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실종사건 '왜?'

연기처럼 사라진 아이와 어른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종의 사전적 의미는 종적을 잃어 간 곳이나 생사를 알 수 없게 됨이다. 실제 실종자의 가족들은 사라져버린 사람의 생사를 알지 못해 오랜 시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실종사건은 어느 새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 청주 조은누리양 수색에 나선 군인들

이메일 주소와 커뮤니티 아이디만 가지고도 신상정보를 탈탈털 수 있는 시대다.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민감하지 않다면 성별, 연령, 출신, 직업 등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SNS를 즐겨 이용한다면 사는 곳은 물론, 뭘 좋아하고 뭘 샀고 누굴 만났는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CCTV
많아도…

전국 곳곳 CCTV가 없는 곳이 없고 무슨 일만 나면 SNS를 통해 목격담과 동영상이 확산되는 시대에 실종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눈 깜빡하는 새 사라질 수 있는 어린이·치매노인·정신장애자는 물론, 사리분별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성인이 어느 샌가 사라져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일도 다반사다.

경찰은 범죄 가능성이 낮은 실종수사에는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그마저도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 수사 순위는 뒷전으로 밀린다. 가족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현수막을 거는 등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 사이 실종자 가족의 삶은 경제적·심리적으로 망가지기 일쑤다.

지난달 23일엔 청주서 여중생이 없어졌다. 14세의 조은누리양은 가족과 함께 등산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조양의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조양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양을 찾기 위해 군··소방의 합동수색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흔적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청주 상당경찰서와 육군37사단에 따르면 육군 특공·기동부대 등 400여명, 경찰 70, 소방인력 25, 충북도청·청주시청 공무원 25명 등 총 520여명이 조양을 찾기 위해 나섰다. 14마리의 수색견도 투입됐다. 경찰 드론수사팀과 육군, 지자체가 보유한 드론으로 공중수색도 진행했다.

그로부터 10일 뒤, 군 수색견이 지난 2일 오후 2시40분쯤 충북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에서 조양을 발견했다. 수색 중심지였던 청주시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와 500~60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수색견을 쫓아 함께 수풀로 따라온 군 장병이 조양을 업고 함께 하산했다. 장기간 실종에 따라 탈진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양은 발견 당시 의식이 있었고 대화도 가능한 상태였다”며 “이름을 부르자 대답을 했다”고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린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은 평생 동안 아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다. 2003년 부산 해운대 장산 성불사로 소풍을 갔다가 실종된 모영광군의 어머니 박혜숙씨는 지금도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모군은 세 살배기 아이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랐다면 올해 18,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것이다.

생사 알지 못해 냉가슴
가족들은 평생 찾아다녀

당시 모군은 소풍을 떠난 곳에서 대열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군의 실종을 알게 된 인솔교사 3명이 산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모군의 모습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이후 경찰과 119구조대 등 대규모 인력이 모군을 찾기 위해 동원됐다. 모군의 부모, 회사 동료와 학교 선후배, 친척들이 힘을 합쳐 부산 시내에 10만장의 전단지를 뿌렸다.


모군의 실종 이후 어머니 박씨는 자주 방송에 출연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했던 것. 박씨는 아동 실종 관련 단체 대표를 맡아 아들뿐만 아니라 장기실종아동 찾기에 헌신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아동 실종을 예방하고 실종아동을 빠르게 발견하기 위해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지문사전등록제를 실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문을 미등록한 아동의 경우 실종되고 발견되기까지의 소요 시간이 평균 94시간이다. 골든타임인 48시간의 2배가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까지 아동들의 지문사전 등록률은 48.3%에 불과하다.

2016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부모의 학대나 방치로 인해 사회서 사라진 아동에 대한 제도가 마련됐다. 20163월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당시 7세에 불과했던 신원영군이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였던 신군은 예비소집에 불참했고, 학기가 시작된 후에야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부모에 의한 실종과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지자 201610월 교육부는 미취학 아동의 관리 강화를 위해 초·중등교육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 특히 예비소집에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을 학교장이 신고하도록 한 것.

교육청에 관련 기록을 조회하고 직접 탐문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법 개정 이전까지는 아이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학교에선 교육청과 주민센터에 보고만 하면 됐다.

지난 2월에도 교육부와 경찰청은 취학 대상 아동 19명에 대한 소재 파악에 나섰다.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은 아동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유선으로 학교방문요청을 통한 면담을 시행하고 주민등록전산정보자료 및 출입국 사실을 확인, ··동사무소와 협력해 가정방문 등을 실시한다. 학교 차원서 아동의 소재가 발견되지 않으면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다.

늘어나는
실종사건

아동 실종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은 2017930일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딸의 친구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추행한 뒤 살해했다. 후로 A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된 당일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A양 휴대전화의 최종 기지국 위치를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에 알렸다. 상황실은 망우지구대 순찰차와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에도 출동을 지시했다. 하지만 망우지구대 경찰들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은 출동 무전에 알았다고 응답한 뒤 실제 출동하지 않았다. 다른 경찰은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느라 무전을 듣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팀은 다음 날에도 A양의 실종사건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 없이 가출·미귀가 4건이 있다고 형식적으로 업무 인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A양의 부모와 함께 탐문에 나섰을 때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A양의 부모가 근처 교회에 CCTV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열람을 부탁했고, 이영학의 집에 도착해 내부 수색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영학이 집에 들어갔는지 확실치 않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A양의 부모는 친구 소유의 사다리차로 집 내부를 확인해도 되는지를 묻고 직접 확인해야 했다. A양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어금니 아빠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따른 비판이 빗발쳤다. 법원도 A양의 가족들이 경찰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장판사 오권철)는 국가가 A양의 가족에게 18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와 A양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따라서 국가는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에 대해 A양과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은 실종수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실종 사건 발생 초기부터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 18세 미만 아동이나 여성이 없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형사, 지구대 등이 함께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

없어졌다가
범죄 희생양

이전에는 실종이나 가출 신고가 접수되면 실종자 수색을 위주로 초동대응을 하다가 그 과정서 범죄가 의심되면 강력사건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아동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아동 실종 신고는 44.3% 증가했다. 201415230, 201519428, 201619869, 201719954, 지난해 2198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 3월 기준 아동 실종은 4442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아직 발견되지 못한 아동도 606명이나 된다.


늘어나는 성인 실종도 큰 문제다. 아동 실종에 비해 성인 실종자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모임(이하 전미찾모) 회장은 성인 실종은 실종 사건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경찰은 성인 실종을 단순 가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 성인 실종자의 95% 이상(2015년 기준)은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24시간 안에 집으로 귀가했는데 5%가 문제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든 끝내 사회로 돌아오지 못한다.

부산서 신혼부부가 실종된 사건은 3년째 미스터리다.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단서나 제보가 적어 장기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6528일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서 살던 전씨 부부가 사라졌다. 당시 경찰은 아파트 주변 CCTV를 분석했지만 부부가 집안으로 들어간 흔적만 나왔을 뿐, 나간 흔적이 없어 여러 추측을 낳았다.

실종·가출 사망자 10명 중 9명 성인
현행법으론 아동·치매환자에 밀려

현행 실종아동법상 경찰이 위치추적과 수색수사가 가능한 대상자는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에 국한돼있다. 이 외의 사람이 실종됐을 경우 경찰은 가출과 실종 여부를 구분하고 검찰에 위치추적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그 사이 실종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지난해 11월 대학생 조모씨가 집에 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후 실종됐다. 조씨는 실종 1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 석촌호수서 발견된 그는 부검 결과 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호수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경찰의 늑장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제로는 현행법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 ⓒ청주 상당경찰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92월 연도별 실종자·가출자 사망 통계 현황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실종 접수된 성인 가출자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건수는 4737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치매환자 345, 지적장애인 138, 실종아동 72건 순이었다.

최근 4년간 치매환자·아동·지적장애인·성인 가출자에 대한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총 458369건에 이른다. 이 중 293784건이 성인 가출자 신고다. 아동·치매환자·지적장애인에 대한 신고 접수가 각각 83928, 44835, 35822건이다.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찾지 못한 사람은 4614명으로 이 중 4380건이 성인 가출자다.

현재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실종자 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안’(실종자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들 법안은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으로 역할이 혼재된 실종자 업무를 정리하고 성인 실종자 대응 체계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어른 실종에
관심 가져야

김승희 의원은 입법 사각지대에 놓인 성인 가출자가 가출 후 사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범죄 등으로 인한 성인 가출자의 사망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인 실종자 입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총리실이나 대통령 직속기구로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가칭)를 신설해 18세 미만 실종 전담팀 치매환자·지적장애인 실종 전담팀 성인 실종 전담팀 입양 관련 전담팀 등을 운영하면 실종사건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발적 실종자들 ‘일본, 매년 10만명씩 증발’

지난 2017년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스테판 르멜이 <인간 증발>이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은 두 사람이 일본 각지의 그늘진 뒷골목을 5년 동안 돌아다니며 쓴 것으로 일종의 탐사 보고서다.

실패한 괴로움에 잠적

이들은 일본서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85000명 정도는 스스로 모습을 감춘 사람들이다.

자발적 실종자들은 빚, 파산, 이혼, 실직 등 각종 어려운 상황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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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