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버닝썬 수사 풀리지 않은 의혹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15 09:57:38
  • 호수 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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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못 열고…5개월간 헛발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찰의 ‘버닝썬 게이트’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이다. 승리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승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명운을 걸었지만, 변죽만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는 2018년 11월24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서 일어난 폭행 사건이 발단이었다. 그날 버닝썬 장모 이사가 클럽을 방문한 김상교씨를 폭행했다. 폭행당한 김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는 오히려 김씨를 가해자로 지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치우면 찾고
치우면 찾고

김씨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인근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김씨는 고통을 호소했지만 당시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씨가 폭행당한 사건은 뒤늦게 여론의 공분을 샀다. 2019년 1월28일 MBC가 사건 당시 CCTV 화면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강남 클럽과 경찰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이틀 뒤인 1월30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에 나섰고 대규모 수사단이 꾸려졌다. 

조사 과정서 클럽 버닝썬의 소유 관계와 클럽 MD(영업 담당자)의 마약 사건 등이 하나둘 튀어나왔다. 버닝썬과 유착한 전·현직 경찰도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의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2018년 7월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강남경찰서 경찰관에게 뇌물을 전달하려 한 혐의를 포착했다.

전달책을 맡은 전직 경찰관 강모씨는 구속되었고, 유착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은 입건됐다.


2월24일 버닝썬의 최대 주주인 전원산업(지분율 42%)의 최모 대표가 2018년 4월부터 강남경찰서의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피고·참고인 신분으로 17번 조사했지만
승리, 성접대부터 횡령까지 혐의 6개뿐

전원산업은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 호텔을 운영하는 회사다. 경찰발전위원회에 최 대표가 이름을 올리면서 의혹은 확대됐다. 

버닝썬 사건이 꾸준히 여론의 관심을 모은 것은 이 클럽의 운영에 톱스타 승리가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클럽 버닝썬의 사내이사로 활동한 승리는 버닝썬 사건의 상징적 존재이자 모든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다. 그런데 승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승리는 약 5개월간 이어진 버닝썬 수사서 피고인·참고인 신분으로 총 17회에 걸쳐 소환조사를 받았다. 승리는 이번 사건서 ▲성매매 알선 ▲자금 횡령 ▲경찰유착(청탁금지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불법 촬영물 유포 5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그런데 사건의 핵심인 ▲성매매 알선 ▲자금 횡령 ▲경찰유착(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수사에는 진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역수사대
항상 뒷북만

▲성매매 알선= 승리는 지난 2월 이른바 ‘승리 카카오톡방’이 알려지며 아레나서 자신의 해외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3월 승리를 성매매 알선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했다. 


조사 과정서 경찰은 동업자 유인석 전 대표가 2015년 일본인 사업가 A 회장이 방한했을 때 성매매 여성을 부르고, 알선책 계좌로 대금을 송금한 사실을 포착했다. A 회장의 일행 7명 중 일부가 여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접대 자리에 동원된 여성들로부터 실제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성매매에 관련된 여성 17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2015년 클럽 아레나서 이뤄진 외국인 투자자 접대, 2017년 필리핀 팔라완서 열린 승리의 생일파티서도 성접대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유 전 대표가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대체로 시인하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승리는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횡령= 경찰은 승리가 버닝썬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버닝썬 자금 2억여원이 승리와 유 전 대표가 차린 주점인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로 지출된 것을 확인하고, 승리의 횡령 혐의를 수사해왔다. 승리 측은 “버닝썬 안에 있었던 ‘몽키뮤지엄’ 이름의 DJ 부스 운영료로 정당하게 지불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몽키뮤지엄과 관련해 유리홀딩스 법인 자금을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리홀딩스 법인 계좌서 1100만원이 몽키뮤지업 직원의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유 전 대표가 설립한 네모파트너즈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지급된 버닝썬 자금 역시 횡령으로 의심하고 있다. 버닝썬 자금이 버닝썬의 최대 주주회사 측에 임대료 상승분 명목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물론, 버닝썬 투자자로 알려진 대만의 부호 린 사모 측에 차명 통장을 통한 허위 입금 명목 등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도 있다. 

빈 수레 요란 
용두사미로 끝

▲경찰 유착= 승리와 경찰 간의 유착관계도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서 경찰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은 모두 5건이다. 김상교씨 폭행 사건과 미성년자 출입 무마 사건 등 버닝썬과 직접 관련 있는 사건이 2건, 승리 등이 투자한 몽키뮤지엄의 변칙영업 신고 무마 청탁 등 승리 단체 대화방 참가자들과 관련된 의혹이 3건이다. 

경찰은 전직 경찰관 1명을 구속하고 현직 경찰관 5명을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이후 수사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승리 카카오톡 대화방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모 총경 등 3명을 입건했지만, 윤 총경 등이 몽키뮤지엄 사건을 처리하는 데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윤 총경 등은 승리 일행들과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대가성은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 16개 팀 152명 투입
별다른 진척 없이 마무리

몽키뮤지엄은 2016년 7월 유리홀딩스가 투자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한 힙합 라운지로, 윤 총경 등은 2016년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됐을 때 처벌 수위를 낮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수 최종훈이 윤 총경의 부인에게 말레이시아 케이팝 공연 티켓을 준 것과 관련해 ‘유리홀딩스 유 대표의 부탁을 받아 윤 총경 부인이 말레이시아 공연 현장에서 매표소를 통해 티켓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유착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민갑룡 경찰청장

경찰은 딜레마에 빠졌다. 경찰 수사로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혹을 밝혀내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유착 의혹 수사가 제자리걸음인 것을 두고 벌써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수사가 미진할 경우 꼬리 자르기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경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지능범죄수사대·사이버수사대 등 정예 수사 인력 16개 팀, 152명을 투입했다.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인력만도 56명에 달한다.

성매매·유착
의문만 남아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의 명운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유착 의혹 해소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 청장은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한 수사뿐 아니라 강도 높은 감찰 활동을 병행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승리와 관련된 수사가 진척이 없는 건 수사팀이 이렇다 할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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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