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보도> 대한축구협회 ‘선거정보 유출’ 의혹…김병지 밀어주기 논란

특정인에 맞춘 선거인단 ?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시 축구인들이 뿔났다. 이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서울시축구협회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후보를 회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권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거에 관여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선거정보가 담긴 문건이 유출됐다.(<일요시사> 1215: 대한축구협회 선거정보 유출의혹) 대한축구협회(이하 대한축협) 기획감사팀서 만든 서울시축구협회(이하 서울축협) 회장선거 관련 문건이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에게 사전에 전달됐다.

조직적 개입

서울축협 회장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김병지는 대한축협 관계자로부터 서울시 축구협회 회장선거 계획()’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병지에게 전달된 문건에는 선거인단 구성, 향후일정 등 서울축협 회장선거 관련 정보가 담겼다.

서울시 축구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서울시체육회(이하 시체육회)와 대한축협이 제대로 된 해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축협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문건 내용과 유출 과정 등에 대해 원인 제공자인 대한축협의 입장을 듣겠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 축구인들은 문건에 기재된 선거인단 구성부분을 문제 삼았다. 선거인단은 회장선거서 직접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권자들이다. 선거인단 구성에 따라 후보의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간접선거로 치러질 경우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울시 축구인들은 “문건에 기재된 선거인단 구성 방법이 김병지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축구행정 경험은 없지만 인지도가 강점인 김병지에게 맞춘 선거인단 구성이라는 입장이다.

문건에 따르면 서울축협 회장선거의 선거인단은 대의원, 지도자, 심판, 선수, 동호인 등 100명 내외로 구성된다. 대의원은 자치구 축구협회의 장 25, 등록팀의 단체군 대표 25명으로 50명이다.

나머지 50명은 지도자 10(초등 중등 고등 대학 일반 여성 1)과 심판 10(1~5급 각 급별 2), 선수 10(대학 일반 여성 1), 동호인 20(203·304·403·505·603·702)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축협 회장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한 축구인은 대의원은 행정과 운영에 관여하기 때문에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고 후보에 대해서도 잘 안다”며 반면 지도자·심판·선수·동호인 등은 직접 필드서 활동하기 때문에 선거정보에 어둡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 나온 일정을 봐도 선거운동 기간은 일주일(42329)에 불과하다그 기간 동안 후보자들이 얼마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전에는 대의원으로만 선거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아는데 왜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고 의아스러워 했다.

실제 서울축협 회장선거 규정에 대해 논의한 관리위원회에서는 선거인단 구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전해진다. 서울축협은 지난해 1127일 관리단체로 지정됐고 시체육회는 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관리위원회는 대한축협 관계자 2, 시체육회 관계자 2, 대한축협 추천 인사 1, 시체육회 추천 법조인 1, 위원장 1명 등 총 7명으로 꾸려졌다. 관리위원회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관리위원 7명 외에도 대한축협 기획감사팀 직원 1명과 변호사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인단 구성을 두고 이전에 해왔던 방식대로 대의원으로 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선거인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위원이 누구인지, 소속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대한축협 기획감사팀 직원은 (대한축협서 나온) 관리위원 1명이 부재중일 때 대타로 참석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선거인단 구성에 대해서는 시체육회 규정 등을 준용했다고 전했다. 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 제19(회장의 선출)에 따르면 회장은 회장선출기구서 선출하며, 회장선출기구는 대의원, 선수 또는 선수였던 사람, 지도자, 동호인 등으로 30명 이상 150명 이내로 구성한다고 돼있다. 회장선출기구는 선거인단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관리위원회에 또 다른 축협 인사?
서울시 축구인들 “관련자 징계해야”

대한축협은 정관에 따라 선거인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협은 시체육회가 45일 문건 유출과 관련해 사실 확인을 요청하며 보낸 공문에 선거인단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축협 관계자는 “419일 오후에 시체육회의 공문에 대해 회신했다정확한 내용은 확인해봐야 하지만 선거인단 구성은 대한축협 정관에 따랐다는 내용이 포함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시 축구인들은 선거인단의 구성이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14개구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201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는 과정서 봉합되지 못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진정인들은 서울축협 통합 회장선거는 (문건에 나온 대로) 100명 내외의 선거인단이 아니라, 구 서울축협과 구 국민생활체육 서울시축구연합회가 통합 회장선거 당시 합의한 방식으로 정한 선거인에 의해 치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64월 구 서울축협과 구 서울시축구연합회는 각 단체서 5명씩 총 10명의 통합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수차례 회의 끝에 대의원 수는 각 단체서 38명씩 76명으로 정했다. 그리고 201612월 최재익 회장이 통합 서울축협의 회장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당시 일부 대의원들이 통합 회장선거를 무효라고 주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문제를 제기한 일부 대의원의 손을 들어줬고, 최재익 회장은 20187월 회장직을 잃었다.

문제는 최재익 회장이 통합 서울축협을 이끄는 동안 구로구·강서구·관악구·성북구축협이 모든 행정에서 배제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서울축협 회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다시 말해 서울축협 회장선거에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자격 자체가 없는 것이다.

진정인들은 “2016년 통합 회장선거 과정은 법원서 무효라고 판단했다그렇다면 통합 회장선거 단계부터 절차가 다시 진행돼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병지가 받은 문건에 나온 선거인단 구성에 일부 서울시 축구인들은 아예 지워져버렸다고 꼬집었다.


한 진정인은 김병지가 대한축협으로부터 받은 문건은 지난 326일에 만들어졌다. 문건에는 회장선거 일정이 410일부터 진행된다고 돼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수차례에 걸쳐 시체육회와 관리위원회에 말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규정대로

진정인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서울시 축구인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대한축협에 항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인 대한축협의 해명을 요구하고 관리위원회에 참석한 대한축협 인사, 문건 유출자 등에 대한 징계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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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