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성 투약’ 에토미데이트 실태

‘안 걸리는’ 약물 나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명인들의 약물 오남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유 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을 비롯해 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라는 약물까지 나왔다. 이 같은 약물들은 허술한 제도를 피해 사회 어두운 곳에서 유통되고 있다.
 

▲ 휘성 CCTV ⓒMBN 보도화면

지난 3일, 가수 휘성이 서울 광진구의 한 상가서 쓰러진 채 발견돼 경찰조사를 받았다. 당시 현장에는 수면유도마취제가 담긴 유리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휘성은 지난달 31일에도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 내에서 수면유도마취제를 투약한 뒤 쓰러진 채 발견됐던 바 있다.

수면 유도제

휘성이 투약한 수면유도마취제는 두 번 모두 에토미데이트’(이하 에토미)였다. 지난해에도 그는 에토미를 투약했다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처벌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토미는 수면내시경 등에서 전신마취제로 사용되는 프로포폴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주사제로, 정식 명칭은 에토미데이트 리푸로 주사제다.

프로포폴은 2011년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가 강화됐지만 에토미는 전문의약품으로만 관리되고 있어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의사의 처방 없이 판매하면 불법이지만 구매자는 처벌 받지 않는다.

실제 휘성에게 에토미를 판매한 A씨는 구속됐지만 구매한 휘성은 처벌 받지 않았다.


에토미는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국회 국정조사 과정서 나온 청와대 약품 구입 목록에 포함돼있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에토미가 프로포폴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응급 상황서 기관 삽관 시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근육진정제로 구입한 것이고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그런 목적이라면 그에 필요한 장비, 설비를 항상 갖추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2의 프로포폴’ 법적 조치 없어
현행법상으론 판매자만 처벌 왜?

오인석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지난 8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에토미는 수면마취유도제기 때문에 병원서 의사의 처방에 의해, 의사가 직접 정맥에 주사하는 약물이라며 프로포폴보다 주사할 때 자극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본인이 자가 주사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토미는 의존성과 환각성이 없는 약물이다. 최근 SNS나 유튜브서 (에토미가)프로포폴을 대용할 수 있는 약물이라는 거짓 정보가 많이 올라오는데, 에토미는 프로포폴 같은 여타 마약류와 같이 습관성, 의존성, 환각 작용 같은 효과는 없다. 단지 잠들게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에토미가 마약류서 빠진 이유도 낮은 의존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 등의 진정제와 달리 에토미의 중독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약류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환각성, 의존성이 있어야 하는데 에토미는 의존성에 대한 보고가 없어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위험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경고도 있다.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9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에토미를 투약한 뒤)깨어난 다음 구토, 어지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큰 위험은 중추신경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호흡도 억제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반드시 의료인이 옆에서, 의사가 옆에서 투약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트위터

손 변호사는 지난해 120대 여성이 에토미를 투약한 후 사망한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 내 욕조서 20대 여성이 익사한 채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여성의 몸에서 에토미가 검출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에토미 투약 후 의식이 저하된 상태서 욕조에 있다가 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7월 에토미를 불법으로 빼돌린 제약회사 직원과 병원 관계자, 중간책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2018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에토미 1740박스(17400앰플, 41000만원)를 불법 판매·유통한 혐의를 받았다. 의약품 도매업자가 제약회사 직원과 공모하고, 거래처 병원에 정상 납품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방식이었다.

에토미 수입량은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언급
중독성 낮지만 부작용 가능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토미 수입량은 201063000개서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2011175490개로 2.8배 폭증했다. 이후 2018523920개가 수입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8.3배 늘었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에토미-프로포폴 공급 현황에 따르면 에토미 공급금액은 2014147000만원서 2018237000만원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프로포폴 공급금액이 261억원서 320억원으로 22% 늘어난 것보다 증가율이 3배가량 높았다.

문제는 에토미가 SNS 등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SNS에선 에토미를 판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텔레그램 등을 중심으로 에토미를 판다는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과거 클럽이나 유흥업소 등 오프라인서 거래되던 게 온라인으로 판매처가 옮겨진 모양새다.

손 변호사는 에토미가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서 오남용 사례가 굉장히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에토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래가격을 보면 10앰플 10개들이 한 박스가 120만원서 140만원 정도인데, 수입 판매사의 가격을 보면 앰플 하나에 4300원쯤이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30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어 연예인을 내세워 홍보하고 직접 주사를 놔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손 변호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마약류로 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국내에선 대마를 마약류로 분류한다. 그 이유는 중독성이 낮더라도 대마로 시작해 다른 강도 높은 마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포폴도 비슷한 이유로 규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SNS 유통


그러면서 “(에토미를) 마약류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불법 투약이 늘고 있는 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제조사·수입 판매사·병원 등 어디선가 빠져나가기 때문이라며 프로포폴은 정확하게 관리대장을 기재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그래도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다. 현재 관계당국이 3년에 한 번 유통과정을 들여다본다. 이런 느슨한 관리가 좀 더 촘촘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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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국힘 TK 쟁탈전

혼란의 국힘 TK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최근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자들만 넘쳐난다. 언론은 ‘영남 자민련’이나 ‘영남 소수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더 큰 몰락 가능성을 경고한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선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을 피할 수 있을까? 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있지만, 정가 안팎에선 국민의힘의 패배 가능성을 심각하게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15일 쌍특검(통일교 금품수수·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비리 의혹 특검)을 촉구하면서 단식을 시작했다가 대통령실·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이어지는 패배 경고 그러다 지난달 22일 초라하게 단식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에 대해선 강한 의욕을 드러내 친한(친 한동훈)계와 소장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장 대표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과 밀착하는 등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자신의 정치적 공간 조성 전술로 삼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선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 큰 집단’과 공명하면서 장 대표의 정치적 의사 청취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는 사이 지방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5선을 노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을 만나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장동혁 디스카운트가 선거를 덮치지 않을까 싶은 염려가 매우 크다”며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말을 안 해도 속은 숯검댕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한 전 대표가 제명됐던 지난달 29일에도 “장 대표가 당을 자멸로 몰아넣었다”면서 장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4일부터 2일 동안 서울시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 40.3%의 지지를 얻어 50.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성동구청장보다 10.2% 뒤처지는 결과를 얻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이하 TK) 외 지역에선 지방선거 전패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국민의힘의 TK 지지율은 19%로 확인돼 정가에 큰 충격을 줬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지도력의 공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이후에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표를 맡아 수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미래 구상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선거 패배 후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지난해 5월10일 새벽 3시에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를 한덕수 전 총리로 기습 교체하려다가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갈등을 매끄럽게 수습·조율할 지도력 공백의 여파였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두 전직 대통령이 구사했던 정치술이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2인자·미래 권력·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1인 지배 체제를 선호했고, 다른 의견을 제시한 정치인은 퇴출하려고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장 디스카운트…현 시도지사 속은 숯검댕이” ‘북적북적’ 넘치는데 다른 지역은 구인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국회법 개정안 관련 갈등을 빚었던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 심판’을 언급하면서 국무회의 도중 강하게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13일 후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3명의 여당 수장에게 ‘격노’ 카드를 부여한 후 퇴출하는 정치술을 구사했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과도한 당내 권위·권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권력 승계에 있어 큰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학에선 과도한 권위·권력이 갑자기 무너진 후 진행되는 혼란상을 권력 공백이라고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이 추구했던 권력 형태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정의했던 가산관료제와 맞닿는다. 막스 베버는 “근대 관료제가 군주제 국가의 관료제보다 진보적·합리적”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군주제 국가 관료제에 가산관료제란 명칭을 붙였다. 군주제 국가의 각종 행정 기구는 군주의 사유재산을 관리하면서 군주의 개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군주는 국가의 가부장이고, 관료는 군주의 가신에 가깝다. 군주의 주관적 의지와 자의적 판단이 법적 절차보다 우위에 있고, 군주와의 친소 관계가 관직 임용의 기준이 된다. 이로 인해 관직은 거래 수단이 되는 등 사유화된다. 두 전직 대통령도 공천권을 사적 충성심의 거래 수단으로 활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내 친박(친 박근혜) 계열 정치인을 제20대 총선에서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 공천에 개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2018년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단 의심을 받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현대 정당 시스템을 전근대적 가산관료제로 역행시켰다. 권력 공백 상황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민주적 정당성을 토대로 전임자의 권위·권력을 승계받은 후계자가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혼란을 수습할 후계자를 양성할 수 없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5월 대선후보였던 김 전 후보를 새벽에 기습 교체하려고 했던 것도 권력 공백 상황에서 발생했던 극단적인 혼란이었다. 한 전 총리가 김 전 후보의 대안으로 선택됐던 이유도 당내 영향력이 미약한 인사·외부인을 옹립해 특정 정치 집단의 이권을 유지하려던 것이었다. 12명 중 5명 출마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을 암시하는 현 상황 중 하나는 당내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 선언만 이어지고 있단 것이다. 현재까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정치인은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 ▲추경호 전 원내대표(대구 달성군) ▲윤재옥 전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최은석 의원(대구 동·군위갑)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갑) 등이다. 원외 정치인으로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 홍석준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TK 지역신문 <영남일보>는 지난 3일 사설을 통해 “대구 전체 의원이 12명이니, 절반 가까이 대구시장 선거에 뛰어든 셈이고, 사상 유례없는 출마 러시”라며 “추상적인 슬로건을 강조할 뿐, 대구의 미래에 대한 독자적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고 비판했다.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지지하고 있다. 전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전한길을 품는 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향후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으며, 대통령도 될 수 있다”며 “저는 공천 같은 건 안 받지만, 만약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받는다면 이 전 위원장에게 무조건 양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방문했고, 오는 9일 대구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했다.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정치인은 ▲이철우 현 경북도지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재원 최고위원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있다. 이 지사는 3선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 시장은 포항시장 3기를 채웠기 때문에 더는 포항시장으로 출마할 수 없다. 최 전 부총리는 구 친박계의 핵심으로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2022년 특별사면을 받은 후 재기를 꿈꾸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경북도지사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김 최고위원의 의원 시절 지역구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었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선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했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오 시장에 이어 국민의힘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새누리당 원유철 전 원내대표·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등 원외 인사들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선 “과열 양상이 빚어지는 TK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친한계는 “서울 강남·부산의 보수 성향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한계는 십수명 안팎의 국민의힘 의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 사라진 2인자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지난달 28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신당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창당설에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수도권 기반 의원들의 위축을 유발해 국민의힘 전체의 폐쇄적 집단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선 “소장파의 성장 가능성을 완전히 거세할 위험으로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당내 견제 장치가 사라져 언더 찐윤의 확증 편향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굳어질 위험으로 이어진다. TK·강원을 주된 기반으로 둔 언더 찐윤이 주도권을 장악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 총선부터 연이어 참패해 국민의힘의 수도권 기반이 축소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치 구도에서 수도권 출마자들은 외연 확장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 외연 확장이 가로막히면서 기존 텃밭을 지역 기반으로 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다. 반대로 외연 확장 실패는 정당의 힘을 약화한다. “언더 찐윤에 해당한다”는 평을 듣는 국민의힘 내 TK 기반 정치인들은 “언론 노출을 꺼리면서 지역구 토호와의 접촉에 열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외연 확장 실패는 외부와의 경쟁 포기·지역 기반 안주란 결과로 연결된다. “국민의힘에서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 열기만 이어진단 것은 ‘영남 자민련’ 축소를 자처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내 중앙 정치의 패장들이 중앙 정치에 뜻을 잃고 내부 기반의 요새로 도피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현대 정치학에서 거론하는 정치적 부족주의 개념를 뒷받침한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개인이 이성적 정책·이념보다 인종·지역·종교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치적 정체성에 자신을 귀속시키면서 동일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8년 저서 <정치적 부족주의>를 출간했다. 추아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해 “특정 집단의 이익만 대변하는 정체성 정치가 활개를 치면서 증오·대립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이 전 위원장의 대구 출마를 촉구·지지하는 상황은 정치적 부족주의를 넘어 계파적 부족주의로까지 축소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연이은 수도권 참패 후유증…부족주의 강화 눈앞 아른거리는 자민련·자유선진당 뒤안길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에 대해선 “연이은 선거 패배 때문에 이어진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지 못한 채 과거 성공했던 지역 기반 승리에 집착하는 경로의존성에 따라 보신주의를 추구한다”는 평이 나온다. 두 전직 대통령은 1인 지배 체제를 선호해 후계자 양성에 소홀했다. 이는 위기를 타개할 정치적 상상력을 가지고 미래 권력이 돼야 할 2인자가 사라졌다는 후유증으로 연결됐다. 이들은 소속 정당이 중앙 정치에서 힘을 잃더라도 지역 기반만 유지할 수 있다면,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새로운 모험을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정치적 성공을 안겨준 지역 기반에서의 승리 공식을 토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경로의존성에 의지한다. 그 결과, 국민의힘의 대구 지역 의원 12명 중 5명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현상에 대해선 당이 “불확실한 중앙 정치를 감당할 역량마저 고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일부 지식인은 거듭되는 난세를 정치적·정신적으로 감당하지 못했다. 이들 사이에선 대나무숲에서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타면서 노장사상을 토대로 구성된 청담을 말하는 풍조가 유행했다. 이들 중 특히 유명했던 선비 7명을 묶어 죽림칠현이라고 한다. 죽림칠현은 모친상 도중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연주하거나, 친구의 모친상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등 기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이들은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 말년엔 고위 관직을 지내거나, 위나라 황실 사위가 되는 등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들에게 대나무숲은 정치적 실패를 잊기 위한 도피처였다. 사회 전반적로는 5가지 광물을 섞어 제조하는 마약 오석산이 유행했다. 죽림칠현도 술에 오석산을 섞어 마시면서 청담을 논했다. 오석산 복용자들은 환각 상태에서 기행을 저질렀다. 독성 때문에 피부가 약해지기 때문에 새 옷의 반듯함을 감당하지 못해 낡고 헐렁한 옷을 입어야 했다. 그래서 위나라 곳곳엔 낡고 헐렁한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민의힘에서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만 이어지는 현상은 “텃밭으로 돌아가 연이은 선거 패배와 정권 상실이란 현실을 잊고 자아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언론이 국민의힘을 일컬어 ‘영남 자민련’이나 ‘영남 소수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더 큰 몰락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연립 정권의 한 축이었던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은 정치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연이어 선거에 패배한 후 2006년 한나라당에 흡수됐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에서조차 자민련만큼의 지지세를 확보하지 못해 2012년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과 합당해 소멸했다. 다가오는 몰락의 길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중도 보수’ 선언을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과연 TK만 북적거리는 국민의힘은 자민련·자유선진당의 뒤안길을 걷지 않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