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닉 검은돈 사정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20 08:29:14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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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친 비밀계좌 탈탈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기업과 유명인사의 해외 은닉재산 의혹에 사정기관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국세청·경찰이 3기 문재인정부서 역외탈세·해외 불법재산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사정권에 있는 대기업과 유명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검찰·국세청의 수장이 새롭게 교체되면서 역외탈세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로 도피·은닉해 탈세하는 행위는 반칙과 부패의 대표적 행위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3기 문정부
관전포인트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를 도주한지 21년 만에 검거한 성과를 올린 예세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을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에 임명했다. 합동조사단은 역외탈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재산 은닉 등을 조사하는 범정부 조직으로 지난해 6월21일 출범했다.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해외 은닉재산 환수를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대기업·대자산가의 지능적 역외탈세 등에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김 청장은 취임 이후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대기업 및 사주 일가의 차명재산 운용, 기업자금 불법유출, 제3자 우회거래를 이용한 신주인수권 증여 등 변칙 자본거래 탈루혐의를 정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3기 문정부에선 역외탈세·해외 불법재산에 관한 수사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근 양현석 YG 전 대표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최순실 등이 해외 비자금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며 “한동안 잠잠했던 해외불법재산 이슈가 다시 수면위로 오른 만큼 사정기관서 대기업 등을 포함한 역외 탈세 부분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유명 인사 해외불법재산 의혹
검찰·국세청 역외탈세·비자금 추적 중

다음은 현재 사정권에 오른 대기업과 유명 인사들이다.

▲YG = 국세청이 YG엔터테인먼트와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서 탈세 혐의를 포착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범칙조사는 세무조사 과정서 피조사 기관의 탈세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는 세무조사다.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검찰 고발 등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

국세청은 클럽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의 소속사 YG에 대해 지난 3월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벌여왔다. YG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해외공연 수익을 축소 신고하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역외 탈세를 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서울지방국세청은 국제거래조사국을 통해 YG가 지난 5년간 진행한 해외공연 내역 등을 확보했다. 현재는 수집된 공연 정보와 추정수입 등을 근거로 지난달 20일 확보한 재무 자료가 정확한지를 대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빅뱅, 싸이, 투애니원 등 현재 YG에 소속돼있거나 과거 소속됐던 아티스트 등이 해외서 올린 수익의 모든 내역을 국내 세법에 맞게 신고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또 양 전 대표와 YG가 해외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관련 시장이나 자산에 이른바 ‘파킹(고의 은폐)’한 것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해외의 숨은 별장이나 미술품 등 고액자산을 신고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강력한 세풍


▲한보 = 최근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 결과 역외탈세, 유령법인 재산은닉을 조사하는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의 새 단장은 예세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으로 결정됐다. 21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송환된 고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씨를 수사하던 주무 부장이 요직에 발탁된 것이다. 외환위기를 부른 장본인으로 꼽히는 한보그룹의 해외 재산은닉 파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회장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은 2703억원으로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 가운데 가장 높다. 3남 보근씨와 4남 한근씨까지 합치면 이 액수는 3600억원대로 불어난다.  

예 부장은 최근까지도 한근씨와 해외 도피 및 유전 사업을 함께 했던 중·고교 동창과 사업 관계자들을 꾸준히 소환 조사하며 정 전 회장 일가의 행적을 재구성해 왔다. 한근씨는 한보그룹의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322억원가량을 해외 도피 전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에콰도르서 한근씨와 함께 머물던 동창 이모씨가 검찰에 의미 있는 진술을 했고, 검찰은 한근씨의 횡령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 김현준 국세청장

한근씨의 송환이 제대로 결실을 맺으려면 이 같은 은닉 자금의 향방이 좀 더 뚜렷해져야 한다. 예 부장의 발탁은 국제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염두에 둔 조치로도 풀이된다. 예 부장은 국제외교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서 한국대표부 법무협력관으로 일했다. 국제기구가 밀집한 곳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각국의 수사 노하우를 접했다는 평가다.

▲효성 =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 외국에 생산 법인을 운영하면서 1000억원대의 소득을 누락한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최근 효성그룹이 베트남 등에서 운영하는 생산 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기술사용료 등을 적게 계상해, 국내 본사로 이전해야 할 소득을 축소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효성그룹이 이런 방식으로 축소한 소득은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십∼수백억
일단 찾는다

보통 대기업이나 외국 현지 공장을 둔 기업은 기술 개발은 국내서 하고 생산은 외국 공장서 도맡는다. 외국 공장에선 국내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국내 기술 인력들이 현지에 파견 나가 생산 공정을 관할한다. 이 때문에 생산 공장은 기술사용료나 인건비 등 대가를 국내 본사에 지불해야 한다. 국세청은 효성그룹이 이런 비용을 실제보다 매우 낮게 잡아 국내로 들어와야 할 소득을 축소했고 이에 따라 국내 본사가 세금을 적게 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리온 = 오리온그룹이 해외 법인을 통한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의혹은 내부고발로 불거진 데다 오리온이 2011년 비자금을 조성한 수법과 비슷해 주목된다. 특히 오리온은 지난 5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으로부터 역외탈세와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의혹 등에 해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시사저널> 등 국내외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제과업체 오리온의 중국 현지 법인인 오리온푸드가 직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중국현지 매체들이 지난해까지 오리온푸드서 팀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A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제기했다.
 

▲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한근씨

오리온푸드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A팀장이 2016년 1월 중국 세무국에 신고된 급여 내역을 확인하면서 확산됐다. 중국 세무국에 신고 내역이 실제 A씨 계좌로 입금된 금액보다 훨씬 많았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중국은행(Bank of China)에 자신 명의의 계좌가 개설됐다. 해당 계좌로 지난 2014년 142만위안(2억4100만원)을 시작으로 2015년 146만5000위안(2억4900만원), 2016년 109만9000위안(1억8700만원), 2017년 22만6500위안(3800만원) 등 거액의 돈이 들어왔다가 출금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 검찰은 국정농단 핵심인사로 꼽히는 최순실씨의 해외 불법 은닉 재산을 추적 중이다. 최근 최씨가 딸 정유라씨에게 현금 수십억원을 넘기려 했던 옥중편지가 공개되는 등 불법 재산은닉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환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환수 강조
사정기관 수장들 속전속결  


편지에는 ‘건물이 곧 팔리면 추징금 70억원을 공탁하고, 남는 돈 중 30억 정도를 줄 테니 나중에 조용해지면 건물을 사라’ ‘생활비 등은 계속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제 최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남구에 갖고 있던 빌딩을 126억원에 팔아 78억원을 법원에 공탁금으로 냈고, 정씨는 2월에 경기도 남양주의 80평대 아파트를 9억여원에 사들인 바 있다.

이 때문에 2심서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은 최씨가 거액의 벌금이 확정될 것을 대비해 증여 형태로 재산을 은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최씨의 해외 재산은닉 의혹은 검찰 수사 대상이다. 윤 총장도 최씨 재산 은닉 의혹과 관련해 “많은 재산이 숨겨진 것 같은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 8일, 국회를 찾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서 ‘최근 불거진 최순실 재산 의혹은 어떻게 조사할 것이냐’고 묻는 조배숙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최씨의 해외 재산 도피 등 범죄 관련 은닉자산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의 주요 추적 대상이기도 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이학수 = 국세청이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해외 재산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지난 3월부터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이 전 부회장 일가 공동소유 LNB타워가 설립된지 얼마 안 된 미국의 한 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한 것이 변식증여가 아닌지를 의심하고 그 경위를 면말하게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 전 부회장의 해외재산의 역외탈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LN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8월 설립된 미국의 한 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19층 건물 엘앤비타워의 실소유주인 L&B는 지난해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에 112억여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면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에 112억7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Three Becker Farm Properties Inc는 미국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델라웨어주에 있는 회사로,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숨겨둔 돈 
어디 있나?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복심’으로 15년간 삼성전자 미래전략기획실장, 재무실장 등을 거치며 삼성의 실제적 재무 전반을 총괄 관리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매각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을 기획, 총괄했으며 삼성의 2인자로 불려왔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정부 “해외 도피 부정 축재자 끝까지 잡는다”

정부가 구본현 범LG가 3세 등 부정축재 수사 중에 해외로 도피한 경제사범 40여명을 특별관리, 인터폴과 공조로 국내 소환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관리 대상 국외도피 기소중지자 중 부정축재 사범’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횡령·배임·사기 등 부정축재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25명을 특별관리, 국내 검거·송환을 추진 중이다.

이들의 총 범죄 혐의액은 780억원으로 횡령과 배임, 사기, 뇌물 등의 경제사범에 연루, 해외 도피 중이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에 이어 인터폴에게 적색수배를 요청, 범죄인 인도를 청구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해외도피 중인 범죄 혐의자 12명을 특별 관리, 추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혐의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채 의원에 따르면 횡령·배임·사기 등으로 사법당국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가 해외도피로 기소중지된 경제사범은 2018년 644명으로 지난 2014년 말 330명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사법부가 형을 확정했으나 몰래 해외로 도피한 자유형 미집행자도 같은 기간 379명서 686명으로 늘었다.

채 의원은 “해외도피 경제사범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재산을 몰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불법재산환수를 위해 한시적으로 가동 중인 합동조사단을 상시화하거나 조직화, 막대한 해외불법 도피자산을 환수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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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