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세계적인 작가’로…구정아

“그저 평범한 것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정아 작가는 세계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파리 조르주 퐁피두 센서, 뉴욕 디아 비콘,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바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구정아가 국내 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 resonance, 2020, 620 x 810 x 170(h) cm_3

 

PKM갤러리에서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2020’을 준비했다. 구정아는 특유의 기민한 감각과 작업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2021년에도 미국,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등에서 개인전이 예정돼있다. 

의미 있는 숫자

이번 전시에서는 밀라노 트리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등의 국제행사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낸 시리즈인 스케이트파크 야외 설치 작업을 포함해 회화, 드로잉, 조각 등 미공개 최신작 30점이 소개된다. 

구정아는 1990년대 후반부터 ‘그저 평범한 것은 없다’는 태도 아래 흩어져 버리기 쉬운 일상의 소재들을 활용하고 익숙한 장소에 기묘하게 개입하며 평범함의 시적인 측면을 일깨우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세계무대에서 활동 중
2021년에도 전시 예정


스틸 이미지, 무빙 이미지, 소리, 냄새 등 이질적인 매체들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가시적인 것, 가상이면서 현실인 것, 있지만 없는 것 등 서로 상반되는 지점들을 양립시키거나 그 경계 너머의 열린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 제목인 2020은 숫자이자 알파벳인 동시에 텍스트이면서 드로잉 이미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인광 스케이트파크 조각 작품인 ‘resonance’와 연계돼있다.

스케이트파크 작업은 2012년 프랑스 바사비에르 섬에서 지역 재생과 젊은 세대의 영입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로 첫 선을 보인 이후 구정아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설치 연작이다. 

이번 개인전에는 두 개의 크고 작은 요람 형태로 디자인된 신작이 갤러리 별관 정원에 설치된다. 예술작품이면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보더들에게 실제로 개방되는 시설물이기도 한 이 설치 작업은 서브컬처로서의 스케이트보딩 문화와 주류 예술 장르로서의 순수미술 사이에 또 다른 접점을 만들며, 관람객에게 신선한 인터렉티브 경험을 제공한다. 
 

▲ Seven Stars, 2020, 152.5 x 243(121.5x2)x 3.5 cm

‘Seven Stars’는 깊어가는 가을 밤하늘의 별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인광 시리즈다. 조명의 온-오프가 반복되는 갤러리 본관 공간에 설치됐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평행으로 위치하는 또 다른 우주를 의미하는 평행우주의 개념을 환기시키는 이 회화들은 밝음과 어둠 사이에서 2가지 양상으로 존재한다. 

각각의 생은 빛의 상태와 시간성에 의해 유한한 특성을 가진다. 조명 아래서는 담백한 색상의 미니멀 페인팅 형태를 띠는 2차원 회화들은 조명이 사라지면 암흑 우주 속에서 별빛이 부유하는 듯한 3차원 공간을 이룬다. 

이 회화들과 함께 설치된 조각들도 조명에서 흡수한 빛 에너지를 암흑 속에서 방사하는 이중성을 띠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화이트 큐브라는 제한적인 공간 너머의 낯선 세계를 몸으로 감각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한 작품
관람객들과의 양방향적 경험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신체적·심리적 상호작용은 구정아 작업의 주요한 축이다. 구정아는 거주자와 관계하며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개방형 건축을 자석이 서로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속성에 비유한 세드릭 프라이스의 마그넷 이론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마그넷 조각을 제작했다. 

그중 2020년작 4점이 갤러리 별관에 전시되는데 ‘88’ ‘518’ ‘625’ ‘911’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의 날짜가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의 제목이다. 자석 유닛의 개수와 동일한 제목의 이 마그넷 작업들은 총량만 정해져 있을 뿐 그 크기와 모양이 장소에 따라 자유롭게 각색될 수 있다.

입체적인 작품

PKM갤러리 관계자는 “구정아의 작품들을 빛의 유무 환경 속에서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갤러리 개방 시간을 정오부터 일몰 이후인 오후 9시까지로 정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친숙한 현실 이면의 또 다른 영역을 발견하는 낭만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11월2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구정아는?]

▲개인전

‘2020’ PKM갤러리(2020)
‘Koo Jeong A: Radiant 2020’ 갤러리 알바르란 부르다이스(2020)
‘Koo Jeong A’ 갤러리 에바 프리젠휴버(2020)
‘OooOoO’ 실내 스케이트 파크(2019)
‘Prerequisites 7’ 바이엘러 재단(2019)
‘TENGAM TENGAM’ 쾨니히 갤러리(2018)
‘Nomos alpha by Koo Jeong A’ HENI(2018)
‘TENGAM’ 핑크썸머(2018)
‘Magnet Cities’ 필라 코리아스 갤러리(2018)
‘아정구’ 아트선재센터(2017) 외 다수

▲수상

카사 와비 재단(2016)
에르메스재단 미술상(2005)
구겐하임 미술관 휴고 보스 프라이즈 후보(2002)
빌라 메디치 상(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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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