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어 자녀도…’ 다우테코 갑질 대물림 내막

딸 죽고 아들은 빚더미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회사가 무너진 것도 모자라 가정까지 파탄 났다.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선 아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대금 독촉에 시달리던 딸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아버지는 평생 일군 회사와 소중한 가족을 잃었지만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중소기업 다우테코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저 때문에 애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다른 데 잘 다니던 아들을 회사로 불렀고, 딸에게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정광연 다우테코’ CEO는 딸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회계 업무를 보던 정 CEO의 딸은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26세의 정씨는 협력회사의 대금 지불 재촉 등의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이었다.

공정위 판결에도

2차전지 설비 제조업체 다우테코는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인 디에이테크놀로지’(이하 디에이)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디에이가 다우테코에 일을 맡기고도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CEO는 디에이의 갑질로 인해 수십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월급을 주지 못해 직원들은 퇴사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소송이 빗발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CEO에 따르면 20171월 디에이는 다우테코에 핫프레스와 볼 실링 공정에 대한 견적을 요청했다. 다우테코는 검토를 거쳐 38억원의 견적서를 제출했지만, 디에이는 핫프레스 공정만 115000만원에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다우테코는 부당한 가격이라고 거절하려 했으나 이후 다른 프로젝트로 만회해준다는 디에이 측의 약속에 계약을 진행했다.

문제는 일을 하는 동안 13차례나 사양 변경이 이뤄진 점이다. 이때 들어간 비용은 고스란히 다우테코의 몫이 됐다. 20175월에도 디에이의 여러 요구에 반발한 다우테코가 중도금을 요청하자 작업 진행을 중단시키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CEO당시 디에이는 다우테코 직원들의 출입까지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다우테코는 수차례에 걸쳐 디에이에 대금을 지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력업체들도 돈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CEO디에이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다우테코의 지분 77%를 갖고 있다. 아들 정현명 대표가 공장임대 보증금을 근거로 23%의 주식만으로 경영하는 중이다. 우리는 디에이가 어떤 요구를 하든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 시켜놓고 대금 안 줘
직원 나가고 업체 소송

결국 다우테코는 2017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제소하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18억원으로 조정을 요청했지만 디에이가 거절하면서 20171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이관됐다. CEO공정위 접수하고 5개월이 지날 무렵 담당 직원이 교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1년이 지나고 올해 4월에야 의결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 사이 정 CEO의 아들 정현명 대표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진행한 대기업 갑질 피해 2차 증언 대회에 나가 호소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당시 정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석했다채권자들의 독촉전화가 알람이 된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니고 대기업에 배워서 하청업체를 내리 갈구는 대기업 1차 협력사들의 문제도 심각하다대기업의 불공정 갑질이 반복되고 공정위는 힘을 쓰지 못하는데,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어떻게 대기업처럼 성장해서 나라 경제를 이끌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디에이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을 두고 디에이는 수급사업자인 다우테코에게 2차전지 제작설비에 필요한 핫프레스, 특성측정기와 스태킹 배출부의 제조를 위탁하거나 위탁내용을 추가·변경 위탁하면서 하도급계약에 관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거나 수급사업자가 제조위탁에 따른 물품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 후에 발급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결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3(서면의 발급 및 서류의 보존)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에는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원재료의 가격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요건 방법과 절차 등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가 물품 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발급해야 한다.

디에이는 20171월 핫프레스 설비와 스태킹 배출부, 특성측정기를 다우테코에 제작 위탁하는 과정서 하도급계약에 관한 서면을 늦게 발급하거나 변경·추가 위탁 서면을 아예 발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디에이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향후 동일 또는 유사한 법위반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재발방지 명령을 부과한다고 했다.

20년 전에도 당했는데 
똑같은 일 또 일어나

정 대표는 공정위는 디에이에 경고장과 의결서로 벌점을 부과했지만 직접적인 대금 지급 등 정말 절박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디에이가 지난 5월 서울보증보험에 계약금 반환을 요청하고 다우테코가 공정위에 재심청구를 제소하면서 다시 공방이 시작됐다.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정위에선 깜깜 무소식이라고 한다.

결국 정 대표는 지난 6월 디에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도급법 위반대금을 달라는 내용이다. 그러자 디에이는 다우테코를 해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디에이 박모 이사는 대표이사 등의 지분을 위임받아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이 자리서 다우테코의 해산을 결의했다.

CEO우리가 소송을 거니까 디에이 측에선 아예 회사를 날려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주총회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에는 디에이 박 이사가 정 대표의 지위를 삭제하고 자신을 청산인으로 등록했다. 다우테코가 진행 중인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에게도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의 원고도 박 이사 자신으로 바꾼다고 통보했다. 사건의 원고와 피고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CEO“1999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LG생산기술원 협력업체 회장까지 맡았다. 당시에도 LG와 문제가 생겨 가족들에게 많은 원망을 받았다. 그런데 디에이로부터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우테코 말고도 이런 상황에 처한 영세업체들이 많다.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은 대기업 갑질에 가려져 있지만 더 악랄하고 피해자도 많다”고 강조했다.

돈은 못 받아

그러면서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와 발 빠른 조치가 이뤄져야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국가를 원망하는 국민이 되지 않도록 정부기관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에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