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묻힌 수재민들, 어쩌나…

태풍 할퀸 아래 지방은 ‘나몰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면서 한국 사회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더 이상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의 말이 현실로 다가온 모양새다. 국민들의 일상이 코로나에 잠식되면서 ‘코로나 블랙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 관련 이슈는 코로나에 먹혀 버렸다.
 

▲ 지금은 코로나 시대 ⓒ고성준 기자

지난 1월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왔을 당시 4∼5월이면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대구서 신천지 교인들의 대량 감염 사태가 불거졌을 때에도 사태가 상반기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존재했다. 하지만 대구가 잠잠해진 이후 서울 이태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고 이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2차 확산이 진행 중이다. 

인프라 집중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4월11일 “코로나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며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이라고 말했다. 종식 시점을 알 수 없는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시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가게는 물론 대중교통조차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술집, 노래방, 헬스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제한도 생겼다. 학교에 가고 시험을 보는 일반적인 교육 시스템도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모든 생활 방식이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생활의 모든 부분에 코로나의 영향이 미치다 보니 이슈 역시 그에 집중됐다. 정치·경제·사회·문화 할 것 없이 코로나에 묻혀 버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의 화두는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경제 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였다. 당시 총선 후보들은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원, 선별 지원을 두고 정쟁을 벌였다. 

코로나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대면 점포는 몰락하고 비대면 배달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경제 구조 자체가 코로나에 맞춰 변형되기 시작했다. 문화계에선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신천지·이태원 이어 수도권
2차 확산으로 정부 긴장 중

문제는 코로나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목도의 격차가 발생했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의 2차 확산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지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남부지방에는 3개의 태풍이 연달아 지나갔지만 수도권에 비해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안 그래도 ‘수도권 공화국’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큰 상황서 코로나가 이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립국어원은 서울 공화국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따위의 모든 부분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을 비꼬아 이르는 말’이라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 인구와 인프라의 집중으로 한국의 정치나 경제의 흐름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각 정부에선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선거 때마다 지방 발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변화는 요원하다. 데이터로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욱 확연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기준 집계한 전국 주민등록 인구통계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인구는 5184만9861명이다. 이 중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인구는 2592만5799명으로 전체 인구의 50%에 달한다. 전국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은 11.8%. 전 국토의 10분의 1수준의 땅에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셈이다. 
 


지역 내 총생산의 불균형도 크다. 수도권의 지역 내 총생산은 984조6300억원으로 전체 지역 내 총생산(1990조70억원)의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각 지역서 유치하기 원하는 공공기관, 노후를 책임지는 요양원, 문화시설은 물론 스타벅스까지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수도권이라고 뭉뚱그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울 몰림 현상이 경기나 인천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다시 퍼지기 시작하자 정부는 바짝 긴장했다. 연이어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올리는 초유의 일도 일어났다. 코로나가 나타난 이후 가장 높은 단계의 제재 조치다. 

부실한 재난방송
정치권은 정쟁만

정부의 행정력은 수도권서 코로나의 확산을 막는 데 집중됐다. 그 사이 남부지방은 여름 내내 이어진 이상 기후와 연달아 발생한 태풍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제주나 부산 등에서는 강풍과 비로 인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나왔지만 복구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태풍 경로가 수도권을 특히 서울을 지나가는 지에 대한 여부에 따라 주목도도 달라졌다.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7월23∼24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부산에선 수신료를 받아가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글을 올린 누리꾼은 “재난 전문 방송사라던 KBS. 지금 부산 비 와서 거의 모든 도로 침수되고 건물로 비가 다 들어차는데, 뉴스에서는 한 두 꼭지 하다가 마네요. 수신료의 가치 전혀 못하는데 왜 강제 징수하나요”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중호우로 부산에서는 7명의 사상자와 80명의 이재민이 나왔다. 시간당 80㎜의 폭우에 도로와 터널이 침수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한 것이다.

KBS는 이날 밤늦게 “매뉴얼에 따라 방송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23일 오전부터 인터넷과 라디오, TV를 통해 선제적, 예방적 정보와 행동 요령을 전하며 경남 지역과 강원 영동 동해안 지역에 내릴 집중 호우의 위험성을 전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SNS 등에서는 부산 폭우에 대한 KBS의 재난방송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태풍이 서울을 지나가지 않으면 재난방송도 줄어드는지’라고 비꼬는 목소리도 있었다.

8월초 집중호우로 섬진강과 낙동강의 제방이 붕괴돼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4대강이 홍수 방지라는 원래 목적에 적합한지 여부에 쏠렸다. 대통령도 4대강에 대해 언급하면서 재난보다는 논란이 부각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났다. 

관심도 집중

또 8호 태풍 바비, 9호 태풍 마이삭, 10호 태풍 하이선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언급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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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