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안철수, 보선행? 대선행?

보선 완행이냐 대선 직행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국민의당과 같은 실용정치의 노선을 타면서 야권 재편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정치권에선 재편 이후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행도 점쳐진다. 양당은 과연 내년 재보궐선거 전에 손을 잡을 수 있을까.
 

▲ ▲악수 나누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중도로의 확장’을 선포하면서 국민의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의 노선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은 탈진영적 중도정치를 지향한다. 특정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일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탈 진영적
중도정치

안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양당체제 타파를 내세우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중도 세력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후 정치권에는 이례적인 ‘녹색돌풍’이 불었다. 국민의당은 진영논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신생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 대표는 2017년 대선서 패배했고, 2018년 바른정당과의 합당 전후로는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같은 해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3위로 낙선한 뒤,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창업주’가 떠난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안철수계·유승민계·손학규계 간의 당권 싸움이 계속됐다. 제3지대에 대한 민심의 실망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안 대표는 다시 녹색돌풍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21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20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당명은 국민의당으로, 노선 역시 중도실용으로 정했다. 정치권에서는 녹색돌풍이 ‘오렌지돌풍’이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안 대표 역시 국민의당의 낮은 지지율에 쉽게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2016년에도 3월 초까지 한국갤럽 지지율이 8% 나왔고 다른 여론조사기관에서는 2%, 3%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지켜보는 것이 중도층, 무당층의 특성”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21대 총선은 지난 총선과 달랐다.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이 이어졌고, 중도 세력이 설 곳은 없었다. 총선 당시 통합당에 비호감을 느낀 중도층은 국민의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택했다.

통합당 중도 확장 국민의당 노선 겹쳐
양당 ‘정책공조’ 넘어 선거연대까지?

무엇보다 과거 국민의당의 대표지지 세력이었던 호남 민심이 이탈한 상태였다. 지역 기반이 없는 정당은 현 정치구도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결국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6.8%를 기록하면서, 원내 비례대표 3석에 그쳤다. 이는 당초 당이 목표했던 20%에 크게 미달한 성적이었다.

안 대표의 긴 정치 공백과 잦은 창당에 의한 피로감이 국민의당 흥행 실패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안 대표의 계속된 탈당과 창당은 그의 최대 강점이었던 신선함과 참신함을 앗아갔다. 아울러 그의 메시지나 정책이 기존 정당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목됐다.


총선 전 당내에선 안 대표의 영향력이 이전과 다름을 감지하고, 선거연대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이 야권 대열에 합류해야 21대 총선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 ▲발언하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하지만 안 대표는 독자노선 의지를 꺾지 않았다. 안철수계 인물들의 통합당행이 계속됐지만, 그는 “어떤 길을 가시든지 응원하고 다시 개혁의 큰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씁쓸한 내색을 감췄다.

하지만 안 대표가 2월 귀국 직후부터 21대 총선까지 내세운 메세지는 일관적였다. 그는 중도실용 정치를 강조하며, 편을 가르는 정치판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국민의당은 비록 3석에 그쳤지만, 안 대표에게 선거만을 위한 연대와 통합은 없었다.

외로운 중도 노선을 걷고자 한 그의 약속은 지켜졌다.

다만 그는 범보수 세력들과 정책연대를 이어왔다. ‘국민 미래포럼’이 대표적인 공동 연구모임이다. 지난 6월부터 국민의당은 통합당과 이를 진행하며, 당 차원의 보폭을 맞추고 있다.

긴 공백
잦은 창당

일각에선 포럼이 야권 연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포럼서 ‘국민의당을 포함한 보수 야당’ ‘우리 보수 야당’이라는 표현으로 양당의 정책 노선이 동일함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9월, 임시국회에 앞서 당의 방향성을 담은 ‘37대 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이 앞서 ‘10대 정책’을 내놓은 만큼, 양당은 9월 정기국회 중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은 수해 상황으로 미뤄지고 있지만 정책 연대와 관련해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미팅을 해왔다”며 앞으로 정책 공조를 이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좌클릭 행보 덕에 야권 재편의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80석의 슈퍼 여당의 거침없는 행보가 범야권을 위협하고 있는데다, 김 위원장의 관점과 국민의당의 노선이 비슷해 범야권의 통합행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해석이다.

통합당의 좌클릭 역시 안 대표로서는 환영할 대목이다. 지금까지 통합당의 극우적 색채는 통합당과의 합당에 부담으로 작용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통합당은 극우세력과는 선을 긋고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통합당은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꼽히는 8·15 광화문 집회의 태극기부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김 위원장은 5·18 묘역서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극우와의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문병희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통합당은 기본소득제 도입을 앞세운 새로운 정강·정책을 공개했다.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경제민주화, 양성평등과 같은 어젠다를 내세우며, 중도로의 확장에 무게를 실었다.

권 원내대표 역시 김종인 비대위의 좌클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통합당을 실용정당으로 바꾸려 노력하는 것을 저희가 감지했다. 통합당과 손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연대 메시지를 냈다.

정부여당 향해
공격수위 높여

이미 통합당에는 안철수계 인물들이 곳곳에 포진돼있는 만큼 양당의 연대 흐름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안 대표의 측근이었던 김수민 전 의원은 당의 홍보본부장을 맡아 당명 개정 작업 등 당의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김삼화 의원 역시 통합당의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으로 임명된 상태다.

양당의 기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금지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이다. 두 당은 탄핵소추안을 공동으로 결의해 밀어 붙였다. 이 외에도수해로 인한 산사태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태양광 사업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안 대표가 최근 정부여당을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통합당보다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는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크게 상처받은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신문도 안 보고 여론 청취도 안 하느냐”며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통합당은 외연확장을 위해 국민의당에 계속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안 대표가 내년 4월 재보궐선거나 2022 대선서 통합당과 손을 잡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도 실용 이미지의 국민의당이 가지는 상징성은 3석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책을 통한 ‘좌클릭’보다는, 국민의당과 합쳐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는 분석이다.

‘좌클릭’ 빨라진 야권 개편
안, 이어지는 러브콜 응답할까?

정치권에선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 합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내년 재보궐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다음 대선까지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양당이 연대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당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됐다.

국민의당에게는 ‘원맨 정당’이라는 평가로부터 벗어나 다음 대선까지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다. 통합당으로서는 중도 이미지가 강한 안 대표가 매력적이다. 통합당 총선백서특위 부위원장을 지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대표가 통합당의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면 결과를 떠나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서 한 번 낙선을 경험했던 만큼 2022 대선후보로 직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당장 선거보다는 혁신 경쟁과 야권 파이를 키우는 작업을 강조해왔다. 당이 새로운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한 후, 야권이 제대로 혁신할 때 비로소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안 대표는 야권의 중도화를 이뤄, 합리적 개혁 보수의 이미지를 구상하고 있다. 그렇게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져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안 대표의 영향력은 이전 같지 않다. 안 대표가 내놓는 정책들은 거대 양당의 물살에 묻히고 있다. 여전히 안 대표의 정치 노선에 회의심을 갖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안 대표가 지금까지 이어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과거와 전혀 다른 안철수를 보여줄 시기가 된 것이다.

양당의 주도권 싸움 역시 안 대표에게 큰 과제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계속해 지지부진 하다면, 합당 과정 속 그가 주도권 싸움서 밀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선거 때마다 후보로 꼽히는 안 대표지만, 현재와 같이 당 지지율이 5% 내외를 유지한다면 만년 후보로만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서 안 대표에게 필요한 건 이슈 선점과 메시지 홍보다. 체급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 다만 이는 거대 양당의 어젠다에 묻힐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당이 SNS, 유튜브 등 국민들과의 소통창구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안 대표가 최근 진중권 전 대표와 유튜브 채널서 정부·여당의 문화를 공개 비판한 영상이 크게 이슈가 된 것도 좋은 예다.

각자도생?
결국 연대?

안 대표는 야권의 혁신적 재편이 이뤄진 후에 시장 선거를 바라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지금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대선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울 때다. 그게 가장 중요하기에 그에 전념하려 한다. 다시 말해 민심을 얻는 게 먼저다. 선거부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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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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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