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인조 2년(1624) 9월30일의 기록을 인용해본다.
『국가는 평소에 삼정승이 육조를 총괄하여 다스리고 육조가 소속 각사(各司)를 규검(糾檢, 위법한 일을 자세히 살피어 찾아냄)하여 치도(治道)를 이루어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날 이래로 옥상옥(屋上屋)의 폐단이 생겨 일이 발생할 때마다 국(局)을 설치하여 도감(都監, 국가의 중대사를 관장하기 위해 수시로 설립한 임시 관서)이 한없이 많아지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폐단이 남아 있습니다.
외방(外方)으로 말을 하면 크던 작던 간에 모든 일을 도주(道主)에게 책임지워야 할 텐데, 지금은 여러 도감과 각 아문이 서로들 다투어 호령하는 통에 누구의 말을 따라야 될지 모르게 되었으므로 감사(監司)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콧노래나 부르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사(都事)를 엄선하여 보내면 또한 섭행(攝行, 일을 겸해서 행함)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으레 구차하게 채워 보내니, 이것이 한갓 시끄럽게 소요만 일으키고 먼 지방에 정령(政令, 정치상 법도와 규칙)이 행해지지 않게 되는 이유입니다.』
상기 내용은 임금인 인조에게 대사헌인 정엽(鄭曄)이 아뢴 말로 옥상옥은 ‘지붕 위에 지붕을 또 얹는다’는 뜻이다. 이는 정엽의 ‘일이 발생할 때마다 국을 설치하여 도감이 한없이 많아지게 되었다’는 말처럼 쓸데없는 기구를 새로 만들어 각 기구 간 혼란을 초래하는 일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위인설관(爲人設官)은 ‘사람을 위해서 벼슬자리를 만든다’는, 필요도 없는데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직책이나 벼슬을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즉 옥상옥은 기구를, 그리고 위인설관은 사람을 중심으로 한다.
위인설관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하나는 과거적 측면으로 보은을 위해서다. 지난날 자신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답례서 비롯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래적 측면, 즉 자신이 누리고 있는 알량한 이득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다.
이제 이를 염두에 두고 자유한국당이 옥상옥이라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 문제에 접근해보자.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 기소하는 독립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말인즉슨 그럴듯하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피면 커다란 모순이 두 가지 드러난다.
먼저 공수처 신설 이유에 대해서다. 공수처 신설안을 살피면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을 취지로 삼고 있다.
현재는 검찰이 공수처의 기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검찰이 정치 권력화됐고, 또 독립성이 훼손되었기에 검찰을 믿지 못하겠으니 공수처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검찰이 지니고 있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음은 공수처의 장을 임명하는 부분에 대해서다. 그 안을 살피면 공수처장은 국회 추천위원회가 후보 2인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한 뒤 국회서 1명을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밟도록 했다.
필자는 지난주 <일요시사>에 게재했었던 ‘헌법, 개에게나 줘라’ 칼럼서 대한민국의 엉터리 같은 삼권분립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했었다. 그와 같은 맥락이다. 공수처의 장을 권력이 임명하면서 정치적 독립을 언급하고 있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로 결국 공수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격다짐으로 공수처를 신설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옥상옥이 아니라 문재인정권의 꼼수, 위인설관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