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만?’ 경찰 개혁의 이면

검 방패 삼아 묻어가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개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부터 나오던 검찰 개혁의 목소리는 최근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검찰 권한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경찰 권한의 강화로 이어진다. 경찰의 오랜 숙원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찰 역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제주도 펜션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2017310일 헌법재판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과 함께 정국은 조기 대선모드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검, 힘 빼고
경, 강화?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는 수사기관 권력구조와 관련해 내놓은 3대 공약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당시 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경 수사권 조정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 공수처 신설이었다. 지난해 621일 구체적 실행방안이 담긴 ·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29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로 좁혔다.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전직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제어하고자 했다.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현재 국회에 잠들어 있다. 잠잠해지나 했던 검찰 개혁의 목소리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청와대 민정수석서 물러난 조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그와 동시에 조 장관의 딸, 아내, 동생, 조카 등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정국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 장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논란은 검찰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로 변해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 집결했다.

검찰 개혁 목소리 높아져
경찰 숙원 이뤄질 가능성↑

반대로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쪽의 목소리가 서울 광화문서 울려 퍼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서 연 수석·보좌관 회의서 조 장관 수사, 검찰개혁과 관련해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 못지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지금보다 강화된 권한을 갖게 된다. 문제는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크고 분명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경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 생각에 잠긴 민갑룡 경찰청장

오히려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경찰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 조사서 지난해와 올해 검찰, 국회와 함께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25.6%1, 시민단체가 10.1%2위를 차지했다. 이어 언론 9.0%, 종교단체 8.1%, 대기업 6.3%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2.2%로 국회 2.4%, 검찰 3.5%보다도 낮은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서도 1위는 대통령(21.3%)이었고, 경찰(2.7%)과 검찰(2.0%), 국회(1.8%)는 바닥권을 맴돌았다. 경찰은 지난해 조사보다 수치가 0.5%p 떨어졌고, 순위도 뒤에서 3번째서 꼴찌로 낮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경찰 불신에 기름을 붓는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달궜던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경찰이 봐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버닝썬 게이트서 경찰총장이라고 지칭됐던 윤모 총경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경찰은 지난 5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윤 총경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밝혀낸 혐의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국민 신뢰도
검·경 비슷

뇌물과 김영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직권남용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윤 총경은 가수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모 전 대표가 운영하던 클럽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단속정보를 미리 알아봐 준 혐의를 받았다.

앞서 윤 총경은 유 전 대표로부터 식사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는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경찰은 윤 총경의 사건 개입 시점과 골프 접대 시점이 1년 이상 차이 나고 일부 비용이 윤 총경이 내기도 해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접대 금액이 적다는 이유도 들었다.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려면 한 번에 100만원 또는 1년 기준으로 300만원 이상을 받았어야 하는데 윤 총경이 접대 받은 금액은 260여만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27일 윤 총경과 관련된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7일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윤 총경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버닝썬 압수수색 중인 경찰

윤 총경은 지난 10일 구속됐다.

윤 총경은 주식 수천만원어치를 받고 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의 정모 전 대표에 대한 경찰수사를 무마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정 전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검찰은 윤 총경이 사건을 무마했다고 본 것이다. 윤 총경에 대한 경찰 조사가 미온적으로 진행됐다는 의심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경찰이 마주한 악재는 버닝썬 게이트만이 아니다. 과학수사의 쾌거로 불렸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으로 경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 일대서 일어났다. 개구리소년 사건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꼽혔다.

200642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지난 8월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이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이미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이던 이춘재를 특정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18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모방범의 소행으로 알려진 8차 사건을 제외하고 4건의 DNA가 이춘재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지난 19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5건 등 14건의 범행을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이 모방범의 소행이라고 결론 낸 8차 사건을 이춘재가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고문 가능성에
부정여론 높아

8차 사건은 19889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서 중학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여성이 성범죄를 당한 뒤 살해됐다는 점을 들어 화성연쇄살인 사건으로 포함됐다. 19897A양 집 인근에 살던 윤모씨가 범인으로 잡혔다. 윤씨는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심과 3심에선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20여년을 복역하다가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일 경우 경찰의 책임 소재가 커진다. 진범이 아닌 사람이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춘재가 진범이 아닐 경우에는 14건의 자백도 신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고유정 사건은 여전히 부실수사, 유착 의혹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유정은 제주서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18일 고유정은 본인의 차를 배편에 싣고 제주도로 들어갔다. 이후 일주일 만인 25일 전 남편 강모씨를 만나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입실한 뒤 살해했다.

하지만 고유정의 범행 이후 경찰의 미흡한 초동 조치가 도마에 올랐다. 제주 경찰은 수사 초반 용의자 추적의 핵심 단서인 CCTV를 유족이 찾아줄 때까지 놓치고 있었다.

또 펜션 주인의 사건 현장에 대한 내부 청소를 허락하는 등 현장훼손도 그대로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고유정이 시신을 유기하기 전 체포할 수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은 결국 지난 7월 고유정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수사 과정서 부족함이나 소홀함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본청서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하나하나 수사 전반을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 ▲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와 몽타주

바로 잡아야 할 것과 현장서 잘 안 되는 것들이 어떤 것인가를 반면교사로 삼고 큰 소홀함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한 추가 조사 후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버닝썬 사태 등에서 불거진 제 식구 감싸기’ ‘부실수사논란에 대해 경찰 수사는 여러 경로를 통해 나온 의혹에 대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와 경찰 수사는 영역이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버닝썬, 화성, 고유정…잇단 악재
공무원 범죄 절반이 경찰청 소속

그는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국감에 출석해 국민과의 약속인 경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닝썬 게이트 등으로 드러난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부 감찰제도를 쇄신하고 강도 높은 유착비리 근절대책을 시행하는 등 투명하고 청렴한 경찰상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이해진 공직기강은 수치로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국가공무원 범죄 통계 자료서 범죄를 저지른 전체 국가공무원의 절반이 경찰청 소속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행안위 소속 김한정 의원이 경찰청서 제출받은 2018년도 공무원 범죄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은 총 3356명이었다. 이중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 1460(48.9%)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범죄를 많이 저지른 법무부 소속(304)과 비교해도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교육부가 280(8.3%)으로 세 번째였다. 강간 범죄의 경우 23건 중 18(78.3%), 협박 범죄는 47건 중 30(63.8%)이 경찰청 소속 공무원에 의해 저질러졌다.

김 의원은 법질서 수호자인 경찰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낮은 윤리의식과 공직 기강 해이의 결과라며 경찰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국회 행안위 소속 김영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국가공무원 범죄 현황서도 경찰은 독보적이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2000명에 달하는 국가공무원 범죄가 발생했다. 이중 경찰은 4년 동안 5610명이 범죄를 저질렀다. 46.7%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3년간 유착비리 혐의로 기소된 경찰도 30여명에 이른다. 국회 행안위 소속 권미혁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착비리 혐의로 기소 처분된 경찰공무원은 총 2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청 소속 B경위는 풍속영업단속 지원 출동 업무와 112신고 사건처리 및 방범순찰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중 관내 성매매 업주에게 단속 상황, 수사 상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총 4회에 걸쳐 5698000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 경찰 대응 논란으로 불거졌던 대림동 여경 사건ⓒ유튜브

서울청 소속 C경위도 단속 및 수사정보를 제공, 수사를 축소·은폐하고 수사경과를 알려주는 대가로 성매매 업소서 11만원 상당의 마사지와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봐주고
대가 받았다

대부분의 비위행위는 풍속 단속업무 중 오래 알고 지낸 경찰과 업주들의 유착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 감찰로는 걸러지지 못했다. 실제 유착비리의 50% 이상(17)이 검찰·감사원 등 외부서 적발됐다.

권 의원은 최근 경찰의 유착비리는 금품과 향응 수수와도 같은 눈에 띄는 비위행위를 넘어 부정청탁 또는 수사·단속정보 유출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버닝썬 게이트 이후로 경찰이 명운을 걸고 유착비리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유착비리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내부 반부패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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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