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현대도예가 이승희

도자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이배가 새 보금자리서 진행하는 첫 전시로 이승희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이승희는 도자회화라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동양의 감성으로 세계인의 감성을 이끌어내면서 세계적인 예술가로 도약한 이승희의 개인전 ‘TAO’를 만나보자.
 

▲ ▲이승희_ Space of 8mm_ 27x44cm(4pieces)_ Ceramic_ 2018

갤러리이배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 수영강변에 갤러리이배 수영전시관을 열었다. 그 초대 전시로 이승희 작가의 개인전 TAO를 선보인다. 이승희는 짧은 기간 동안 국내외서 인정받은 세계적인 작가이다. 갤러리이배는 이번 전시서 다름을 실천하는 이승희의 작가적 면모를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적 면모

이번 개인전에는 TAO 시리즈 신작 30여점이 걸린다. 이승희는 입체적인 도자기를 자신이 고안해낸 독창적인 평면(부조) 방식으로 도자 판에 조형한다. 도자기의 기능성을 배제하고 회화적인 느낌을 살려 도자의 색채나 선을 미적 아름다움으로 표현한다.

유약 없이 구워져 흙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배경 부분과 고전의 도자기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부분은 이원적인 구분이 불가능하다. 그의 손을 거친 도자기는 시공을 압축시키고 과거가 현대로 편입된, 철저히 현대성이 부각된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재탄생된 화면 속 도자기들은 명징한 정서를 뿜어낸다.

이승희의 물성 탐구에 관한 노력은 도예가의 상상력서 현대 도자회화 영역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현대미술의 영역서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평면도자의 탄생은 작가의 도전정신과 더불어 고정관념을 탈피한 선구자적 관점과 의지의 결실로 볼 수 있다.


도자기에 그린 그림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도약

이런 도전적인 행보로 인해 이승희는 현재 세계 미술무대서 도자회화를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입체를 평면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은 오랜 세월 실험을 반복해 우연한 결과까지 예상하는 작업의 공식 아닌 공식이 작가에게 체득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승희의 작품은 제목 TAO()가 말해주듯 도를 닦는 과정의 결실이다. 두께 12m의 편평한 흙판 위에 입체적 회화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흙물을 켜켜이 바르고 건조하기를 100여회 반복해 약 1높이로 부조와 같은 도자기 모양의 경계를 완성한다. 곡선과 곡면이 주는 입체감은 티끌의 높이보다 낮은 두께로 긁어내고 성형해야 세밀한 차이가 감지된다.
 

▲ 이승희_ TAO_ 56.7x61.3cm_ Ceramic_ 2018

이런 식으로 3개월 이상 작업해 흙판에 58의 도자기 입체의 모습이 갖춰지면 배경 부분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 흙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다. 이후 입체감이 살아나도록 그림을 원근감 있게 그려 넣은 후 유약을 발라 고전 도자형태를 그대로 재현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도드라진 도자기는 배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미적, 예술적 가치를 드러낸다.

도 닦듯이 흙물 바르고 말려
작가의 탐구과정 녹아 있어

생활자기의 경계를 뛰어넘어 조형예술로서 도자세계를 승화시킨 초기 ‘CLAYZEN’ 시리즈는 입체적 평면, 시공간적 결합, 동서양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통섭의 시대정신을 담은 새로운 도자담론을 제시했다. CLAYZEN 시리즈서 TAO 시리즈로의 자연스런 이행은 흙물을 반복해서 계속 쌓는, 마치 도를 닦는 숭고한 작업 과정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는다.

도자를 품은 거대한 흙판이 수천 도가 넘는 불가마 속에서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지치지 않고 흙물을 쌓아 올리는 과정, 즉 누적된 시간과 병행하는 철학적 사유 그리고 흙에서 비롯된 물성에 대한 이승희의 탐구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반복된 작업

이승희는 2008년 이후 세계 최대의 도자기 생산지인 중국 장시성 징더전서 작업 중이다. 서울, 베이징, 교토,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무대로 한다. 특히 2009CLAYZEN 시리즈로 세계 도자예술과 미술인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10년 개관 이후 수준 높은 전시기획과 해외 아트페어 등을 통해 국내외 컬렉터와 미술관계자로부터 호평은 받은 갤러리이배는 수영전시관을 통해 위상을 이어나가고 기획전시 전문 미술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jsjang@ilyosisa.co.kr>

 

[이승희는?]

1958 청주 출생

학력

청주대학교 공예과 졸업(1986)

개인전

TAO, Between Dimensions’ 박여숙화랑, 서울(2017)
‘TAO,
이것은 도자가 아니다박여숙화랑, 제주(2017)
‘From CLAYZEN to TAO’
갤러리이배, 부산(2016)
‘TAO’
박여숙화랑, 서울(2016)
物外物, 물외물 Object beyond Object’ Force Gallery, 베이징, 중국(2015)
‘Nada out of Nada’
갤러리이배, 부산(2014)
‘Beyond Expectation’
박여숙화랑, 서울(2013)
‘Path’ Wally Findlay Gallery,
팜비치, 미국(2013)
‘TAO’ Shin Gallery,
뉴욕, 미국(2013)
厚我有후아유아트사이드, 서울(2011)
‘CLAYZEN’
갤러리이배, 부산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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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