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들도 보는‘ 지라시의 세계

죽었다·불륜·사귄다…사람 잡는 ‘받은 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명 PD와 여배우의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유포됐다.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온라인 커뮤니티, SNS가 해당 내용으로 도배됐다. 진위 여부 확인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빨랐다. 4개월 뒤 문제의 지라시를 만든 사람들이 붙잡혔다. 지라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 요즘 초등학생들도 본다는 지라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받은 글이 돌기 시작했다. 나영석 CJ ENM PD와 배우 정유미씨의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였다. 지라시에는 “#PD 티비엔(tvN)이랑 재계약 못 하고 퇴출당하는 분위기. 이유는 정유미와 불륜. 홍상수급으로 방송계서 버려지는 분위기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디스패치>도 알고 있는데 씨제이(CJ)가 돈 주고 막았음등 추가 내용이 붙은 지라시가 메신저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통해 마구잡이로 확산됐다. 지라시가 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왔다. ‘나영석’ ‘정유미’ ‘나영석 정유미’ ‘나영석 정유미 불륜등 관련 단어가 검색어 순위를 점령했다.

진짜야?
가짜야?

나영석 PD와 정유미는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의 연출자와 출연자로 관계를 맺었다. 두 사람의 불륜설이 급속도로 유포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추측성 글이 쏟아졌다.

그러자 나영석 PD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내용은 모두 거짓이며 최초 유포자와 악플러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저 개인의 명예와 가정이 걸린 만큼 선처는 없을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소속사인) CJ ENM 및 변호사와 이와 관련한 증거를 수집 중이며 고소장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유미의 소속사도 강하게 대응했다. 매니지먼트 숲은 사실무근인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고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하고 큰 상처를 준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말도 안 되는 루머에 소속 배우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조차 매우 불쾌하다고 설명했다.

악성 루머의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 온라인 게시자, 악플러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증거 자료 수집을 끝마쳤고, 오늘 법무법인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속칭 지라시를 작성하고 게시·유포하는 모든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며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협의나 선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나영석·정유미 불륜설 지라시를 최초로 만들고 퍼트린 사람들이 붙잡혔다. 지난 12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두 사람에 대한 지라시를 최초로 작성한 방송작가 A씨 등 3명과 이를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간호사 B씨 등 6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에 욕설 댓글을 단 C씨도 모욕 혐의로 입건됐다.

가짜뉴스에 온라인 들썩
4 개월 만에 작성자 잡아

출판사에 근무하던 프리랜서 작가 A씨는 지난해 1015일 방송작가들로부터 들은 소문을 지인들에게 전송했다. 이 내용은 몇 단계를 거쳐 IT업체 회사원 D씨에게 전해졌고, 그는 지라시 형태로 이를 재가공해 회사 동료들에게 보냈다.

또 다른 버전의 지라시를 작성한 사람도 있었다. E씨는 지난해 1014일 다른 방송작가로부터 들은 소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성해 동료 작가에게 전송했다. E씨가 만든 지라시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확산됐다.

경찰에 따르면 짜깁기 형태로 가공을 거듭한 지라시는 약 120단계를 거쳐 기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으로까지 전해졌고, 이후 일반인들에게로 급속히 퍼졌다. 지라시를 최초 생산한 방송작가 등은 소문을 지인에게 전했을 뿐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입건된 피의자 10명 가운데 중간 유포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나영석·정유미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에 함께 거론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지라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양현석 대표는 지라시로 인해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와 염문설에 휩싸인 바 있다.
 

▲ 배우 정유미

지난 13YG는 허위사실 유포자와 악플러 고소 건에 대한 진행 상황을 언론에 밝혔다. YG아티스트의 근거 없는 악성 루머가 담긴 지라시 최초 유포자는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해당 피의자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전했다.

YG는 지난해부터 악의적이고 왜곡된 루머 양산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팬들의 제보와 법무팀 별도 모니터링을 통해 악플러들을 상대로 대규모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다.

가공되고∼
확산되고∼

그러면서 이미 기소된 사건을 포함해 검찰에 송치됐거나 송치 예정인 사건은 현재 6이라며 올해도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 엄격한 대응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라시로 인해 피해자가 나타나고, 이들의 법적 조치로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가 밝혀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며 진위여부에 대한 파악 없이 확대·재생산했던 누리꾼에 대한 조사도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도 또 다른 내용의 지라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퍼진다는 점이다.

지라시는 뿌리다라는 뜻의 일본말 지라스서 유래한 말로, 통상적으로 '찌라시'라는 말로 많이 쓰인다. 보통 받은 글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지라시는 작성과 유포를 통해 진실처럼 자리 잡는다. 대상이 되는 사람은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연예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문구와 인지도 높은 연예인의 조합은 폭발적인 파괴력을 갖는다.

이번 경우처럼 지라시에 언급된 인물이 법적 대응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해 작성자와 유포자가 밝혀지는 상황에 이르러도 이미 금 간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지라시로 유포된 내용은 연예인이 언론에 언급되는 과정서 끊임없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미 그 상황서 진실과 거짓은 무의미해진다. 법적 조치는 말 그대로 지라시에 언급된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인 셈이다.

강경한 대응
상처만 남아


처음 지라시는 증권가 정보지서 시작됐다. 실제 증권시장서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끼리 주고받던 정보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으로 지라시가 등장한 시점은 1970년 말부터라고 전해진다. 그 당시에는 기업 정보원들이 동향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정치계와 연예계 등으로 영역이 빠르게 확장됐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무렵에는 문서화된 지라시가 사람과 사람을 거쳐 퍼졌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무차별적인 확산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문서화된 지라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치·사회·경제·문화·안보 등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지라시를 모아 만든 문서가 돈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정보의 질에 따라 구독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지라시의 영역은 끊임없이 확장됐다. 또 작성자의 범위가 증권가서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됐다. 재계 동향 등이 담겼던 내용도 이제는 헤아릴 수 없을 수준으로 다양해졌다. 심지어 정치권에선 정부가 정책 관련 발표를 하기도 전에 지라시 형태로 내용이 도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지라시는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거짓인 사례가 많다.
 

▲ 안개 낀 여의도 증권가

사실을 조금 언급한 후 거짓을 섞은 형태의 지라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과정서 슬쩍 언급된 사실을 두고 지라시를 믿을 만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룹 카라출신의 구하라는 최근 지라시의 희생양이 됐다. “구하라가 약을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빠른 속도로 유포됐다. 구하라 측에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자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구하라 측은 구하라가 지속적으로 수면장애와 소화불량을 겪어 병원서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그날은 정밀검사와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병원에 간 것까지는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거짓인 것.

증권가 정보지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일반인도 무차별 피해

연예인의 생사를 넘나드는 황당한 내용의 지라시도 여전하다. 문제는 이 같은 소식에 당사자는 물론 관계자들이 큰 충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멀쩡하게 살아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지라시가 인터넷 등을 통해 번지는 과정서 사실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우 변정수의 경우 2003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지라시로 인해 사망설이 크게 번졌다. 당시 변정수는 거짓 소문이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 김아중은 최근 사망설에 휩싸였다. 배우 김혜정, 방송인 이의정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예인들이 생사 관련 지라시에 희생됐다. 이의정은 한 방송에 출연해 여전히 사망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의정은 투병생활을 하던 중이라 사망설에 더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지라시에 언급되는 일도 잦아졌다. 그나마 법적대응이나 공개적으로 지라시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는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은 말 그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과정서 ○○, ○○남 등 자극적인 표현은 물론 관계없는 영상이 교묘하게 관련 있는 것처럼 유포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도 한다.

실제 한 대기업 직원 F씨는 다른 동료들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지라시가 유포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인사정보까지 함께 돌면서 사실로 믿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 과정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지라시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도 이미 당사자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사회 혼란↑
처벌 수위↑

지라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자 이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번 나영석·정유미 사례로 작성자가 불분명하고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라도 마음만 먹으면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라시의 유포 단계를 역으로 추적하면 중간 유포자, 악플러 등도 함께 그물망에 걸려든다.

지라시를 만들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특히 카카오톡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허위사실 유포 처벌 범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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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