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다시 떠나다’ 강유진

바뀌는 삶의 터전을 화폭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자하미술관서 강유진 작가의 개인전 ‘On the Road Again 다시 떠나다전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는 몇 년 주기로 계속 삶의 터전을 옮겨 다녀야 하는 강유진의 상황이 반영돼있다. 강유진이 경험한 유목생활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 Gold Mountain, enamel and acrylic on canvas,130 x194 cm, 2019

강유진 작가는 주변 공간의 이미지를 소재 삼아 작업한다. 수많은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상황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선을 끌어당기고 고정시키는 것을 포착한다. 강유진은 그런 이미지들을 전유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 과정서 강유진이 경험했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하나의 풍경

강유진은 가끔 작정하고 낯선 곳으로 이미지 여행을 떠난다. 초기에는 주로 도시의 스펙터클한 공간이 보여주는 시각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수영장이나 공항, 도심 속의 높은 건물, 대로, 갤러리나 미술관 등이 강유진 작업의 주요 소재가 됐다. 자연성이 제거되고 인위적 질서가 부여된 인공적인 공간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작업에 적극 활용했다.

그러다 살아가는 환경이 바뀌면서 작업의 소재도 변했다. 여행하는 곳의 풍경과 주변의 소소한 체험, 자연물 등이 작품에 담겼다. 강유진은 시각적 끌림으로 채택된 소재는 캔버스에 옮겨지면 또 다른 이야기로 빚어진다왜 그런 소재들이 평면의 그림이라는 매체서 재현돼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유진이 풍경서 경험한 감흥은 화면으로 옮겨지면서 회화만이 풍길 수 있는 고유성으로 전환된다. 강유진은 소재의 구상성은 유지하면서 물감의 물성을 강조해 두 가지 상이한 요소 속에서 긴장과 균형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경계선 위에 그림이 위치하길 바란 것이다.


2∼3년에 한 번씩 옮겨 다녀
최근 미국 유타주로 이사해

이번 전시 ‘On the Road Again 다시 떠나다는 강유진이 미국의 유타주로 이사하면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했다. 여행길서 접한 풍경과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살았던 미국 뉴욕주의 시골마을서 경험한 이미지들을 소재로 한다. 강유진은 개인 사정상 23년마다 항상 낯선 곳으로 떠나고 적응하며 정착한다. 그리고 적응했다 싶으면 또 다시 떠나기를 반복한다.

그는 유타는 지금껏 살아온 동네와는 또 다른 강렬한 인상을 준다. 어디를 가도 동쪽엔 산이 길게 자리잡고 있어 산을 피할 수가 없다한국의 산과는 달리 갈색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 흔한 산이지만 나에게는 낯설고 경이롭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 Poinsettia, enamel and acrylic on canvas, 91.4 x127cm, 2016

이번 전시에 걸린 강유진의 작품은 유타주의 산을 주소재로, 뉴욕주서 경험한 시골마을의 자연 이미지들을 적극 활용했다. 재료는 에나멜 페인트를 사용했다. 에나멜은 물감의 물성을 강조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재료다. 뿌리고 흘리는 기법을 통해 에나멜 페인트가 저절로 섞이는 우연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우연적 효과는 구체적인 형상 묘사를 제한하고 추상적인 요소를 적극 드러냈다. 화면에 매끄럽게 발린 에나멜 표면의 광택효과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미지의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고, 시선을 화면 밖으로 반사시키기도 한다. 관객의 시선이 화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가 화면 밖으로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며 그 시선의 흐름은 유동적으로 변한다.

인위적 소재와 자연 이미지
관객들과 작가 경험을 공유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몇 년 주기로 삶의 터전을 옮겨 다녀야 하는 작가의 상황이 작업을 소홀히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듭되는 떠남은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어디를 가나 한 가지 소재나 형식만 고수하는 부류가 있다면 강유진은 자신이 던져진 상황에 긴말하게 반응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이번 전시서 많이 활용된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소재들은 인위적 선택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녹색과 붉은색의 대조를 재생산했다. 크리스마스 자체가 탄생과 부활, 재생이라는 신화적이면서 종교적 관념과 연관된다. 이는 자연에 내재하는 상보적인 힘의 조화에 바탕을 둔 것이다.
 

▲ Holly Bush, enamel and acrylic on canvas, 91.4 x127cm, 2016

작품 포인세티아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잘 쓰는 붉은 색과 붉은 열매가 올라 있는 케이크가 세밑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호랑가시 나무작품에는 붉은 열매들, 그것을 패턴화한 것들, 케이크 등이 여러 버전으로 나타나 있다.

거리 두기

강유진은 멀리서 바라본 산이나 가까이서 바라본 식물의 형태는 모두 자연이라는 하나의 뿌리서 온 것이다. 단지 그것들을 바라볼 때 거리를 얼마만큼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보인다나의 그림 또한 관객이 화면으로부터 각기 다른 폭의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추상과 구상, 뜨거움과 차가움, 우연과 의도 등 상반된 두 요소 사이서 여러 층위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강유진은?]

1977년생

학력

MA Fine Art, Goldsmiths College, University of London 석사(2005)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200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2001)

개인전

‘Splash!’ KSD갤러리(2019)
‘SEASONS’ 갤러리 치유(2019)
‘KANGYUJIN’ 두산갤러리(2015)
‘Finding Landscapes’ 갤러리 썬 컨템포러리(2012)
‘Into Europe’ Gallery Resy Muijers, Tilburg(2011) 외 다수

수상


Celeste Art Prize’ 06 Finalist(2006)
4회 세종 미술대전 우수상(2001)
노키아 아시아태평양 미술대전 지역 파이널리스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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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