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되는’ 약 부작용 주의보

잘못 먹으면…어디 타미플루뿐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든 약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정반대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약을 복용하기 전에 부작용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이유다.
 

▲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최근 부산서 여중생이 추락사했다. 유가족은 숨진 학생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환각 증세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사고의 원인이 약물 부작용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타미플루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약 먹은 밤
뛰어내려 왜?

지난 22일 오전 6시경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한 아파트 화단서 중학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12층에 살고 있는 A양의 부모는 방문과 창문이 열려 있기에 아래를 내려다봤다가 딸이 추락한 모습을 보고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A양에 대해서는 특별한 외상 없이 고층 추락으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숨진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다.

A양의 고모는 사고 이틀 뒤인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타미플루 의사가 처방 시 꼭 약 부작용 고지하게 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이틀 전 죽은 중학교 1학년 A양 고모입니다. (A양은)오빠 가족이 10년 만에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입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저희가 원하는 건 타미플루 부작용을 식약청()서 일선 병원 의사·약사에게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만들어 A양처럼 의사·약사에게 한마디 주의사항도 듣지 못해 허망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A양은 사고 전날 학교 부학생회장에 당선돼 가족들과 기쁨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A양은 사고 전날 오후 10시쯤 타미플루를 두 번째 복용했고 자정쯤 방으로 향했다. 당시 A양은 물을 마시러 간다면서 주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가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A양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타미플루 복용 후기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등 이상증세가 나타났는데도 의사나 약사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 과거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드러나면서 타미플루 공포증이 번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타미플루의 안전성과 관련된 서한을 국내 의약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등에 배포했다. 식약처는 서한을 통해타미플루를 복용 중인 인플루엔자 환자들 중 주로 소아·청소년 환자서 경련과 섬망과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소아와 청소년 환자의 이상행동 발현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여중생 추락사, 타미플루 원인?
의사도 약사도 부작용 언급 없어

“10세 이상의 소아 환자에 있어서는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타미플루 복용 후에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른 사례가 있다이 때문에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소아·청소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타미플루에 의한 치료가 개시된 이후에 이상행동의 발현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자택서 요양하는 경우 적어도 2일간 보호자 등이 소아·청소년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94월 이후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타미플루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이와 동시에 타미플루 관련 이상반응 보고 건수도 증가했다. 국내에선 2016년 11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증세로 21층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했다. 앞서 2009년 경기 부천에선 역시 타미플루를 복용한 14세 남중생이 환청증세를 호소하면서 6층서 투신해 전신에 골절상을 입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은 특히 일본서 불거졌다. 2004년 일본 기후현에선 한 고교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맨발로 도로를 걸어 다니다가 대형 트럭에 뛰어들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5년에는 일본 아이치현의 남자 중학생이 타미플루를 먹고 9층 집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타미플루를 복용한 이후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120여명 중 80%에 이르는 사람이 20세 미만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10대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층서 환각이나 환청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2007년 타미플루 복용 안내문에 관련 경고 문구가 기재됐다.

일본서 먼저
이상반응 보고

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국내서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55건서 2016257건으로 5년 만에 5배가량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255, 201366, 2014184, 2015209, 2016257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구토 215,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 170, 설사 105, 어지러움 56, 소화불량 44, 사망 3건이었다. 타미플루 관련 사망 사고는 2014년 이후 매년 1건씩 발생하고 있다. 사망 원인은 간기능 이상, 심장정지, 추락 등이었다.

성 의원은 “20157월 보건당국은 타미플루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타미플루 안전성과 관련된 정밀조사나 허가 변경 등 사후 조치는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미플루 관련 허가 변경 사항은 20137월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관한 변경 이후 없었다타미플루와 이상행동 사이의 의학적인 인과관계, 타미플루 복용 시 기저질환과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약품 관련 국민 보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타미플루 말고도 복용 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약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유도제로 알려진 졸피뎀이 대표적이다.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시켜 진정 및 수면효과를 나타낸다. 효과가 빠르기 때문에 주로 취침 바로 직전에 투여한다.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졸피뎀은 20167SBS <그것이 알고 싶다>서 다루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방송에는 졸피뎀에 중독된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갑자기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다가 깨서 폭식을 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였다. 새벽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거나 어린 자녀를 두고 새벽에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여성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과다·장기 복용
자살 시도까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의심받는 사람은 총 34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58, 201613, 20178, 2018년 5명(상반기 기준)이다.

자살 시도를 하거나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더 많았다. 36개월 동안 약물 부작용으로 자살 경향을 보인 사람은 46명이었고,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은 50명이었다.

김 의원은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34명 중 특정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다수 있다고 밝혔다. 뇌전증 치료, 간질 치료 등에 쓰이는 레비티라세탐은 2015년 해당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졸피뎀은 지난 36개월간 4명이, 뇌경색 환자 등에 쓰이는 실로스타졸은 3명이, 조현병 치료에 이용되는 향정신병약물인 클로자핀도 3명이 복용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 등과의 인과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이상사례 의심 약물로 보고된 것으로, 해당 자료만으로 특정 제품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먹기만 하면 살이 쭉쭉 빠진다고 홍보하는 다이어트 약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30대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로 붙잡혔다. 이 불로 집 내부와 집기류 등이 불에 타 4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시간대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등교 시간과 맞물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불을 지른 여성은 수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장기간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트 약 대부분에 포함된 펜터민은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의학계 보고가 있다.

펜터민에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암페타민 계통의 유도체인 펜티메트라진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환청과 망상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실생활서 흔하게 접하는 감기약, 멀미약도 환자의 복용 상황, 건강 상태에 따라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의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는 몸 안에서 서서히 퍼져 진통 효과가 오래가도록 하는 정제 약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감기약, 진통제 등에 많이 쓰이는 성분이다.

수면제 다이어트 약 부작용으로
이상증세 나타날 가능성 있어

EC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약이 유익한 면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봤다. 과다 복용이 쉬워 간 손상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도 국내 의약 전문가와 소비자 단체 등에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서방형 제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서한을 배포했다. 서한에서는 복약 간격을 준수하고 소아와 성인의 복약량을 달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멀미약도 사용에 앞서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는 게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 특히 붙이는 멀미약의 경우 임산부는 사용해선 안 된다. 성인과 소아의 복용량 차이를 눈여겨 봐야 하고, 배뇨장애가 있는 사람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A양 사건으로 복약지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타미플루 복용과 이상증세 발현 간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00710대 미성년자에게 타미플루 사용을 금지했던 일본도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자 올해 8월부터 투여 재개 방침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타미플루 처방 시 의사와 약사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부산 연제구청 보건소는 A양에게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을 방문 조사했다. 이 과정서 이 약국 약사가 신경정신계 이상행동 같은 타미플루 부작용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A양 추락사와 관련해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부작용 설명 등 복약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서다. 의사는 근거 규정이 없어 과태료 처분 대상서 빠졌다.
 

▲ 졸피뎀

약사법 24조에는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약국에는 과태료 30만원과 경고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의료법에도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 일부 의료행위에 한해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이를 어길 시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는다.

복지부 이제야
복약지도 강화

A양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의사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빠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약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의사협회와 약사회, 대한병원협회에 타미플루 처방·조제 시 환자 안내 요청공문을 긴급 발송했다. 그동안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이번 사건으로 확인한 셈이다. 복지부는 조만간 복약지도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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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