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연발’ 여름철 기상청 잔혹사

오보청, 구라청…아무도 안 믿는 일기예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습기에 허덕이다 폭염에 달궈졌다가 비에 젖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변덕스러울수록 사람들의 짜증지수도 높아진다. 사람들의 불만은 변화무쌍한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에 쏠리고 있다. ‘오보청’ ‘구라청과 같이 비난 의도가 담긴 기상청의 별명도 해마다 늘어간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상청서 나눠주는 우산.jpg’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게시글에는 날씨 맞히기가 너무 힘듭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우산 사진이 올라와 있다. 기상청의 고충이 묻어나는 문구에 누리꾼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게시글 속의 기상청 우산은 1999323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기념품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우산은 당시 새겨진 문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싸늘해 추가로 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정확한
예상에…

날씨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자연을 일터 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물론이고, 매일 같은 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에게도 날씨는 초미의 관심사다. 많은 사람들은 매일 아침 휴대전화, 뉴스 등을 통해 날씨를 체크한다. 맑을지, 흐릴지, 비가 올지 등 날씨 예보에 따라 옷차림부터 교통수단, 일정 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거나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은 날씨에 따라 한 해 수입이 결정되기도 한다. 조상들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날이 가물면 신을 향해 기우제를 올렸다. 뱃사람들이 먼 바다로 나가기 전 제를 올린 것도 날씨에 따라 요동치는 파도를 잠잠하게 해달라고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조상들은 하늘을 보고 기후를 전망했다. 해와 달, , 바람, 구름 등의 상태나 변화 등을 관찰하고 여러 생물의 특이한 활동을 날씨와 연결 지었다. 비교적 과학적으로 날씨를 관측했던 때는 조선시대 세종 때인 1441년 측우기 발명 이후다. 측우기는 비가 내린 양을 측정하는 기구다.

서구식으로 기상관측을 하게 된 것은 1883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에 고용돼있던 독일인 묄렌도르프가 인천에 관측소를 설치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1898년 러시아 정부가 인천에 측후소를 설치해 기상관측과 기상신호를 시작했다.

1884년부터는 일본이 부산서 기상관측을 시작했다. 1910년 일제강점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기상업무는 모두 일본인이 관장했다. 그러다 1945년 광복 후에야 모든 기상업무가 우리나라로 이관됐다. 근대적인 일기예보를 독자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 기상청

현재의 일기예보는 첨단과학의 첨병이다.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한 정보,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 등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시민들에게 전달하는데 문제는 정확도다. 기상청은 국내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확도에는 매번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각에선 예보가 아닌 중계라고 조롱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8호 태풍 프란시스코의 경로 예측도 이 같은 사례 중 하나다. 기상청은 당초 태풍 프란시스코가 지난 6일 밤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뒤 7일 오전 경북 안동을 거쳐 강원도 속초 부근서 동해안으로 빠져나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역대급 태풍’이라더니 조용
비 안 온다더니 폭우 쏟아져

하지만 기상청은 초기 전망과 달리 태풍 프란시스코가 경북 안동 주변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되면서 소멸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실제 태풍 프란시스코는 부산에 상륙한 뒤 열대저압부로 인해 세력이 약해지면서 채 1시간도 안 돼 소멸됐다.


태풍은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갔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던 지역 공무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로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려웠다. 예보보다는 중계에 가까운 발표로 오락가락하는 사이 공무원들은 물론 지역 시민들에게까지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항공사들은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에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항공사는 날씨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날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기상청에 돈을 내고 기상정보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 손실이 발생하자 기상정보 제공비를 낮춰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기상청의 오보로 항공사들의 매출 감소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기상청은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제주도에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항공사들은 기상예보에 따라 174편의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비행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강풍은 불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항공사가 입은 손실은 약 17억원 정도였다.

기상청 예보를 믿고 항공편을 취소했다가 피해를 입은 항공사들은 기상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61일부터 국제선 항공기가 국내 공항에 착륙할 때 부과(1회 착륙 기준)하는 항공기상정보 사용료를 기존 6170원서 114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린 바 있다.

대한항공 등 국내 8개 항공사는 항공기상정보 사용료 인상률이 과도하고 정부가 권한을 남용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인상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기상청의 손을 들어줬고, 항공사들은 항소한 상태다.

지난해 6월 한국항공협회는 국내 공항서 기상오보로 인한 회항 편수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420편에 달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2015114, 2016179, 2017127편 등이다. 기상청의 오보로 회항하는 항공편이 23일에 한 번꼴로 나온 셈이다.

시민 불만
전국 폭발

앞서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비가 내리지 않아 피해를 입은 골프장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거론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지난 629일 남부지방에 최고 300비가 온다고 예보했지만, 실제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제주 지역 골프장들은 기상 예보로 인한 예약 취소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로 제주 지역 골프장은 한 곳당 수천만원 상당의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틀린 예보를 한 기상청은 이후 비가 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밝혔지만, 손실을 메울 방법이 없는 골프장 업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부정확한 예보로 빈축을 샀던 제주기상청은 지난 7월 난데없는 눈 예보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10일 오후 제주기상청은 제주 지역 날씨를 흐리고 눈이라고 안내했다. 눈을 상징하는 눈 결정체나 함박눈을 연상하게 하는 눈사람 그림까지 띄워놓았다. 제주기상청의 이 같은 예보에 누리꾼들의 비난은 빗발쳤다.

제주기상청은 담당자의 입력 실수라고 해명했다.

지난 2월에도 기상청의 대형 오보가 있었다. 기상청은 215일 수도권에 눈 날림현상을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기습 폭설이 내려 출근길 대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눈 날림 현상은 눈이 내리기는 하지만 쌓이지는 않아 적설량이 없는 것을 말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기상청은 서울 지역에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를 수정했다. 당시 기상청이 예보한 적설량은 1가량이었다. 하지만 눈발이 점차 굵어지자 실시간으로 예보가 바뀌는 촌극이 일어났다.
 

그 전날 새벽부터 15이상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보한 영동지방서 5가량의 눈이 내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지난해 824일에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예고한 태풍이 예상과 달리 큰 피해 없이 지나가면서 기상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19호 태풍 ‘솔릭’이 기상청 예보와 달리 조용히 넘어가면서 기상청의 과잉대응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기상청이 태풍의 예상 진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서울시 어린이집, 유치원, ·중학교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맞벌이 부부들이 곤란을 겪은 것.

당시 ‘기상청 예보관을 교체해달라’ ‘기상청을 없애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글이 폭주했다. 기상청은 당초 태풍 솔릭이 충청남도 보령 해안 일대에 상륙, 서울과 경기 일대를 직접적으로 타격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또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예보하면서 대비를 당부했다.

행정력 낭비
비판 빗발쳐

기상청 예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전국 12개 시·7835개 학교가 기상청의 말을 믿고 휴교 조치했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조치였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와 달리 태풍 솔릭은 예상보다 훨씬 남쪽인 전남 목포 인근 해안에 상륙했고, 대전 일대를 통과하면서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수도권과 경기 지역은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으며 강수량도 5내외였다.


태풍 솔릭에 대한 빗나간 예보 이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기상청의 오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829일 밤부터 서울과 경기 북부 등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밤 사이 이 지역에 내린 비는 무려 400520에 달했다. 당시 쏟아진 폭우로 총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특히 이미 12시간 전부터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고 있는 상황서 기상청의 때늦은 호우경보도 빈축을 샀다.

기상청의 해명도 구설에 올랐다. 당시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출입기자들에게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며 “30년 가까이 기상청에 근무했는데도 처음 보는 현상이다 보니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해명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2017년 여름에도 강우량을 예측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017911일 부산에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당초 기상청 예보보다 100이상 많은 비였다. 기상청은 부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시간당 30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곳에 따라 최대 강수량이 150이상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실제 부산에 쏟아진 강수량은 350를 넘었다. 기상청 예보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지난 20177월엔 기상청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이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 지질자원연구원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상예보 및 지진 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였다.

항공사에 기상정보비 올려
부정확한 예보로 손실 발생

그 결과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적중률은 46%에 불과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이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62%)였고, 비가 오지 않은 경우는 1965(38%)였다. 반면 비가 온다고 예보하지 않았지만 비가 온 경우는 무려 1808회에 달했다.

감사 결과는 그동안 강수 유무 예보 정확도가 92%에 이른다고 발표해온 기상청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기상청과 감사원의 산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기상청은 강수 유무 정확도가 90%가 넘는다고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비가 자주 오지 않아 정확도가 아닌 적중률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06월 약 3500억원을 들여 천리안위성 1호를 발사했다. 하지만 이를 예보에 활용할 기술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국지성 호우, 폭염, 가뭄 등 국지 예보에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기상청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의원들은 입을 모아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에 대해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폭염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기상청에 대한 국민의 평가 점수가 점점 박해지고 있다국민은 기상청을 오보청, 구라청으로 부른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은 무능을 통감하지 않느냐차라리 기상청 문을 닫고 민간 용역업체에 4000억원을 들여 예보를 맡기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4000억원은 기상청 1년 예산이다.

당시 김종석 기상청장은 오보, 오차는 죄송하다면서도 사실 장기 예보는 단기와 달라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김 청장은 그럼에도 의원들의 잇단 질타가 이어지자 앞으로 오보청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예보관
전문성↓

기상청 오보가 여름철에 자주 나오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여름철 강수 예보는 겨울철과 비교해 고려해야 할 자연 변수가 많다. 북태평양 고기압, 오호츠크해 고기압, 티벳 고기압 등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큰 공기덩어리가 많아 그만큼 다양한 강수 시나리오가 발생한다. 예보관의 전문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좋은 장비가 있어도 결국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관들은 자주 보직이 바뀌는 탓에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예보관실의 평균 근무경력은 6년에 불과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상청 슈퍼컴 5호기 도입 "600억원 든다는데과연?"

기상청은 약 600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구축 사업자로 중국 정보기술 기업 레노바가 최종 선정됐다. 

사업비는 물품대 611억원을 포함 총 628억원으로 올해 연말 소형 시스템 등 초기분 물량을 도입한 후 내년 연말 대형시스템 구축이 완료된다.

차세대 슈퍼컴이 도입되면 기상청 기상관측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5호기는 현 4호기보다 8배 이상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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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