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교사들의 두 얼굴

수업 중엔 선생님 종 치면 발바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교사는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할 스승이었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교사는 본받고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 학부모의 존경도 받았다. 하지만 교권은 날로 추락하고 있다. 학생들의 일탈과 학부모의 간섭만을 원인으로 삼기엔 물의를 일으키는 교사도 적지 않다.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잔인한 후유증을 남긴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 10명 중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생각해봤다고 응답했다. 김재엽 연세대 교수의 논문 여자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자살 생각의 관계에 실린 내용이다.

논문에 따르면 중고교 여학생 1019명 가운데 16.2%가 어떤 유형의 성폭력이든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63.6%(105)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경험이 없는 학생의 경우 그 비율은 36.4%였다.

가해 교사
피해 학생

교사가 성폭력 가해자일 경우 피해 학생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피해 학생들은 교사의 권위에 눌려 성폭력 피해 경험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던 중 20184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창문 미투를 시작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서 스쿨 미투가 시작됐다.

지난해 4월 용화여고 졸업생 96명은 교사 18명의 상습적인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 재학생들은 학교 창문에 ‘#with you’ ‘I can do anything’ ‘#Me Too’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에게 지지를 표했다. 용화여고를 시작으로 학생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 SNS를 통해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스쿨 미투 폭로가 나온 중·고등학교는 80여곳에 달한다. 재학생들은 교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성폭력 피해 경험을 폭로했다. 졸업생들도 재학생들의 폭로에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스쿨 미투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교사가 가해자인 성범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충북 제천의 한 고등학교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30대 교사 김모씨는 다른 지역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신체 사진 등을 강압적으로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학교서 근무 도중에 체포영장을 들고 온 경찰에게 긴급체포됐다.

김씨는 피해 학생을 인터넷 채팅방서 알게 됐다. 이후 특정 부위 사진을 요구하고 강요와 협박을 일삼다가, 직접 만나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김씨를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교육청은 즉각 김씨를 직위해제하고 진상 파악에 나선 상태다.

지난 3월에는 4년 동안 18회에 걸쳐 제자를 성폭행한 전직 교사가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1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중학교 교사 서모씨의 상고심서 징역 9,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간 5년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교권 침해 심해진 만큼
각종 비위 사건도 늘어

서씨는 20133월부터 1년간 피해 학생이 재학 중인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그는 학교와 피해 학생의 집, 모텔 등에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아내가 임신해 입원한 중에도 피해 학생에게 몹쓸 짓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만 13세에 불과했던 자신의 제자이자 청소년인 피해자를 위력으로 추행한 것을 시작으로 약 4년 동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했다교사로서 학생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고 교사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점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서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이 징역 9년을 선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장애인 제자 3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강원지역 특수학교 교사 박모씨는 항소심서도 징역 1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2014년부터 20187월까지 지적 장애가 있는 피해 학생 3명을 교실 등에서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 용화여고 ⓒ트위터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록 잘못을 인정하고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엄벌이 불가피하다원심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검찰과 박씨가 낸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제자와 성관계를 맺고 시험 성적을 조작해줬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도 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12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기간제 교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사들의 비위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교권을 침해당하는 것과 비례해 교사들의 일탈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사 성범죄
계속 증가

김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사들의 비위는 6873건으로 집계됐다. 2014702건서 20181248건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비위 유형별로는 음주운전이 2394건으로 전체의 3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폭행·절도·도박 등 실정법 위반이 1850(26.9%)으로 뒤를 이었다. 성폭행·성추행·몰래카메라 촬영·공연음란·음란물 배포 등 성비위는 전체의 10%676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교사들의 성비위는 201444건에서 2015106, 2016139, 2017170, 2018168건으로 5년 새 4배나 늘었다.

지난해 5월 스쿨 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때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교생 10명 중 4명이 학교서 교사의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고등학생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0.9%입학 후 성희롱이 일어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는 지난해 전국 여고생 814, 남고생 200명을 상대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진행했다. 응답자의 34.4%는 교사들이 학생의 머리··어깨·허벅지 등을 만지거나 껴안고 뺨을 비비는 등 신체적 성희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음담패설을 하거나 이성친구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냐고 묻는 언어적 성희롱을 한다고 답한 비율도 21.2%였다.


응답한 학생의 27.7%는 교사에게 직접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변해 충격을 안겼다. 성희롱을 당한 상황은 대부분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던 때였다. 복장을 지적하며 지도용 봉으로 신체부위를 찌르거나 치마 길이를 확인한다며 교복을 들추는 일 등이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꼽혔다.

문제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응답자의 37.9%성희롱을 당했을 때 모르는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피해 학생 10명 중 4명이 교사의 성희롱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피해 학생의 20%에 가까운 응답자들도 부당하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참았다고 답변했다.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 대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학생
소극적 대응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수위를 높은 수준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하연 서울경찰청 젠더폭력예방전문 강사는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학교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학교의 사후 대책을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서 전문가들의 조언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실제 성비위를 저지른 교사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 성비위 교원 징계처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사의 성추행·성폭행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10건 중 2건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학생이 피해자이고 교사가 가해자인 성비위에 대한 징계 건수는 201320건서 201536, 201641, 201760건으로 5년 새 3배나 늘었다. 이 중 징계 수위가 경징계 처분에 그친 사례는 182건 중 35(19%)에 달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성폭행을 저지른 교사 10명 중 2명은 감봉·견책·경고 등 가벼운 처벌만 받은 셈이다.

박 의원은 교사가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위계관계서 발생하기 때문에 취약한 가정의 청소년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이 없는 엄정한 처벌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쿨 미투가 일어난 것도 교사와 학생은 수직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투운동 자체도 위력 관계서 발생해 그동안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에서 비롯됐다. 스쿨 미투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서 쉽게 폭로하지 못한 성폭력 피해 사례를 밖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스쿨 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스쿨 미투를 촉발한 용화여고서 파면된 가해 교사가 검찰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달 7일 강제추행 혐의를 받은 용화여고 전 교사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노원경찰서는 사건을 일부 기소·불기소 의견으로 나눠 검찰에 넘긴 상태였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증거 부족에 의한 무혐의로 판단하고 기소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와 보완 수사 과정서 A씨와 피해를 호소한 학생, 졸업생의 증언이 상반되는 부분이 있어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스쿨 미투 시작 1년 지나 
가해 교사 솜방망이 처벌

<경향신문>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경찰에 12차례 출석해 진술한 뒤에는 나오지 않아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없었다“A씨가 알리바이를 주장한 부분 중 객관적인 사실과 부합한 것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14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처음으로 전국 86개 중·고등학교서 발생한 스쿨 미투 현황판을 공개했다. 스쿨 미투에 참여한 전국 학교들 중 서울 소재 중·고교 수가 23개로 가장 많았다.

이날 정치하는 엄마들은 스쿨 미투 현황판을 통해 피해 학생들이 당한 성폭력 사례를 소개했다. 서울시 내 한 중학교 교사는 제자에게 고등학교에 가면 성관계를 맺자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내가 열 달 동안 생리 안 하게 해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리 오므려” “나는 네 속이 궁금해라는 식의 추행 발언을 일삼은 교사도 있었다.

지방 소재 중학교서도 나는 정관수술을 했으니 너희와 성관계를 해도 임신하지 않아 괜찮다” “몸매 이쁘네, 엉덩이도 크네등의 발언이 나왔다. 또 지방의 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는 예쁜 학생이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화장실 가서 옷 벗고 기다리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는 등의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발언도 있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 3월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교육청에 스쿨 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감사 실시 여부와 징계 등 처리 결과와 같은 주요 정보에 대해 대부분 비공개 답변을 받자 이 같은 현황판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스쿨 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기자회견을 열고 가해교사는 스승이 아니다라며 교사가 스승의 탈을 쓰고 교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교사와 같은 장소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신변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골든아워나 마찬가지라며 학교 성폭력 공론화를 이끌어낸 재학생, 졸업생 고발자들이야말로 시대의 참스승이라고 전했다.

여성단체들
정부대책 촉구

앞서 지난 2월에도 각 지역 스쿨 미투 단체와 여성단체 등이 모여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스쿨 미투)고발 후 1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고발자는 2차 가해와 신변 위협에 시달리고, 학교는 고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정부는 최초 스쿨 미투 고발 후 열 달 만에야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학교 전수조사가 빠지는 등 근본적 해결책을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비교사들까지… 성희롱 단톡방 펑펑

현직에 있는 교사뿐만 아니라 예비교사의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각 지역 교대서 단톡방 성희롱과 불법 촬영 등 성범죄 의혹이 잇따라 폭로됐다.

예비교사들의 윤리의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이 가입된 한 소모임서 같은 과 여학생들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담긴 책자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신입생과 졸업생이 만나는 대면식 때 여학생들의 얼굴과 몸매에 등급을 매기고 성희롱을 했다는 내용이 폭로됐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이들의 성희롱을 추가 폭로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걸렸다.

교육부 전수조사 나서

경인교대 체육교육과 남학생들이 모인 채팅방서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과 욕설 등이 오간 정황도 포착됐다. 채팅 내용은 경인교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익명제보가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제보자가 게시한 채팅방 사진에는 특정 여학생을 명시하며 노골적으로 성희롱하는가 하면, 또 다른 여학생을 상대로 심한 욕설을 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에서는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서 성 관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특별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교대, 경인교대, 광주교대 등을 시작으로 전국 교대 10곳이 특별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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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