설치작업 총망라
미술의 의미·사회와의 관계

조덕현은 섬세한 회화 기법과 가상, 실재를 넘나드는 독특한 전시 구성으로 관람객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주로 연필과 콩테를 사용한다. 역사 속에서 잊힌 삶의 기억들을 섬세하게 복원해 서사적인 구조로 담아낸 작품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에는 총 5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공간마다 별개의 서사를 담아 유기적으로 엮은 이번 전시는 마치 초대형 설치작업을 둘러보는 듯한 연출로 구성됐다. 10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신작 회화 ‘플래시 포워드’는 여러 시공간에 걸쳐 발생한 다양한 사건들을 마치 영화촬영이나 연극을 시연하듯, 하나의 시공간에 병치시키는 구도로 제작했다. 

폭이 넓은 시공간을 하나로 압축하는 과정은 디지털 시대의 흔한 합성과 비견되지만, 조덕현은 그러한 합성들의 특징인 얇은 느낌,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회화의 태도로 극복했다.
 

▲ 1952 대구 1-8, 2020

작품에는 시리아 팔미라의 유적, 2014년 아프가니스탄 국경없는 의사회 병원 폭격 현장, 카인과 아벨, 폼페이 화산폭발, 중세 시대 최후의 만찬, 17세기 루벤스 그림, 1950년대 미군 홍보단, 이인성 화백, 1950~1960년대 한국영화계, 최근 벌어진 뉴욕 인종차별 시위나 홍콩 시위,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 등이 담겼다. 

영화를 보는 듯한 서사 담겨
“코로나19 시대의 위로 되길”

‘1952, 대구’는 한국전쟁에 군목으로 참여한 미군 장교가 1952년 대구 능금시장에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쟁 중임에도 에너지 넘치는 군중의 모습과 넘실대는 희망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조덕현은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인성과 박수근 등 선배 화가들의 작품을 떠올렸고, 당시 화가들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조덕현은 윤이상의 음악과 대형 스크린에 투영된 식물, 오브제를 접목한 ‘음의 정원’도 선보인다. 미술과 문학, 고고학, 음악 등이 만나는 이 프로젝트는 공간의 건축적 요소들이 회화, 영상물 등으로 입체화돼 나타나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조덕현은 지난 봄, 코로나19를 온몸으로 겪은 대구·경북지역의 고난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또 영남지역을 답사하며 깨우친 유장한 역사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모티브로 한 신작들을 소개하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과 공명하는 이야기를 찾고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시 소감을 밝혔다. 

타 장르 접목

유은경 큐레이터는 “과거 기억을 아련하게 품고 있는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기록과 그 속에 숨어있는 개인의 주관적인 순간이 합쳐지는 것. 조덕현의 작업은 바로 그 지점에 겹쳐져 있다”며 “회화뿐만 아니라 문학, 고고학, 영화 등 타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실험적인 시도를 끊임없이 지속하는 작가적 태도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내년 1월1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조덕현은?]

1957년 강원도 횡성 출생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1984)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1987)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

▲수상

제20회 이인성 미술상(2019)
제2회 한불문화상(2001)  
이달의 예술가상(1996)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1995)
동아미술제 대상(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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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