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큰 그림 그리는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 직격인터뷰

당정청 국회까지 섭렵 “듣는 DNA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당정청 국회까지 다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23년간 훈련이 됐다.” 30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관으로 50대에는 문재인정부 첫 춘추관장으로 일했던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제21대 총선서 용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보수세’ 강하기로 정평이 자자한 용산이지만 용기를 내서 정면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 ⓒ문병희 기자

용산구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추고 있어 대한민국의 발전과 직결되는 지역구다. 그만큼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16년째 용산을 지켜온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의 불출마 선언으로 용산에는 새로운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용산 출마 의사를 밝힌 권혁기 전 춘추관장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아래는 권 전 춘추관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총선에 출사표 냈다.

▲지난 23년간 당과 청와대, 국회서 근무해왔다. ‘행정 위에 정치가 있다’는 것을 문재인정부 들어서 다시 배우게 됐다. 한국의 정치 환경에는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진행될 수 없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어떤 공약을 이행하려고 할 때, 시작부터 거센 정치적 공세를 받게 되는 환경을 보면서 행정은 결국 정치의 하위기구라는 걸 느꼈다. 결국 민심을 모으는 과정이 정치기 때문에 정치가 더 중요해졌고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출마하게 됐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무엇을 했나.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80년대에 총학생회장을 하고 시민사회운동이나 정치권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기업에 들어갔다. 94년도에 공채 시험을 보고 BYC라는 메리야스 패션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영업 본부서 시장과 마케팅을 배웠다. 물건도 세일하고 대리점 장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획하는 마케팅도 3년간 배웠다. 시장서 상인들을 만날 때 이 얘기를 하면 좋아해주신다.


-정계 입문 계기는.

▲BYC가 대기업은 아니지만 재무구조가 튼튼한 중소기업이다. 세일즈를 잘해서 상금도 많이 탔다. 그러다 20대 후반의 봉급쟁이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직장서 잘 살고 있는 것이 과연 내 책임을 다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92년도 대선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 후보가 낙선했고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가 됐다. 청년 학생운동을 하면서 수평적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었던 유권자 중의 한 명으로서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에 노크하고 입문하게 됐다. 97년도에 고 김홍일 전 의원, 정세균 총리님과 연청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를 도우면서 수평적 정권교체에 도움 드리는 일을 했다.

대선이라는 그런 큰 의제가 있으니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실제로 회사 생활이 재밌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수평적 교체가 이뤄진 후에 연청 선배들로부터 최초로 정권을 잡았는데 잡아놓고 왜 돌아가냐는 만류가 있었고 이때 정치권에 남게 됐다.

-정세균 총리와 인연이 깊다.

▲연청서 인연이 됐다. 정세균 총리가 2007년도에 열린우리당 마지막 의장을 했다. 그때 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갔다가 해양수산부서 장관정책보좌관을 2년6개월 정도 하고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으로 복귀했다. 정세균 총리가 당 대표를 하실 때 당 대변인실 실장을 했다. 또 국회의장 하실 때는 제가 부대변인을 하게 됐다. 의장님하고 정치적 연이 굉장히 깊다.

-왜 용산을 선택했나.


▲용산은 제가 태어난 고향으로 서빙고 태생이다. 용산은 정치적으로 자유한국당에 조금 더 유리한 지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대통령을 모셨던 비서관으로서 어려운 곳에서 용기를 내어 출마를 하는 게 명분도 있고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산의 매력은 무엇인가.

▲예산만 통과되면 여지없이 나오는 보도가 ‘쪽지 예산’에 관한 것이다. 자기 지역구 챙기기, 지역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기사다. 그런 성격의 쪽지 예산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용산에 필요한 예산은 용산 주민만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서울 시민을 포함해 전 국민을 위한 예산이 될 수 있다.

‘보수세’ 강한 용산서 용기 내 출마
“국민 위해 뛴다” 23년 이력이 무기

예를 들어 곧 반환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한미군기지를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국가 공원으로 만든다면, 필요한 예산을 쪽지 예산으로 넣었다고 해서 용산 이기주의라고 하고 공격 받지는 않을 것이다. 또 용산역과 서울역을 현대화하고 물류 기지 역할로 만드는 예산을 의정활동을 통해 따겠다고 하면, 그게 용산 주민만을 위한 예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거다. 용산은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필요한 정책과 입법 예산이 곧 전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곳이다.

-지역구 현안엔 무엇이 있나.

▲용산의 가장 큰 현안은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인데 사실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했다. 동두천 미군기지는 반환 결정이 났는데 몇 미군기지는 아직 반환 결정이 나지 않아서 정부가 더 속도를 내겠다고 표명한 상황이다. 용산은 서울 도심을 향하는 관문이다. 미군기지 이전에는 일본 군대가 주둔했고 조선 말기에 청나라 군대가 주둔을 하면서 약 몇백년간 외국 군대가 지배했던 땅이다.
 

▲ 21대 총선서 용산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그러다 보니 서울의 교통에 안 좋은 악영향도 준다. 민족적 자긍심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군기지가 속히 반환되는 게 필요하다. 협상의 걸림돌 중 환경오염 부담금 이야기가 있는데 미군기지를 주변으로 한 교통난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더 훨씬 심각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역과 서울역의 지하화를 통해서 지상을 온전하게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안을 밝혔다.

2022년에 코레일이 그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게 됐다. 용산역서 서울역까지 지하화가 되면 약 8만평의 부지가 나온다. 철도로 길이 나뉘는 것이 해소될 뿐 아니라 8만평 부지가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현안 해결을 위한 방안은.

▲현실적인 협상으로 조속히 반환을 받아내 국민들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국가대표 공원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행정의 힘만으로는 되지는 않는다. 미군기지를 공원화하는 일에는 국방부, 국토부, 문화관광부 등에 책임 권한이 산재돼있다. 이건 구청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서울시청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결국은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종합 발전 플랜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치적 조정이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는 것이다.

-요즘 일과는 어떤가.


▲용산서 출퇴근하시는 분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첫 번째 일과다. 아침 7시부터 출근 요지서 시민들을 만난다. 처음 이틀 정도는 명함만 드렸는데 명함을 받는 확률이 떨어졌다. 이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후보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와 소통을 해야 한다. 이력만 봐달라고 홍보하는 거 자체가 잘못됐구나 싶었다. 그래서 3일 차부터 큰 소리로 유권자들이 오시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권혁기입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하고 절을 하면 다들 쳐다보신다. 그 후 저희 팀원들이 명함을 드리면 받으신다. 교감을 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명함을 막 뿌린 데 보면 명함이 많이 떨어져있는데, 인사한 다음 1500장 정도 명함을 드렸을 경우 정말 두세 장도 안 떨어져 있다. 오전에는 오피니언 리더들 또는 정책적인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과 면담을 한다.

오후에는 주민들이 많이 왕래하시는 주요 장소서 인사하고 상가별로 방문한다. 대형 상가 메인 스트리트는 거의 다 돌았다. 요즘은 골목상권을 다니고 있다. 한참 걸어가야 슈퍼 하나 나오는 곳이다. 용산에 있는 모든 골목상권까지 다 인사드리는 게 계획이다. 골목상권 안까지 들어가서 인사드리면 여기까지 왔냐며 호감 표시가 적극적여서 훨씬 더 보람된다.

-실제 지역 주민분들을 만나봐도 보수세가 강한가.

▲그렇게 알고 1년간 바닥을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말하는 정권 심판론은 아직까지 느끼지 못했다. 들으시라고 일부러 민주당 후보라고 외친다. 보수층이 밀집돼있는 동네서도 인사하고 대화도 나눈다. 정권 심판론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원래 총선은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는 느껴진다.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용산의 유권자들은 정치문화에 변화를 바라고 계신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금 더 역동적이고 조금 더 진화된 정치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문들을 참 많이 하셨다.
 

-용산서 진영 행정부장관이 4선을 했다.


▲진영 의원님이 4선을 하셨고 성장현 구청장님도 3선째다. 두 분이 용산을 잘 이끌어오셨는데 진 장관의 불출마 선언이 유권자들께서 그런 주문을 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 같다. 용산 정치의 한 세대가 정리가 되니 다음 세대로 정치문화가 넘어가서 발전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젊고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후보를 원한다는 말씀도 참 많이 하신다. 유권자분들은 싱싱하게 열심히 뛰어다닐 수 있는 사람, 추진력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많이 말씀하셨다. 그래서 여야를 떠나 그런 변화에 대한 요구에 부합하는 후보가 훨씬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용산 출마설이 유력하게 나온다.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다가 이낙연 전 총리의 대결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는 당내 기류 때문에 용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수 진영의 대선 1위인데 첫 단추부터 잘못된 정치행보라 생각한다. 용산 또는 알파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이 전 총리와의 대결을 피하는 지역구를 찾는 것인데, 대선주자로서 좋느냐는 질문은 한국당 내부서부터 나와야 할 것 같다.

만약에 그 카드로 용산을 선택한다면 저는 정면승부할 것이다. 용산은 정치적인 변화나 역동적인 추진력을 주민들이 많이 요구하고 있다. 황 대표의 선택은 용산 주민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으로 온다면 다윗이 골리앗을 상대하는 심정으로 멋지게 평가받아보겠다.

“두세 번 듣고 한 번 말하고
바로 행동하는 정치인 될 것”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일단 당에서 훈련이 됐고 정부 경험도 있다. 청와대서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두 분에 걸쳐 행정관과 춘추관장 경력을 가졌다. 당정청 국회까지 다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을 한다. 23년간 훈련이 됐고 당에서는 주로 전략기획국장을 맡거나 대변인실 실장 업무를 했다.

문정부에서는 10개월 동안 춘추관장을 하면서 당의 정책 또는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했다. 언론인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이견을 좁혀가는 일을 하다 보니 협의하는 DNA가 생겨났고 듣는 DNA도 생겨났다. 23년간의 훈련된 과정 속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정책과 입법과정에 담을 수 있는 소통능력이 제일 큰 장점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소통은 무엇이라 보나.

▲유권자가 원하는 건 인사만 하고 휙 가지 말고 앉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정치인이 말하는 소통은 나의 입장과 나의 비전을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소통은 국민들 이야기를 잘 들어달라는 것이다. 4시간 반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다 보면 실제로 그 안에 답이 다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지금 굉장히 높다.

-언론과 지속적인 스킨십을 해왔다. 언론의 문제는 무엇이라 보나.

▲미국도 보수지가 있고 진보지가 있다. 진보 독자가 있고 보수 독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게 언론의 논조인데 이는 언론의 고유 권한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언론사의 논조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다만 오보에 대해서는 언론이 조금 더 용기를 낸 개혁이 필요하다. 오보가 발생하면 시민들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바로 잡는 과정이 너무 길어, 바로 잡힌다고 한들 이미 피해자의 피해는 굉장히 크다.
 

▲ 인터뷰 갖는 권혁기 전 춘추관장 ⓒ문병희 기자

또 기존의 언론뿐만 아니라 요즘 더 문제가 되는 게 유튜브 방송이다. 언론사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유튜브 방송도 많이 생겼다. 근데 언론사처럼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피해를 보는 국민 입장서 오보를 신속하게 바로잡는 과정, 그리고 오보에 따른 피해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서 제도화가 시급하다.

-최근 민주당에 외부영입된 인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인재검증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인재를 영입할 때는 일단 보안도 중요하고 여야가 선두 다툼을 벌이는 것도 있다. 철저한 검증도 중요한데 표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건 신상자료를 제공받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생활 영역은 정말 검증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검증 한계의 한 사건이었다. 말 그대로 누가 고의성이 있거나 누락하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도 아닌 것 같다.

-청와대 프리미엄 누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을 모시고 같이 국정운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프리미엄이 맞다. 그런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이라는 점은 예비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어필되니 프리미엄이라고 인정하는 게 맞다. 다만 공천과 경선 과정서 청와대 특혜가 있느냐는 별개다. 당이 청와대 출신에 대한 특혜는 없다고 했는데 이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누군가가 공천서 특혜를 받으면 이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공정의 가치가 굉장히 높은 사회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가 특혜를 받으면 언론이 그걸 가만히 놔둘리도 없다. 청와대 출신이 갖고 있는 메리트는 인정하지만 공천과 경선 과정서 특혜는 없을 것이며, 있어서도 안 된다. 다 각자의 지역구 상황에 따른 본인의 경쟁력으로 각자도생하는 거다. 또 많은 청와대 출신들이 출마한다고 하지만, 모두 다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다.

-당에서 용산 전략공천 움직임이 있다.

▲당 지도부가 언급했던 경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저를 비롯해 네 명의 예비후보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조금 어려운 지역이지만 용산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뽑을 수 있는 분들은 오랫동안 정치를 하신 당원과 우리 지지자들이다. 그분들에게 맡기는 것이 최고의 검증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길이다. 용산을 경선지역으로 돌려서 당원과 용산 주민들이 직접 민주당 후보를 뽑게 한다면, 그 카드는 분명히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잘 듣는 정치인이다. 캐치프레이즈가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고 바로 행동하겠다’는 거다. 어눌한 언변을 갖고 계셔서 설명할 때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이야기까지도 잘 들어드리는 정치,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서 행동으로 옮기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sangmi@ilyosisa.co.kr>


[권혁기는?]

▲용산구 서빙고동 출생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실 춘추관장
▲국회 대변인실 부대변인
▲민주당 전략기획국 국장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
▲청와대 국내언론비서실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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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