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떠오르는 작가’ 허우중

무채색 화면이 내는 화려한 색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허우중 작가의 개인전 ,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전이 갤러리바톤서 열리고 있다. 허우중은 사물의 상태나 관념적인 낱말의 조합으로 구성된 모호하면서도 다분히 철학적인 문장을 출발점으로, 이질적인 물체와 도형들이 합심해 용케 균형을 잡고 있는 화면을 재현해왔다. 그의 작품 세계를 <일요시사>가 조명해봤다.
 

허우중은 불안정과 긴박, 균형과 불균형의 동거에 관한 이미지를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작가가 현대인이 상시적으로 직면하는 불안과 공허, 막막함 등을 회화의 형태로 전달하는 기제로 활용해왔다.

선과 곡선

최근 작품에서는 사물의 형태가 사라지고 오직 선과 곡선의 합으로만 이러한 콤포지션을 묘사했다. 콤포지션은 회화, 조각, 건축 등에서 말하는 구도다. 극단적인 단순함은 뜻밖에도 이입감을 가중시키고 대상들 간의 종속관계를 보다 뚜렷하게 하는 효과를 준다.

화면 하단의 무게 중심은 이 공간이 우리에게 익숙한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공간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또 위태로울 정도로 단순한 선과 곡선은 우리 자신 혹은 우리에게 결부된 감정과 사물들로 치환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허우중의 이번 전시는 갤러리바톤과의 첫 번째 만남이다. 작가는 ,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전시회서 무게중심으로 표현됐던 일종의 근거지이자 물리학이 지배하는 공간을 떠나, 무지향적인 공간을 전유하게 됐음을 서두에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특정한 지향점에 합목적성을 가지며 유기적으로 동조하는 개별적인 이미지들의 총체적인 군집이 사라진 대신, 보다 분절적이고 자유롭게 부유하면서 필요에 따라 연횡하는 군소 집합의 움직임과 수런거림이 두드러진다.

허우중의 작품 타이어 속 공기를 보면 캔버스의 외곽은 예외 없이 선과 곡선의 합으로 이뤄진 기본적인 도형의 형태로 크게 에워싼다. 이 형태들은 쉼 없이 회전하거나 곧바로 튕겨져 나갈 듯한 기세로 도사리고 있는 작은 반원들과 유려하게 휘어진 파상선들을 제지시키고 있는 듯하다.

허우중은 이를 가리켜 마치 지구의 중력장서 벗어나는 순간 우주의 곳곳으로 즉시 튕겨져 나갈 인공위성들처럼 도사리고 있는 그들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선과 면은 그것들의 접목 방식에 따라 고유한 색채와 온도를 띤다고 역설했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추상미술의 아버지이자 청기사파의 창시자로, 사실적인 형태를 버리고 순수 추상화의 탄생이라는 미술사의 혁명을 이뤄냈다.

현대인의 불안 ·막막함 그려
무작위적 선들은 색의 발현

미술의 정신적인 가치와 색채에 대한 탐구로 20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이론가 중 한 사람으로 불린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각 선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긴장의 정도와 방향, 울림에 따라 내재한 색채가 결정된다고 했다. 수평선은 차갑고 흑색을 띠며 푸른색의 온도감을 가지고 있고, 수직선은 따뜻하고 백색을 띠며 노란색으로 발열하는 식이다.


선의 합으로 이뤄진 각진 선은 각각 그것이 인접한 각의 크기가 예각(90보다 작은 각), 직각, 둔각(90보다 큰 각)에 따라 각각 노란색과 붉은색, 보라색을 띤다고 주장했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이론에 따르면 허우중의 작품도 단순한 선의 모음이라 볼 수 없다.

그가 작품마다 불러들인 선과 곡선의 합은 단순히 흰색의 캔버스 바탕에 가늘게 그어진 미약한 선들의 무작위적 군집이 아니라 각기 다른 채도를 담당하면서 화면 전체에 고유한 발색을 드러내는 중심 매체다.
 

알파벳 ‘A’의 형태적 특성이 차용된, 유달리 둔각의 각진 선이 반복되는 작품 ‘AB’는 군데군데 수직선이 만들어내는 백색이 도드라진 중에 화면 전체를 보라색이 점유하고 있다. 원형과 직각의 변주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작품 사상누각2’는 보색 관계인 붉은색과 푸른색이 화면 가득히 분포하며 첨예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허우중은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조형예술 학사와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포스트 디플롬 과정을 이수했다. 2018년도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 지원프로그램, 2017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외부전시 선정 작가로 뽑히는 등 유망한 작가로 떠오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유한 발색

갤러리바톤 관계자는 허우중은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유채와 드로잉, 상생에 대한 방법론적 탐구에 진력해왔다. 더 나아가 선과 곡선, 도형 등 이미지의 최소 단위가 가진 시각적 반향과 가능성에 대해 천착해왔다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무채색 화면이 빚어내는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전시는 오는 54일까지.


<jsjang@ilyosisa.co.kr>

 

<허우중은?>

학력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포스트 디플롬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 국가고등조형예술학위

개인전

,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갤러리바톤(2019)
토요일부터 금요일까지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8)
정신적 태도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 지원프로그램 선정, 갤러리조선(2018)
소셜 픽션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2017)
‘2
밤의 독백갤러리 파리 오리종(2016)
모노폴리주프랑스 한국문화원(2015)
미장센갤러리 유럽(2014)


수상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2018)
소마드로잉센터 아카이브 등록(2017)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외부전시 선정작가(2017)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정기전시 선정작가(2015)
정헌메세나 청년작가상 수상(2014)
프리 아트스쿨 데생 부분 3등 수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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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