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재계 '8월 괴담'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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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릴 잔혹한 칼바람 '카운트다운'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유럽발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사정라인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까지 했다. 곧 '살생부'실체가 드러날 전망. 빠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8월까지 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기업 총수들의 재판과 판결도 8월에 몰려있다 보니 요즘 재계는 '8월 괴담'으로 흉흉하다.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집권중반 분위기 반전
임기 말 끝까지 압박
 
재계는 술렁거렸다. 앞서 10여 년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4년6개월이 흐른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자취를 감췄다. 당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MB정부가 '친기업'에서 '민생'으로 경제 정책의 초점을 바꾸면서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반부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재계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대기업들이 일자리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등 사정라인이 노골적으로 '재벌 군기잡기'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정부와 재계 사이에 드리운 암운은 지금까지 걷히지 않고 있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MB정부가 과거 정권과 달리 끝까지 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에 '사정 태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대기업 저승사자'들이 총출동해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태세. 국내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국세청이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부당한 세습과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은 이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섰다.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현재 국세청은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칼 빼든 사정라인 대협공 "서열순으로 친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권 말 대기업 손보기

그 신호탄은 LG전자였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 4월 조사요원들을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 투입,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SK건설도 털기 시작했다. SK건설의 경우 심층(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 4국이 맡았다. 요원이 무려 100여명이나 투입됐다. 1999년 한진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200여명을 투입한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엔지니어링·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와 기아차·현대다이모스 등 현대기아차 계열사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4대 그룹 외에 포스코컴텍, 피죤, 삼표, 화승, 스타벅스, 국제약품, 유한양행 등도 도마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뿐만 아니다. 국세청은 재산의 변칙·편법적인 상속·증여가 의심되는 대기업 오너일가를 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법인세 신고 자료를 토대로 50대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 변동 및 지분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한 집중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년 사이 지분변동이 잦았던 그룹은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롯데, 한화 등이 꼽힌다. 실제 조사 대상엔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의 대기업 압박과 맞물려 공정위와 금감원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두 기관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본격화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일 대기업들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죄는 '하반기 공정거래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신세계·홈플러스·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 납품업체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부당한 요구를 했는지, 판촉행사 비용을 과다전가 했는지 등을 중점 조사한다.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한 롯데쇼핑·홈플러스·이마트·신세계·현대백화점 등 10개 유통업체에 대해선 현장 확인을 실시한다.


'살생부' 실체 8월 드러날 듯
총수 재판·판결 8월에 몰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감시를 위해 내부거래 공시의무 이행 현황을 수시로 점검한다. 그중에서도 시스템통합(SI)부문과 베이커리 업종에 대해 집중 감시·제재할 방침이다. 또 계열사가 단순히 거래단계만 추가하고 수수료를 받는 관행(통행세)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K-컨슈머리포트의 대상 품목도 커피, 세제, TV, 유모차, 청소기 등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 영역 침투,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태 개선에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담합 등 기업의 핵심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경쟁질서 확립에 주력하면서 국민적 수요가 많은 소비자 정책 분야 등에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 표적은 재벌그룹들의 보험사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삼성화재·동부화재·메리츠화재 등 대기업 계열 손해보험사들의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테마 검사를 벌였다. 이 결과는 8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일부 손보사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사업비 부당 회계 처리 등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적발 사안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대형 생명보험사에 대해서도 부문검사에 착수했다. 계열사들의 부당지원과 불법적인 주주배당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대상에 오른 곳은 삼성생명·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교보생명·신한생명·ING생명·IBK연금보험 등 8개 생보사다.

"까불면 죽는다"
오싹한 선전포고

이번 검사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 이후 최초 공시되는 결산회계 ▲배당 결정과정 ▲공시이율 결정방법의 적정여부 ▲내부통제 장치 작동 여부 등이 주요 점검사항이다. 금감원은 "생보사 8곳에 대한 부문 검사가 끝나면 부당 내부 거래 혐의가 있는 또 다른 생보사에 대해서도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쪽은 검찰이다. 검찰도 8월부터 ‘재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검찰은 태광그룹, C&그룹, 오리온그룹, 한화그룹, SK그룹 등 수사 와중에도 꾸준히 대기업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 안팎에선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조만간 대기업 관련 비리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수부가 정조준한 타깃은 5개 그룹 정도로 압축된다. 법조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임기 말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A그룹이다. 검찰엔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A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 탈루로 마련한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의혹이 있는 B그룹도 검찰이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C그룹은 해외법인을 이용한 역외 탈세, 오너의 지분확대 비리,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그룹은 하청업체 등을 통해 단가후려치기, 공사비 부풀리기, 리베이트 등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E그룹은 불법 해외부동산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내부 인사를 앞두고 있다. 늦어도 이달 중순 단행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저축은행 비리 등 대형 사건들을 잇달아 매듭지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연루된 외화 밀반출 사건과 BBK 가짜편지 사건도 인사 이전에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국세청, 전방위 세무조사
공정위, 대기업 감시 고삐
금감원, 대형 보험사 타깃
검찰, 오너비리 털기 시동

현 정권의 마지막 검찰 인사는 12월 대선 등을 앞둔 탓에 소폭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급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빅4'는 유임 또는 순환보직 인사가 점쳐진다. 다만 지난 2월 정기인사 때 자리이동이 별로 없었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깜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수사는 내부 인사가 있는 이달 이후인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 등은 새 수사팀을 구성하는 대로 주로 대기업 비자금이나 정치인 뇌물 사건을 다루는 특수수사 방향과 대상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정라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고 있다"며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한 임원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며 "비용 절감,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와중에 외풍까지 덮친다면 국제경쟁력 약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와중에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형 사건에 연루된 오너들의 재판과 판결이 8월에 몰려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사정 칼바람과 함께 재계에 '8월 괴담'이 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질질'끌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다음달 마무리될 전망이다. 두달 전 재판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는 8월16일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었다. 이후 재판부의 인사이동으로 선고가 미뤄졌다. 역시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이르면 8월 중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1400억원대 회사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2심 중이다.

7월 중 검찰 인사
재편 후 드라이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씁쓸한' 오너일가 재판도 8월 속도를 낸다. 상속 재산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삼성가 이맹희-이건희 형제의 공방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공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기업들은 유럽발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사정라인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초동'에 발이 묶인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돌아가는 정황상 재벌그룹에게 2012년 8월은 '잔혹한 달'로 기억될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8월 괴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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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