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출처불명’ 코로나 괴담 백태

전염병보다 무서운 혓바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염병의 무서운 점은 확산 속도와 범위를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의심환자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문제는 전염병 확산보다 더 빠르게 퍼지는 미확인 정보들이다. <일요시사>가 메르스 사태 때와 유사하게 확산되고 있는 우한 폐렴 괴담을 짚어봤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우한 폐렴)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이은 대규모 전염병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난 것. 정부는 확진환자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면서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눈만 마주쳐도?

문제는 전염병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는 미확인 정보들이다. 미확인 정보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살이 붙어 괴담급으로 부풀려지는 모양새다. 2015년 메르스가 퍼졌을 때, 2018년 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했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들불처럼 번져 사실처럼 유포됐다.

공기 중으로 감염된다’ ‘치사율이 40%에 이른다’ ‘환자가 있던 병원에 들르기만 해도 감염된다’ ‘○○를 먹으면 메르스에 걸리지 않는다등의 미확인 정보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퍼져 나갔다. 정부의 서툰 대응은 괴담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더 나아가 확진환자에 대한 도 넘은 비난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이 상당했다.

이후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괴담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하지만 올해 연초부터 우한폐렴이 발병하면서 괴담 역시 다시 창궐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우한 폐렴이 시작된 중국과 관련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공기 중으로도 감염된다?= 우한 폐렴을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눈과 코, , 점막을 통해 침투할 수 있다. 감염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튄 침방울이 호흡기나 점막에 닿을 경우 옮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산 김치를 먹으면 감염된다?= 중국산 재료로 만든 김치로 전파될 위험성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산 김치가 현지서 만들어졌다 해도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현재로선 중국산 김치를 먹고 우한 폐렴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서 시작
잘못된 정보와 미확인 정보 확산

감염환자와 눈만 마주쳐도 걸릴 수 있다?= 우한폐렴 발병 초기 각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8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각막을 통해 우한폐렴이 전염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눈을 바라보기만 해도 옮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루머’”라고 강조했다.

무증상 상태(잠복기)에도 전염될 수 있다?= 김우주 교수는 지난달 2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이 우한 폐렴의 잠복기가 평균 10일인데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다고 발표해 놀라움을 줬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검증이 필요하다. 홍역이나 수두, 인플루엔자처럼 잠복기에 전염력이 있는 감염병이 있긴 하다. 하지만 우한 폐렴의 경우 잠복기에 전염력이 있다 해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국여행 시 주의사항

손 세정제로도 예방 못한다?= 알코올이 70% 정도 포함된 손 세정제를 사용하면 바이러스가 죽는다. 보통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가량 씻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알코올 손 세정제를 갖고 다니며 수시로 손을 씻으면 우한 폐렴을 예방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한 인터넷 카페에 방금 서울의 한 지하철역서 중국인이 쓰러졌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지하철역에 쓰러진 남성을 두 사람이 일으키려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확인 결과 쓰러진 중국인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우한 폐렴과는 무관했다.


국내 3번째 확진환자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 쇼핑몰에 들렀다는 소문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면서 지역사회가 들썩였다. SNS를 중심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폭주했다. 소문은 질병관리본부서 이 확진환자가 해당 쇼핑몰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나서야 가라앉았다.

인천과 제주도, 경남 창원, 광주, 울산, 수원 등 전국 각지서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괴담이 돌았다. 소문은 대부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번졌다.

허위신고에 몰래카메라까지
방심위 “가짜뉴스 모니터링”

지난달 29일에는 광주서 한 20대 남성이 여자친구와 중국에 다녀왔는데 열이 난다고 신고했다. 우한 폐렴 가능성을 우려한 상황실 근무자는 전화를 건 남성에게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으라고 답했다.

보건당국은 광주 북부경찰서와 공조 수사를 벌여 남성에게 역전지구대로 나와 달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새벽에 PC방서 게임을 하는데 옆 좌석 손님이 중국에 다녀왔다고 해서 재미삼아 신고했다는 것. 경찰은 이 남성을 경범죄처벌법상 허위신고 혐의로 입건했다.

유튜브에도 우한 폐렴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유튜브 영상에는 거리에서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의료진으로 보이는 인물이 진료 도중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영상들이라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29일에는 유튜버 4명이 이용자가 많은 기차역 광장 등에서 우한 폐렴 환자 발생 상황을 가장해 몰래카메라를 찍는 일이 일어났다. 흰색 방진복을 입은 2명의 유튜버가 환자로 가장한 또 다른 일행을 쫓는 모습에 국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찰에 잡힌 이들은 우한폐렴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확인 소문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칼을 빼들었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달 28우한 폐렴과 관련해 사회적 혼란과 국민의 과도한 불안을 야기하는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정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중점 모니터링 실시와 자율규제 강화를 지원하고 포털 사업자에게 정확한 대응요령 등에 대한 홍보를 협조 요청했다. 방심위는 우한폐렴 관련 가짜뉴스를 중점 모니터링해 개연성 없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해당정보 삭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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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