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붉은 수돗물’ 주의보

인천 찍고 서울·안산까지 ‘공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천서 불거진 붉은 수돗물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지는 적수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 주민들의 불편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고개 숙이는 박남춘 인천시장 ⓒ인천시

지난 530일 인천 서구 검암, 백석, 당하동 지역의 가구와 학교 등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수돗물 현상은 나흘 후 중구 영종도에 이어 보름 후 강화도까지 번졌다. 주민들은 씻고 먹을 물을 구하기 위해 생수를 구입해야 했으며 학교급식까지 중단되면서 학생들도 피해를 입었다.

100% 인재

최근에는 인천을 넘어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경기도 광주시, 안산서도 붉은 수돗물 민원이 접수됐다. 피해 지역이 인천을 넘어서 조금씩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른 지역 주민들도 붉은 수돗물 현상이 나타날까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붉은 수돗물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해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 상태다.

인천시는 지난 6일부터 환경부·한강유역환경청·국립환경과학원·한국환경공단·수자원공사·학계 전문가 등 4개 팀 18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을 꾸려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후 붉은 수돗물 현상이 불거진 지 19일째가 돼서야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8일 환경부는 붉은 수돗물 현상의 원인을 무리한 수계전환으로 진단했다. 원래 공촌 정수장서 영종 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물이 흐르는 방향 그대로 보내는 자연유하방식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번 수계전환에선 평소보다 2배 강한 유속을 이용해 물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바꿔 공급했다.


일반적으로 역방향 수계전환을 하려면 흔들림이나 충격 등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물질 발생 여부도 확인해 정상 상태가 됐을 때 공급량을 늘리는 게 원칙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번 수계전환은 불과 10분 만에 이뤄졌다.

환경부는 탁도계마저 고장 나는 바람에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서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 발생 이후 지속해서 정수지, 송수관로, 급배수관로, 주택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또 수도관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있는 지도가 없어 배수지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체계적인 방류가 지연된 점도 사태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무리한 수계전환 때문에 …
식수 부족·급식 중단 사태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서 인천의 붉은 수돗물 현상이 100% 인재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인천의 내구 연한이 지난 노후화된 관은 14.5%로 전국 평균 수준이라며 아무 생각 없이 수계전환을 한 담당 공무원의 매너리즘 때문에 (붉은 수돗물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탁도 등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부유물질을 빼내는 것도 예상 가능한데 그 모든 것을 다 놓쳤다”며 현장서 담당자들이 제대로 답을 못할 뿐 아니라 숨기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현장에 다녀온 뒤 인재를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하자 고개를 숙였다. 박 시장은 지난 17사태 초기 적극적인 시민 안내와 대응이 미흡했다피해 초기 적수나 탁수가 육안상 줄어드는 과정서 수질검사 기준치에만 근거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주민에게 설명해 불신을 자초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모든 상황을 대비한 철저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지 못한 점, 초기 전문가 자문과 종합대응 프로세스가 없었던 점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상수도본부장과 공촌 정수사업소장의 직위를 해제한 상태다.
 

▲ 녹물이 나오고 있는 수돗물 ⓒMBC

환경부는 지난 24일 인천 수돗물 수질검사 결과를 1차로 공개했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한국수자원공사 등으로 구성된 안심지원단은 지난 22일부터 인천 서구, 중구 영종도, 강화도 지역 정수장·송수관로 등 급수계통과 아파트, 공공기관 등 38곳서 수돗물을 채취해 수질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돗물을 실제 사용하는 아파트나 공공기관 등의 탁도가 급수계통보다 높게 나왔다. 안심지원단에 따르면 급수계통에 대한 단계별 청소 효과가 실제 가정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번 수질검사서 망간, , 탁도, 증발잔류물 등 13개 항목은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충족했다고 전했다.

수질 문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주민들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실제 붉은 수돗물 사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부질환 및 위장염 환자가 137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서구, 중구 영종도, 강화군에서 피부질환 환자는 103, 위장염 환자는 34명 등 모두 137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담당 의사나 간호사 등이 이 같은 질환이 수돗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응답한 환자들이다. 인천시는 지역보건소를 통해 지역 의료기관 182곳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하지만 환자들이 보상을 받기까지는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부질환 등이 수돗물로 인한 것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님 직접 사과했지만 …
민심 악화 주민소환 검토

해당 지역의 민심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인천 서구와 중구 영종도 주민들은 박 시장과 관할 구청장들에 대한 주민소환을 검토 중이다. 영종지역 주민단체인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는 지난 26일 주민소환대책위원회를 꾸려 소환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붉은 수돗물 현상이 전국 각지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아파트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데 대해 노후 상수도관 138를 긴급 교체하기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붉은 수돗물 현상의 원인을 낡은 상수도관 문제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1984년 이후 교체되지 않은 노후 상수도관 175중 재개발지역을 제외한 138를 연내 교체하겠다밝혔다. 서울시내 총 상수도관은 13571에 달한다.
 

▲ 붉은 수돗물 사태로 집회에 나선 인천 시민들

민관합동조사관은 노후배관과 배수관의 끝부분에 쌓인 퇴적물이 수돗물을 혼탁하게 만들어 이번 붉은 수돗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선 검은 이물질이 섞인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됐다. 안산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5일 고잔1동 일부 주택서 음용이 어려워 보이는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피해 가구는 1900여가구에 달했다.


그래도 불안

안산시는 4시간여의 작업 끝에 이물질이 섞인 수돗물을 모두 빼낸 뒤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주민들에게 사용해도 된다고 통보했다. 주민들은 안산시의 통보에 따라 수돗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산시도 빠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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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