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1999년 8월 중국 베이징서 현대그룹과 북한 측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면서 체결한 관광 세칙과 신변안전보장 관련 합의서 내용을 인용해본다. 관광 시 준수 사항 중 일부다.
『담배는 정해진 장소서만 피우고 꽁초를 정해진 장소에 버려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15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당시 동 조항을 상세하게 살피지 못했는데, 지금 이 시점서 바라보니 북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할 듯하다. 규제사항에 대해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더 완고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산, 그것도 다른 산이 아닌 금강산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즉각 총살형에 처한다가 정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총살형은커녕 오히려 흡연을 권장하는 듯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최근 강원도 고성서, 그리고 여러 산에서 발생했던 화재에 대해 주목해보자. 언론서 고성 화재는 도로변 전신주 개폐기서 발화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타의 산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규명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산을 벗 삼아 지내는 필자의 입장서 바라볼 때 여타의 산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은 흡연으로 인한 결과로 보인다. 이 나라 지형의 특성상 자연발생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는 없다. 즉 국내 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결국 인재일 수밖에 없는데 그 중심에 흡연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확신을 가지고 주장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자주 산을 찾는 필자는 산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당연히 제지하여야 하건만, 그냥 묵살하고 만다.
왜냐? 필자 역시 흡연에 대한 유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흡연자들은 쉽사리 용인하기 힘들겠지만, 땀 흘리고 산에 올라 시원한 바람과 멋진 조망을 마주하게 되면 흡연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치솟는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산을 즐겨 찾고 오랜 시간 산에 머무르기를 원하면서도 여러 시간 머무르지 못하고 급히 하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본능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충동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소극적 행동이다. 산 정상이나 전망 좋은 곳, 즉 탁 트인 장소는 주로 암반이기에 흡연자가 고의로 화재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흡연으로 인한 화재의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산에서의 흡연에 대한 규제로 인해 후미진 곳, 즉 나무나 덤불로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들어 흡연을 시도한다. 해당 장소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급하게 흡연하게 되니 뒤처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 화재 위험은 배가 된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자. 이 나라 사람들, 특히 공무원 내지는 그와 유사한 직종에 종사하는 인간들을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오로지 ‘전면금지’라는 안일하기 짝이 없는 극단적인 대책으로 일관한다.
극단적 대책은 서로가 죽는 꼴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산에서의 흡연 행위도 그렇다. 흡연자가 산에서 오랜 시간 금연하는 일이 전면금지라는 규제로 제어될까. 한마디로 턱도 없는 소리다. 그런 경우라면 북한처럼 유연하게, 제한적으로 흡연을 허용하는 방식이 훨씬 이로울 터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