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후보 릴레이 인터뷰①] ‘베트남 호치민’ 꿈꾸는 조경태 의원

“언론이 조명한 빅3 ‘삑사리’ 날 수 있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정치권의 시계가 벌써부터 12·19 대선에 맞춰진 분위기다. 저마다 잠룡들이 대선 출사표를 내던지며 강력한 대권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다. ‘미래권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대선불판 역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일요시사>는 승천을 꿈꾸는 잠룡들을 만나 저마다의 집권플랜을 세세히 들어봤다. 그 첫 번째로 민주당 깃발로 PK불모지 개척에 성공한 3선의 조경태 의원을 만나봤다.

“내 다라이(대야)~.”

이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었다.

이는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조경태 의원의 이야기다. 당초 공학박사로 학자의 길을 걷고 있던 조 의원은 지난 1995년 구포장터에서 노점상인 단속반들의 폭압적인 철거과정을 지켜봤다. 70대 어르신들의 눈물, 아주머니들의 울부짖음이 그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이때부터 조 의원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힘없는 약자 편에 서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며 정치에 본격 입문했다.

조 의원의 정치적 스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999년 종로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비서관으로 연을 맺었다. 그래서일까. 조 의원의 정치적 궤적은 노 전 대통령을 쏙 빼닮았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거듭된 낙선에도 PK 도전과 청문회 스타까지.

특히 조 의원은 민주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이라는 경이로운 기록까지 세운 상태다. 친노 깃발 없이 지역주의를 맨몸으로 깨부순 것. 그리고 마침내 조 의원은 ‘어게인 2002’를 외치며 대선출사표를 던졌다. 노 전 대통령도 지난 2002년 대선 경선에 뛰어들 당시 낮은 지지율로 출발해 ‘이인제 대세론’과 ‘정몽준 대망론’을 꺾었다는 이유에서다.


조 의원은 본격 진검승부 국면으로 접어들어 자신의 경쟁력이 알려질수록 폭발적인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노무현 외로울 때 정치 외면하던 문재인, 이제 와서 후광 혼자 받아”
“지나치게 여론 눈치 보는 박근혜, 자신의 목소리로 ‘수첩공주’ 떨쳐야”

-민주당 내에서 가장 먼서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을 하셨다. 언제쯤 이런 구상을 했는가?

▲초선시절부터 의정활동을 하면서 정치가 당리당락에 치우치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행태로 인해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은커녕 절망만 주는 실정이다. 지금 국민들께서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태다. 때문에 민생제일주와 정치개혁을 위해 출마하게 되었다. 특히 YS?DJ가 못다 이룬 ‘40대 기수론’을 완성시키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깃발로 여당의 텃밭에서 3선에 성공했다.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따뜻한 가슴과 신뢰다.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으로 지역에서 소문났다. 사소한 민원도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특히 나는 지역구인 신평-다대포 지하철 연장이라는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공사비용 7800억 정도의 국책사업규모로 여러 정치인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민주당내 후보군이 문재인·손학규·김두관 ‘빅3’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비교하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비교가 안 된다. 모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빅3가 ‘삑사리’가 날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나의 경쟁력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주목 받게 될 것이다.

-빅3 후보를 평가하자면.

▲문재인 의원은 초선이다. 의정활동을 통해 신념을 파악해야 하는데 정치적 신념을 모르겠다. 게다가 당신께서는 정치 안하신다고 하셨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도에 부산시장으로 나와 달라 했을 때 안 나왔다. 노 전 대통령께서 그 어렵고 외로웠을 당시 왜 안하셨는지. 하지만 지금 후광은 문 의원이 다 받고 있다. 게다가 김두관 지사도 민주당 깃발이 아니라 무소속 당선이었다. 경남에서 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 중 무소속은 많다. 민주당으로 경쟁해야지, 우린 무소속은 안쳐준다(웃음). 손학규 고문 역시 지속적으로 정체성에 의심을 받는 분이다.

-대선후보로서의 전국적인 인지도와 지지율이 아쉽다.

▲대선의 예비고사로 불리는 지난 4·11 총선에서 내가 문재인 의원보다 득표율이 높았다. 언론에서 ‘문재인 띄우기’가 한창이었지만 조경태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역으로 말하면 나의 경쟁력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진검승부 국면으로 접어들어 국민들께서 조경태의 경쟁력을 자세히 알게 되면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조경태를 알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있는가?

▲소위 메이저언론에서는 후보자의 객관적 평가보다 비약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국민들께 직접 다가서서 평가를 받을 생각이다. 가수 장윤정씨의 경우도 당초 공중파에서 안 써줬다. 실력은 쟁쟁했지만 소위 백그라운드가 없기에 전국을 누비며 인지도를 쌓았고, 결국 방송에서 안 써줄 수 없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나 역시 바닥을 훑으며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조경태를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겠다.

-광화문 광장, 서대문 독립공원 등 이색장소에서 후보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졌다. 출마선언 장소가 아쉽지 않나?

▲이벤트성이다. 자신의 지역구나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오히려 낫다. 이것은 세 과시나 줄세우기 또는 줄서기다. 이 역시 구태정치라는 생각이다.

-‘손학규-세종, 김두관-룰라’처럼 조경태의 정치적 롤모델이 누군지 궁금하다.

▲정치를 노무현 전 대통령께 배웠는데 노 전 대통령께서 링컨을 존경했고 나 역시도 그렇다. 덧붙이자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상을 잘 실천한 베트남의 호치민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청문회 스타·PK에서의 도전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행보가 많이 닮았다.

▲2002년 대선 당시에도 ‘이인제 대세론’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저평가 됐었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 한 사람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이 없었다. 그런 어려움과 대세론을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당선되셨다. 나 역시 진검승부를 통해 누가 정권교체의 적임자인지 국민들께 평가받을 각오가 돼있다.

-노 전 대통령을 회고하자면.

▲유불리를 떠나 단 한 번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았던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노 전 대통령은 95년 부산시장선거와 2000년 총선에서 북강서을 출마 당시 무소속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민주당 간판을 세웠다. 버림을 통해 정치를 세운 것이다. 이러한 ‘노무현 정신’이 여러 가지 정치적 행태와 정당의 움직임까지도 뒤바꾼 셈이다. 조경태의 3선은 앞서 노무현 정신이 PK에서 일궈 논 자산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은.

▲주택과 교육문제이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때문에 주거마련 정책에 관해 정밀한 공약을 준비 중에 있다. 교육은 모든 국립대 무상등록금을 계획 중이다. 이는 예산문제를 많이 지적받는다. 전국 약 20여 개의 국립대 등록금 수입이 1조7000억이다. 장학금이 2000억 정도가 되니 1조5000억이라는 예산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에 22조를 퍼붓는 현실에서 교육에 이정도도 투자를 못 하겠나? 특히 무상등록금 시 인재들이 국립대에 몰려들어 경쟁력이 치열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사립대도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며 복지?경제민주화 등 후보들마다 내세우는 해법이 다르다.

▲현재 화두는 양극화 해소다. 양극화 해소의 해법은 임금격차의 최소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두 배 이상 나는데 이를 간과한 채 양극화 해소는 어불성설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심하다. 때문에 동일노동·동일임금으로 임금격차를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내가 집권하면 이 양극화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국가관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제 구태의연한 이념논쟁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하지만 좌우이념·색깔논쟁은 국가관·안보관과는 별개다.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다. 대한민국이 있기에 나 조경태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관은 뚜렷해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사퇴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한 입장은. 아울러 야권연대의 향방은.

▲통진당 사태의 본질은 부정선거다.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역행하는 중대한 도발이다. 좀 더 진상을 밝혀봐야겠지만 부정선거가 사실이라면 이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때문에 즉각 사퇴가 옳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민이 애국가를 부정하는 것은 자격이 없다. 통진당 사태 수습 이후 야권연대를 이야기해야 한다. 통진당 내부적으로도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야권연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견해는?

▲안철수 원장은 높은 국민적 지지율로 이제 야권의 ‘상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주다 보니 생긴 현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민심흡수를 위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향후 안 원장과는 민주당내에서 경선을 치르고 나면 2차 경선을 통해서 ‘노무현-정몽준 모델’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생제일주의로 YS·DJ가 못다 이룬 ‘40대 기수론’ 완성할 것”
민주당 깃발로 PK 도전에서 청문회스타까지 노무현 궤적 빼닮아

-대선 경선을 관리할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이해찬-박지원 연대설’이 불거졌는데.

▲새로운 지도부는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한 경선룰과 절차를 통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어떤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것인지 본선 경쟁력을 면밀히 따져 봐야한다. 지도부는 특히 ‘어게인 2002’의 드라마틱한 경선을 통해 민주당이 수권정당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 이번 경선이 정치공학적으로 ‘어게인 2007’이 돼버리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께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절대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평가하면.

▲장단점이 있다. 국민적 시각으로는 신뢰의 정치인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 등 한국정치사에서 극복해야 될 과제들이 많다. 스스로가 얼마나 개혁을 해 낼지 국민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언론파업 등 책임성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타이밍이 한 템포씩 늦다. 그런 부분이 부족해서 ‘수첩공주’라는 별명까지 생기지 않았나?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스스로 목소리를 낼 때는 내야한다.

-지역구 현안인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생각은.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야하는 게 맞다. 김해공항의 안정성과 교통량 증가로 인한 포화상태로 발생한 문제다. 김해공항은 부산시민이 주로 이용한다. 때문에 부산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덕도로 가는 것이 옳다. 너무 정치적 논리로 해석되기에 지역 간의 불신과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 만약 대구공항이 포화상태라서 공항을 지어야 한다면 그때는 대구시민에 뜻을 묻는 게 옳다.

-대권·당권 분리규정을 두고 당헌당규 개정 목소리가 나온다.

▲룰은 원칙이다. 축구경기를 앞두고 룰을 그때그때 바꿔서야 되겠나? 룰은 늘였다 줄였다하는 고무줄이 아니다. 만약 룰을 바꾸려면 전대를 통해 당원들에게 의사를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준비하신 분들은 다 나왔다. 때문에 손학규 고문도 지난해 대표직에서 그만 둔 것 아닌가. 대선에 뜻을 두고 있었다면 지난 1·15 전당대회 당시 출마하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다.

-모바일 투표가 민심을 왜곡시킨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고 공명정대하게 잘 관리를 한다면 모바일 투표 확대가 바람직하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위해 필요하다. 다만 통진당의 부정한 방법이라면 민주당은 대선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MB정부를 평가한다면.

▲국민들이 경제대통령이라 해서 뽑았지만 4년간 서민들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경제성장도 공약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MB정권에 대해서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때문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마이너가 메이저를, 약자가 강자를, 비주류가 주류를,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사회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활력소가 되지 않겠나? 하지만 항상 주류가 점하고 있다. 좋은 학벌이 있어야 출세하는 사회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한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 우리나라는 현재 수출 7위국가다. 하지만 과거 20위일 때가 오히려 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다. 반드시 기회 균등의 시대를 이룩하겠다.

 

<조경태 의원 프로필>

▲ 경남고등학교 졸업

▲ 부산대학교 토목공학 학사

▲ 부산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 박사

▲ 2002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보좌역

▲ 2004 열린우리당 원내 부대표

▲ 2004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 2008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 2012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 2012 제19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