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들도 보는‘ 지라시의 세계

죽었다·불륜·사귄다…사람 잡는 ‘받은 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명 PD와 여배우의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유포됐다.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온라인 커뮤니티, SNS가 해당 내용으로 도배됐다. 진위 여부 확인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빨랐다. 4개월 뒤 문제의 지라시를 만든 사람들이 붙잡혔다. 지라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 요즘 초등학생들도 본다는 지라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받은 글이 돌기 시작했다. 나영석 CJ ENM PD와 배우 정유미씨의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였다. 지라시에는 “#PD 티비엔(tvN)이랑 재계약 못 하고 퇴출당하는 분위기. 이유는 정유미와 불륜. 홍상수급으로 방송계서 버려지는 분위기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디스패치>도 알고 있는데 씨제이(CJ)가 돈 주고 막았음등 추가 내용이 붙은 지라시가 메신저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통해 마구잡이로 확산됐다. 지라시가 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왔다. ‘나영석’ ‘정유미’ ‘나영석 정유미’ ‘나영석 정유미 불륜등 관련 단어가 검색어 순위를 점령했다.

진짜야?
가짜야?

나영석 PD와 정유미는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의 연출자와 출연자로 관계를 맺었다. 두 사람의 불륜설이 급속도로 유포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추측성 글이 쏟아졌다.

그러자 나영석 PD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내용은 모두 거짓이며 최초 유포자와 악플러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저 개인의 명예와 가정이 걸린 만큼 선처는 없을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소속사인) CJ ENM 및 변호사와 이와 관련한 증거를 수집 중이며 고소장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유미의 소속사도 강하게 대응했다. 매니지먼트 숲은 사실무근인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고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하고 큰 상처를 준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말도 안 되는 루머에 소속 배우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조차 매우 불쾌하다고 설명했다.

악성 루머의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 온라인 게시자, 악플러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증거 자료 수집을 끝마쳤고, 오늘 법무법인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속칭 지라시를 작성하고 게시·유포하는 모든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며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협의나 선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나영석·정유미 불륜설 지라시를 최초로 만들고 퍼트린 사람들이 붙잡혔다. 지난 12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두 사람에 대한 지라시를 최초로 작성한 방송작가 A씨 등 3명과 이를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간호사 B씨 등 6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에 욕설 댓글을 단 C씨도 모욕 혐의로 입건됐다.

가짜뉴스에 온라인 들썩
4 개월 만에 작성자 잡아

출판사에 근무하던 프리랜서 작가 A씨는 지난해 1015일 방송작가들로부터 들은 소문을 지인들에게 전송했다. 이 내용은 몇 단계를 거쳐 IT업체 회사원 D씨에게 전해졌고, 그는 지라시 형태로 이를 재가공해 회사 동료들에게 보냈다.

또 다른 버전의 지라시를 작성한 사람도 있었다. E씨는 지난해 1014일 다른 방송작가로부터 들은 소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성해 동료 작가에게 전송했다. E씨가 만든 지라시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확산됐다.

경찰에 따르면 짜깁기 형태로 가공을 거듭한 지라시는 약 120단계를 거쳐 기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으로까지 전해졌고, 이후 일반인들에게로 급속히 퍼졌다. 지라시를 최초 생산한 방송작가 등은 소문을 지인에게 전했을 뿐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입건된 피의자 10명 가운데 중간 유포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나영석·정유미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에 함께 거론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지라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양현석 대표는 지라시로 인해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와 염문설에 휩싸인 바 있다.
 

▲ 배우 정유미

지난 13YG는 허위사실 유포자와 악플러 고소 건에 대한 진행 상황을 언론에 밝혔다. YG아티스트의 근거 없는 악성 루머가 담긴 지라시 최초 유포자는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해당 피의자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전했다.

YG는 지난해부터 악의적이고 왜곡된 루머 양산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팬들의 제보와 법무팀 별도 모니터링을 통해 악플러들을 상대로 대규모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다.

가공되고∼
확산되고∼

그러면서 이미 기소된 사건을 포함해 검찰에 송치됐거나 송치 예정인 사건은 현재 6이라며 올해도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 엄격한 대응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라시로 인해 피해자가 나타나고, 이들의 법적 조치로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가 밝혀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며 진위여부에 대한 파악 없이 확대·재생산했던 누리꾼에 대한 조사도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도 또 다른 내용의 지라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퍼진다는 점이다.

지라시는 뿌리다라는 뜻의 일본말 지라스서 유래한 말로, 통상적으로 '찌라시'라는 말로 많이 쓰인다. 보통 받은 글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지라시는 작성과 유포를 통해 진실처럼 자리 잡는다. 대상이 되는 사람은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연예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문구와 인지도 높은 연예인의 조합은 폭발적인 파괴력을 갖는다.

이번 경우처럼 지라시에 언급된 인물이 법적 대응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해 작성자와 유포자가 밝혀지는 상황에 이르러도 이미 금 간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지라시로 유포된 내용은 연예인이 언론에 언급되는 과정서 끊임없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미 그 상황서 진실과 거짓은 무의미해진다. 법적 조치는 말 그대로 지라시에 언급된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인 셈이다.

강경한 대응
상처만 남아


처음 지라시는 증권가 정보지서 시작됐다. 실제 증권시장서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끼리 주고받던 정보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으로 지라시가 등장한 시점은 1970년 말부터라고 전해진다. 그 당시에는 기업 정보원들이 동향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정치계와 연예계 등으로 영역이 빠르게 확장됐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무렵에는 문서화된 지라시가 사람과 사람을 거쳐 퍼졌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무차별적인 확산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문서화된 지라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치·사회·경제·문화·안보 등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지라시를 모아 만든 문서가 돈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정보의 질에 따라 구독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지라시의 영역은 끊임없이 확장됐다. 또 작성자의 범위가 증권가서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됐다. 재계 동향 등이 담겼던 내용도 이제는 헤아릴 수 없을 수준으로 다양해졌다. 심지어 정치권에선 정부가 정책 관련 발표를 하기도 전에 지라시 형태로 내용이 도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지라시는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거짓인 사례가 많다.
 

▲ 안개 낀 여의도 증권가

사실을 조금 언급한 후 거짓을 섞은 형태의 지라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과정서 슬쩍 언급된 사실을 두고 지라시를 믿을 만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룹 카라출신의 구하라는 최근 지라시의 희생양이 됐다. “구하라가 약을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빠른 속도로 유포됐다. 구하라 측에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자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구하라 측은 구하라가 지속적으로 수면장애와 소화불량을 겪어 병원서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그날은 정밀검사와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병원에 간 것까지는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거짓인 것.

증권가 정보지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일반인도 무차별 피해

연예인의 생사를 넘나드는 황당한 내용의 지라시도 여전하다. 문제는 이 같은 소식에 당사자는 물론 관계자들이 큰 충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멀쩡하게 살아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지라시가 인터넷 등을 통해 번지는 과정서 사실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우 변정수의 경우 2003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지라시로 인해 사망설이 크게 번졌다. 당시 변정수는 거짓 소문이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 김아중은 최근 사망설에 휩싸였다. 배우 김혜정, 방송인 이의정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예인들이 생사 관련 지라시에 희생됐다. 이의정은 한 방송에 출연해 여전히 사망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의정은 투병생활을 하던 중이라 사망설에 더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지라시에 언급되는 일도 잦아졌다. 그나마 법적대응이나 공개적으로 지라시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는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은 말 그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과정서 ○○, ○○남 등 자극적인 표현은 물론 관계없는 영상이 교묘하게 관련 있는 것처럼 유포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도 한다.

실제 한 대기업 직원 F씨는 다른 동료들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지라시가 유포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인사정보까지 함께 돌면서 사실로 믿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 과정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지라시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도 이미 당사자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사회 혼란↑
처벌 수위↑

지라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자 이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번 나영석·정유미 사례로 작성자가 불분명하고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라도 마음만 먹으면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라시의 유포 단계를 역으로 추적하면 중간 유포자, 악플러 등도 함께 그물망에 걸려든다.

지라시를 만들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특히 카카오톡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허위사실 유포 처벌 범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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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