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재계 '8월 괴담'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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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릴 잔혹한 칼바람 '카운트다운'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유럽발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사정라인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까지 했다. 곧 '살생부'실체가 드러날 전망. 빠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8월까지 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기업 총수들의 재판과 판결도 8월에 몰려있다 보니 요즘 재계는 '8월 괴담'으로 흉흉하다.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집권중반 분위기 반전
임기 말 끝까지 압박
 
재계는 술렁거렸다. 앞서 10여 년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4년6개월이 흐른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자취를 감췄다. 당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MB정부가 '친기업'에서 '민생'으로 경제 정책의 초점을 바꾸면서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반부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재계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대기업들이 일자리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등 사정라인이 노골적으로 '재벌 군기잡기'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정부와 재계 사이에 드리운 암운은 지금까지 걷히지 않고 있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MB정부가 과거 정권과 달리 끝까지 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에 '사정 태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대기업 저승사자'들이 총출동해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태세. 국내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국세청이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부당한 세습과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은 이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섰다.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현재 국세청은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칼 빼든 사정라인 대협공 "서열순으로 친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권 말 대기업 손보기

그 신호탄은 LG전자였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 4월 조사요원들을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 투입,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SK건설도 털기 시작했다. SK건설의 경우 심층(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 4국이 맡았다. 요원이 무려 100여명이나 투입됐다. 1999년 한진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200여명을 투입한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엔지니어링·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와 기아차·현대다이모스 등 현대기아차 계열사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4대 그룹 외에 포스코컴텍, 피죤, 삼표, 화승, 스타벅스, 국제약품, 유한양행 등도 도마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뿐만 아니다. 국세청은 재산의 변칙·편법적인 상속·증여가 의심되는 대기업 오너일가를 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법인세 신고 자료를 토대로 50대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 변동 및 지분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한 집중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년 사이 지분변동이 잦았던 그룹은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롯데, 한화 등이 꼽힌다. 실제 조사 대상엔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의 대기업 압박과 맞물려 공정위와 금감원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두 기관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본격화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일 대기업들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죄는 '하반기 공정거래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신세계·홈플러스·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 납품업체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부당한 요구를 했는지, 판촉행사 비용을 과다전가 했는지 등을 중점 조사한다.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한 롯데쇼핑·홈플러스·이마트·신세계·현대백화점 등 10개 유통업체에 대해선 현장 확인을 실시한다.


'살생부' 실체 8월 드러날 듯
총수 재판·판결 8월에 몰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감시를 위해 내부거래 공시의무 이행 현황을 수시로 점검한다. 그중에서도 시스템통합(SI)부문과 베이커리 업종에 대해 집중 감시·제재할 방침이다. 또 계열사가 단순히 거래단계만 추가하고 수수료를 받는 관행(통행세)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K-컨슈머리포트의 대상 품목도 커피, 세제, TV, 유모차, 청소기 등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 영역 침투,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태 개선에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담합 등 기업의 핵심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경쟁질서 확립에 주력하면서 국민적 수요가 많은 소비자 정책 분야 등에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 표적은 재벌그룹들의 보험사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삼성화재·동부화재·메리츠화재 등 대기업 계열 손해보험사들의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테마 검사를 벌였다. 이 결과는 8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일부 손보사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사업비 부당 회계 처리 등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적발 사안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대형 생명보험사에 대해서도 부문검사에 착수했다. 계열사들의 부당지원과 불법적인 주주배당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대상에 오른 곳은 삼성생명·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교보생명·신한생명·ING생명·IBK연금보험 등 8개 생보사다.

"까불면 죽는다"
오싹한 선전포고

이번 검사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 이후 최초 공시되는 결산회계 ▲배당 결정과정 ▲공시이율 결정방법의 적정여부 ▲내부통제 장치 작동 여부 등이 주요 점검사항이다. 금감원은 "생보사 8곳에 대한 부문 검사가 끝나면 부당 내부 거래 혐의가 있는 또 다른 생보사에 대해서도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쪽은 검찰이다. 검찰도 8월부터 ‘재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검찰은 태광그룹, C&그룹, 오리온그룹, 한화그룹, SK그룹 등 수사 와중에도 꾸준히 대기업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 안팎에선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조만간 대기업 관련 비리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수부가 정조준한 타깃은 5개 그룹 정도로 압축된다. 법조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임기 말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A그룹이다. 검찰엔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A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 탈루로 마련한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의혹이 있는 B그룹도 검찰이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C그룹은 해외법인을 이용한 역외 탈세, 오너의 지분확대 비리,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그룹은 하청업체 등을 통해 단가후려치기, 공사비 부풀리기, 리베이트 등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E그룹은 불법 해외부동산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내부 인사를 앞두고 있다. 늦어도 이달 중순 단행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저축은행 비리 등 대형 사건들을 잇달아 매듭지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연루된 외화 밀반출 사건과 BBK 가짜편지 사건도 인사 이전에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국세청, 전방위 세무조사
공정위, 대기업 감시 고삐
금감원, 대형 보험사 타깃
검찰, 오너비리 털기 시동

현 정권의 마지막 검찰 인사는 12월 대선 등을 앞둔 탓에 소폭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급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빅4'는 유임 또는 순환보직 인사가 점쳐진다. 다만 지난 2월 정기인사 때 자리이동이 별로 없었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깜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수사는 내부 인사가 있는 이달 이후인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 등은 새 수사팀을 구성하는 대로 주로 대기업 비자금이나 정치인 뇌물 사건을 다루는 특수수사 방향과 대상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정라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고 있다"며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한 임원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며 "비용 절감,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와중에 외풍까지 덮친다면 국제경쟁력 약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와중에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형 사건에 연루된 오너들의 재판과 판결이 8월에 몰려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사정 칼바람과 함께 재계에 '8월 괴담'이 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질질'끌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다음달 마무리될 전망이다. 두달 전 재판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는 8월16일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었다. 이후 재판부의 인사이동으로 선고가 미뤄졌다. 역시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이르면 8월 중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1400억원대 회사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2심 중이다.

7월 중 검찰 인사
재편 후 드라이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씁쓸한' 오너일가 재판도 8월 속도를 낸다. 상속 재산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삼성가 이맹희-이건희 형제의 공방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공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기업들은 유럽발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사정라인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초동'에 발이 묶인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돌아가는 정황상 재벌그룹에게 2012년 8월은 '잔혹한 달'로 기억될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8월 괴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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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