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살피면 중국 은(殷)나라 시대 말기 인물인 강태공이 떠오른다. 강태공과 관련한 여러 설을 종합하면, 그는 70세의 나이에 권력 주변을 떠나 위수(渭水) 가의 반계서 미끼를 끼우지도 않은 곧은 낚싯바늘을 물에 드리우고 낚시에 오로지한다.
그리고 나이 80세에 주(周)나라 문왕(文王)을 만나 사부로 추대돼 문왕의 아들인 무왕(武王)을 도와 은나라를 멸망시키며 천하를 평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그 일로 주나라의 후국(侯國)인 제나라의 땅을 봉토로 받아 제나라의 시조가 된다.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000여년 전에 발생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강태공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흡사 삼천갑자(18만년)를 살았다는 동방삭이 연상될 정도다.
그런데 왜 김 전 위원장을 바라보면서 강태공을 생각했을까. 바로 김 전 위원장이 강태공의 전철을 밝고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나이 80세인 김 전 위원장이 누군가를 앞세워 권력을 쟁취하고자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이 강태공의 경우처럼 권력 쟁취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필자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이 나이만 같지 내공은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는데, 바로 10년이란 인고의 시간 때문이다.
권력 주변을 떠난 강태공의 10년 세월이 주는 의미에 대해 필자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아마도 아니, 필연적으로 그는 권력 주변을 떠나 더 큰 세상의 이치를 터득했을 테고 바로 그 깨달음으로 인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에 반해 김 전 위원장의 전력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듯 때만 되면 나타나, 본인의 입으로는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하지만 우리 정치 현실서 바지사장 역할을 수행하고, 후일 그에 대한 투정을 일삼았다.
각설하고, 최근 김 전 위원장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가 바로 3040으로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보도를 접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40대 경제전문가가 차기 대권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4·15 총선 전 <일요시사>를 통해 통합당의 ‘김종인 카드’는 여러 이유를 들어 독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필자의 입장서 바라보면 점입가경이다.
먼저 정치인, 특히 대통령이란 직책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의 몫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라면 위험해질 수 있다. 모든 결정의 기저에 자신이 득한 전문 지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그 사람은 시간의 문제이지 조만간 독선에 휘말리게 된다.
다음은 40대에 대해서다. 지난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이 돌풍을 일으켰던 ‘40대 기수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인데, 큰 착각이다. 당시에 40대 기수론이 돌풍을 일으켰던 요인은 평균 수명이 61세에 불과했던 시대 상황과 김영삼이란 걸출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 1월 기준 평균수명이 82.8세인 지금, 1969년과 비교하면 천지개벽에 준할 정도로 과학 문명이 발달한 이 시기에, 당시에 상황을 접목시키다니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이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김 전 위원장의 진심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그래서 그의 발언의 저의가 의심된다. 그런 이유로 김종인의 40대 기수론 주장은 본인이 나서겠다는 즉 80대 기수론으로 비쳐진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