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예비후보들의 임대료 전쟁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24 10:18:48
  • 호수 12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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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한데…’ 사무실 두 배로 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선거는 ‘쩐의 전쟁’이다. 예비후보 신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복수의 예비후보자가 말한다. “움직이나 가만히 있으나 돈이 나간다.” 그중 선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목돈이 나가는 부분이 바로 임대료다. <일요시사>는 예비후보들이 짊어지고 있는 임대료 부담 실태를 취재했다.  
 

▲ 선거 유세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선거철만 되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사통팔달’(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아 있음. 즉 길이나 통신망이 막힘없이 통하는 모습)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정치권서 말하는 소위 명당이다. 

목 좋은
빌딩으로

일례로 5선의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사용했던 사무실은 광진을 지역구의 중심이자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자양 사거리에 위치해 있다. 광진을에 도전장을 내민 미래통합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무실 역시 추 장관이 사용했던 사무실과 차로 1분,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인사는 <일요시사>에 “보통 사무실은 그 지역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잡는다. 오 전 시장이 사무실을 추미애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잡았다는 것은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한 바 있다.

사통팔달만이 명당의 조건은 아니다. 종로 출마를 선언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 때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무실로 썼던 광화문 인근 빌딩에 사무실을 차렸다. ‘당선 프리미엄’이 붙은 명당이다. 앞서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박진 전 의원이 이곳서 당선됐다.

황 대표와 대결을 펼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역시 당선의 기운을 받는 곳에 사무실을 꾸렸다. 이 전 총리 사무실이 있는 종로6가 금자탑빌딩은 정 총리가 20대 총선 때 사용하던 곳이다. 이 전 총리는 기존에 계약한 빌딩 3층과 정 총리가 자리를 비운 5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종로가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라면 대구의 정치 1번지는 수성갑이다. 이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 중 많은 수가 유동인구가 많은 범어네거리 일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해당 일대는 전통적으로 지역의 요충지로 통한다. 해당 지역구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이 일대에 사무실을 차렸다. 경쟁자였던 김문수 당시 예비후보는 당초 만촌네거리 쪽으로 사무실을 물색했으나, 김부겸 측이 범어네거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계획을 수정, 해당 일대에 사무실을 열었다.

명당 선점 경쟁 ‘쩐의 전쟁’
수지타산 맞지 않아 이전도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현재, 예비후보들은 이런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치 신인들에게 명당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홍보가 공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들은 비싼 임대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하곤 한다. <일요시사>와 대화를 나눈 예비후보들은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시세보다 두 배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사무실을 계약했다. 원래도 인기가 많은 자리였지만, 본인에 대한 출마설이 지역에 돌자 임대료가 기존 금액서 두 배로 뛰었다고 한다. 해당 예비후보는 탄탄한 조직과 인지도 등을 갖춘 현역 의원과의 대결서 승리하기 위해 비싼 임대료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총선을 앞두고 사무실을 이전하는 예비후보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요시사>가 만난 예비후보는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비싼 임대료 대비 공간이 협소해서였다. 그는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훨씬 넓은 사무실을 선택했다.

충청의 한 현역 의원실 관계자는 캠프 시절을 떠올리며, 예비후보들이 느끼는 임대료 부담에 대해 설명했다. 좋은 자리는 한정돼있고, 선거 때마다 거점으로 쓰는 자리는 정해져 있으니 부당하다고 느끼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웃돈을
주고라도

누군가 당선됐다고 하면 웃돈을 주고라도 사무실을 임대하고 싶어 하는 후보의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이 되면 지역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된다.  

대구·경북(TK)의 한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뛰는 임대료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선거철만 되면 임대료를 높게 부른다. 예를 들면 월세를 30만원 더 부르는 식이다. 관행이다. 이런 것도 사실은 선거법을 바꿔서라도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니 목 좋은 곳은 엄청나게 부른다. 이게 불공정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관행이라 말했다. 즉 임대료 상승은 총선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6·13지방선거서 뛰었던 한 인사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임대료가 많이 세진다. 두 배가 뛰고, 그것보다 더 뛰는 경우도 있다. 진짜 자리가 좋으면 조금 더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선거철에 아쉬운 건 우리라서 건물주들이 조율을 잘 안 해줘도 ‘울며 겨자 먹기’하는 심정으로 계약해야 한다.”

지방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인사는 “이런 경우도 있다. 건물주가 ‘난 무조건 1년 계약해야 한다. 아니면 계약을 안 하겠다. 계약하려면 하고 안 하려면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경우인데 실제로 1년 계약하는 사람도 봤다”며 “공천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보통은 선거가 다가와서 사무실을 급하게 구하는 편이라 우리가 절대적 ‘을’”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수막도
비용 지불

사무실 외벽에 설치하는 현수막 비용도 고민거리다. 현수막 설치는 사무실 임대만큼이나 중요한 선거 과정이다. 당연히 후보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크고 퀼리티 좋은 현수막을 설치하고자 한다. 문제는 현수막 설치하는 데 드는 추가적인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사례는 다양하다. 현수막이 건물에 입점해 있는 매장의 간판을 가리는 경우, 통상 후보자가 매장 측에 배상해야 한다. 지불 금액은 지역별로, 매장 측의 요구별로 천차만별이다. 매장 측이 후보자에게 현금 대신 선풍기나 에어콘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건물주가 현수막을 설치하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을 후보자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현수막이 건물의 외관을 해치니 비용을 지불하라는 이유다. 이 또한 지역별로 사람별로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어떤 건물주는 비용을 요구하지만, 또 어떤 건물주는 요구하지 않기도 한다.
 

▲ 선거는 돈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정치 이벤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예비후보자들이 이러한 선거철 관행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관례로 선거가 ‘쩐의 전쟁’이라는 굴레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포함해 선거에 드는 비용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불만을 드러내는 후보자만큼이나 건물주·임대인(임대차 계약에 따라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빌려준 사람)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거철 사무실은 단기계약이 주를 이룬다. 두 달서 세 달 정도가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 1년 계약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따라서 단기계약을 하는 입장에서 1년, 2년 계약하는 사람과 같은 임대료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단기 임대라서…
‘떴다방’ 닮았네∼

수도권의 한 예비후보는 “나는 (건물주를)이해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두 달 정도 사무실을 쓰는 동안 그 곳을 임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느냐”며 “건물주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선거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주·임대인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떴다방’(부동산 분양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 일시적으로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데서 유래한 이름)을 예로 들었다. 

“(선거철 사무실은) 재고처리하려고 한두 달 장사하고 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정상적으로 1년, 2년 계약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 룰을 깨고 세 달 가량 사무실을 쓰는 건데(임대료를) 똑같이 내려고 하면 안 된다.”

추가적인 현수막 비용 역시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여기는 예비후보가 적지 않았다. 다만 현수막이 건물을 가리는 일에 대한 배상은 ‘합당하다’와 ‘그렇지 않다’로 예비후보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합당하다는 측은 건물주의 사유재산을 이용한다는 점을, 그렇지 않다는 측은 건물주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준 적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선거는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정치 이벤트로 그 부담은 현역 의원들보다 예비후보에게 더 가중된다. 임대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역의 경우 통상 기존 지역 사무실을 선거 사무실로 전환한다. 반면 예비후보들은 단기로 새로운 사무실을 찾아 계약해야 한다. 현역보다 예비후보에게 가중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여전히 높은
‘15%’의 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총선의 선거비용 제한액을 지역구 후보자 평균 1억8200만원으로 설정했다. 지역별로 차등이 있지만, 빚내서 선거에 나온 예비후보자들에게는 여전히 부담되는 액수다. 또 현행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는 15% 득표 시 선거비용 전액, 10% 득표 시 반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은 예비후보자들에게 15%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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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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