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추상조각 1세대’ 엄태정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 추상조각 1세대 선구자인 엄태정 작가의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삼청과 천안서 열린다. 엄태정은 50여년 동안 추상 조각에 천착해왔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엄태정의 신작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일궈온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 하늘도 둥글고, 땅도 둥글고, 사람도 둥글고 Heaven Is Round, Earth Is Round, and Man Is Round, 2018, ink, acrylic on paper, 145x145cm(each)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엄태정은 금속의 물성을 경외하면서 초대하는 수행적 작업을 통해 치유의 공간을 추구해왔다서울과 천안서 동시에 개최하는 이번 개인전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는 그의 작업세계를 다각도서 살피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속 조각 매료

엄태정은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60년대 초반 철의 물질성에 매료됐다. 이후 현재까지도 금속 조각을 고수하며 재료와 물질을 탐구 중이다. 그는 1967년 철 조각 절규로 국전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70년대에는 재료 내외부의 상반된 색과 질감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구리 조각들을 발표했다. 19801990년대에는 천지인연작과 같이 수직 구조가 강화된 구리 조각들의 추상적 형태 안에 하늘과 땅, 인간과 같은 동양 사상을 녹였다. 1990년대 청동--시대연작에는 국내 전통 목가구나 대들보의 형상을 반영했다.

서울과 천안 두 곳 전시
50 여년의 작품세계 조명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알루미늄 판과 철 프레임을 주재료로 조형성에 더욱 집중한 작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수직과 수평, 면과 선의 조형성과 은빛과 검정의 색채 조화를 통해 음과 양, 시간과 공간 등 서로 다른 요소들 간의 공존과 어울림을 이야기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50여년에 이르는 엄태정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기 위해 천안에는 조각 작품들을, 서울에는 평면 작품들을 나누어 배치해 작품 사이에 긴밀한 관계성을 조명하고자 했다. ‘-69-1’ 청동--시대 연작과 철과 구리 등을 이용해 1969년부터 2010년 사이 제작된 주요 작품들은 천안 4층 전시장에 놓인다.

 

▲ 모퉁이집 No.17_A The House on the Corner No.17_A, 1999, copper, 22x22x22(h)cm

천안 3층 전시장에는 그가 2000년대 이후 몰두해온 알루미늄 대형 신작들이 소개된다. 알루미늄은 중성적인 재료이자 물질이다. 엄태정이 작업을 통해 다다르고자 하는 통합의 세계, 즉 만다라에 맞닿아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4계절을 나타내는 이 네 개의 작품들은 전시장 안을 모든 계절을 품은 조각 정원으로 변모시킨다.

대상(낯선 자)으로서의 벽체와 나의 관계를 상정하고 있는 고요한 벽체와 나는 정갈하게 연마된 알루미늄 패널의 은빛 면, 사각 철 기둥의 검정색 선, 즉 서로 다른 것들이 결합된 구조를 통해 타자와 내가 공존하면서 치유 받는 시공간을 이야기한다.

조각과 평면 작품
소외된 사람 포용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는 서 있는 두 장의 대칭된 알루미늄 패널을 검은 선형 철 파이프가 붙들고 있는 작품이다. 소외된 낯선 자를 포용하고자 하는 엄태정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어느 평화로운 공간’ ‘엄숙한 장소까지 주변과 소통하는 그의 조각들은 작가가 마련해놓은 시공간 속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인다.

서울에서는 엄태정이 2000년대부터 꾸준히 지속해온 평면 작품들이 전시된다. 잉크 페인팅 연작은 흰 종이 위에 잉크 펜으로 무수한 선을 반복적으로 그려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문자나 사람의 손짓과 몸짓을 연상시키는 유쾌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은하계의 별들 Stars of Galaxy, 1987, copper, 40x150x150(h)cm

지하전시장에는 ··’ ‘무한주-만다라’ ‘하늘도 둥글고, 땅도 둥글고, 사람도 둥글고와 같은 색띠 평면 작업을 배치했다. 드로잉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잉크 선들을 겹겹이 쌓고 1간격으로 색띠들을 교차시킨다. 또 칠하는 방식은 금속을 두드리고 용접하고 연마하는 제작기법과도 닮아 있다.

치유의 공간

아라리오갤러리 관계자는 엄태정은 내게 작품을 하는 일은 곧 치유의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상호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여러 작품들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재료의 물성과 조형적 질서 너머 작가가 부단히 추구했던 치유에 대한 염원과 통합에 대한 이상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엄태정은?]

1938년 경북 문경 출생

학력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1964)
서울대 교육대학원 졸업(1966)

경력

대한민국예술원 회원(2013)
서울대 명예교수(2004)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19812004)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 연구교수(19911992)
영국 Saint Martins 미술대학 대학원 조소연구(19781980)

수상

8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본상, 한국미술협회
7회 이미륵상, 한독협회
3회 김세중 조각상, 김세중 문화재단
2회 한국미술대상전 최우수상,
한국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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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