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윤석열 사단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0:14:23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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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 잘린 검의 반격 카드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무부가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 등 여권 실세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지휘한 대검 간부들을 전격 교체했다. 사실상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수족들을 모두 물갈이한 셈이다. 

법무부는 지난 8일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고위 간부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오후 6시경, 추 장관이 이미 청와대에 다녀왔다는 말이 나왔다. 하루종일 윤 총장의 인사 관련 의견을 듣는 문제로 법무부-검찰의 기싸움이 있고 난 뒤였다. 곧이어 ‘법무부 발표 시점이 7시냐, 8시냐’는 이야기들이 서초동에 무성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오후 7시30분 법무부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팔다리 
다 짤렸다

인사대상은 모두 32명이다. 고검장급 승진 5명, 검사장급 승진 5명, 전보 22명. 이 명단에는 배성범 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법무연수원장으로 전보),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부산고검 차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제주지검장)이 들어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의혹 수사 지휘라인이다.

특히 한동훈 반부패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윤 총장의 오른팔과 왼팔로 불린다. 윤 총장은 중앙지검장 시절 2·3차장으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을 취임 후 그대로 대검에 데려갔다. 하지만 세 사람의 황금기는 약 6개월 만에 끝났다. 윤 총장의 또 다른 최측근인 ‘소윤’ 윤대진 수원지검장 역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가면서 수사 일선서 물러나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실무를 담당했던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도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발령이 났다.


이 부장의 자리는 이정수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부임하게 됐다.

검사장급 32명 인사 전격 발표
칼 뽑은 추…지휘부 완전 해체

반면 요직에 발탁된 인물들은 현 정부와 인연이 있다. ‘검찰의 꽃’ 서울중앙지검 수장이 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2006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좌했다.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유재수 감찰 의혹’ 수사를 총괄했지만 검찰 인사 등을 다루는 검찰국장으로 임명됐다. 그 역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서 일했다. 조 국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검찰 내부망에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박연차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있다”며 “봉하마을로 내려가 조문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새로 대검 반부패부장이 된 심재철 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추미애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 언론홍보팀장을 맡았다.

호남 출신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지검장과 조 국장은 모두 전북 전주고 출신이다.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한 5명 중 2명도 전북·전남 출신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은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온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그렇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장에는 광주 인성고 출신의 고기영 부산지검 검사장이 자리를 잡았다.

검 수뇌부
공중분해


대검 형사부장과 인권부장, 과학수사부장, 공판송무부장도 교체됐다.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문홍성 인권부장은 창원지검장으로 각각 떠나게 됐다. 김관정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이 대검 형사부장으로, 이수권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이 인권부장을 맡는다. 두 사람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한다.

이두봉 과학수사부장은 대전지검장으로, 노정연 공판송무부장은 전주지검장으로 가게 됐다. 노정환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과학수사부장으로, 이주형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공판송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앞서 법조계 안팎에선 조 전 장관 등 여권 실세를 수사해온 대검 지휘부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검찰 내부에선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여권과 대립해온 윤 총장 측근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이런 관측과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날 인사 협의 절차를 놓고 하루 종일 정면충돌했다. 검찰은 검찰청법에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가 명시됐는데도 법무부로부터 인사 명단조차 받아보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법무부로 들어와 의견을 개진하라”고 했다. 윤 총장은 인사안을 먼저 보고 검토한 다음 의견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보안 등을 이유로 인사안을 보내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이대로는 의견 청취가 ‘요식절차’에 그칠 수 있다며 응하지 않았다.

현실 된 
검풍낙엽

그러자 법무부는 기자단에 알림 문자를 보내 “검찰총장은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검찰은 “법무부서 이 같은 구체적 인사안을 보내오면 충실하게 검토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며 버텼다. 그러자 추 장관은 이날 오후 5시께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에게 인사안 재가를 받았다.

이때 검찰총장의 의견 부분은 ‘의견 없음’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사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법무부가 발표했지만 인사 결정권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야당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을 검찰 수장으로 세웠다. 그러나 선거개입 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를 향하자 윤 총장을 6개월 만에 직접 ‘파문’한 것과 다름없다.

윤 총장을 직접 인사 대상으로 삼는 건 청와대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검찰총장 임기가 2년으로 관련법에 정해져 있는 데다 윤 총장 전임인 문무일 총장도 제 임기를 채웠다. 대신 청와대는 윤 총장의 수족을 끊으면서 검찰 내 윤 총장의 영향력을 크게 위축시켰다. 

윤 라인 부산·제주로
좌천 넘어 사실상 와해

정치권 일각에선 윤 총장의 자진사퇴설도 불거진다. 그러나 윤 총장이 스스로 옷을 벗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검찰 내부의 시선이다. 윤 총장의 신년사는 수사팀의 ‘방패막이’가 되기 위해서라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의에 가깝다.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정치권의 반응은 확연히 갈렸다. 여당은 환영을, 보수야당은 ‘인사 폭거’ ‘검찰 협박용 인사’라며 불만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대검 검사급 검사 32명에 대한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과 조직을 재정비함으로써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조이고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 시스템에 따라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원칙과 소신이 강조됐다”며 “개혁의 동반자이자 주축이 될 개개인의 능력과 직무의 적합성이 고루 반영된 적절한 인사로 여겨진다”고 호평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인사는 누가 봐도 청와대가 관련된 범죄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문재인정권 스스로 수사망서 벗어나고자 하는 셀프 면죄부용 인사폭거”라고 혹평했다. 이어 “검찰의 의견청취마저도 거치지 않은 뻔뻔하기 그지없는 인사폭거는 ‘정권보신용 칼춤’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추 장관 역시 직권남용의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청-검 갈등 
봉합? 확산?

이번 인사는 청와대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리한 인사를 통한 노골적인 수사 방해’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정권을 상대로 한 수사팀을 해체할 경우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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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