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업하는 교수들 실상

학생 1명 데려오면 18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들은 지난 11월 학교법인 호서학원에 호소문을 보냈다. 호소문에는 연봉체계와 재임용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이들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 학교 측에 시정요구 통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자 호소문을 보낸 것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03년 서울 강남구에 개교한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이하 SVU)는 석·박사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원대학이다. 고등교육법 제30(대학원대학)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고 돼있다.

SVU는 융합산업학과, 부동산학과, 사회복지상담학과 등 3개과로 구성돼있다. 정년트랙 12, 비정년트랙 2명 등 총 14명의 교수가 250여명의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가르친다.

뿔난 교수들
생존권 투쟁

교육부와 학교법인에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은 각양각색의 연봉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수별로 연봉체계가 다른 것은 물론 그 액수 차이도 천차만별이라는 주장이다.

A 교수는 교수들 연봉이 1600만원서 7500만원까지 분포돼있다연봉 책정 과정서 교수들과 어떠한 합의도 없었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의 연봉은 학생 모집 실적과 지도학생을 근거로 하고 있다교수는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이 학교서만큼은 영업사원 대접을 받는다고 한탄했다.

SVU가 학생 모집 실적과 연봉을 연계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VU는 석·박사과정 전공을 2개 학과로 신청했다가 변칙적으로 17개 학과로 증설한 사실이 교과부(현 교육부)에 적발돼 2007년부터 학생 모집 정지 3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10년은 SVU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다. 3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못하면서 존폐위기에 놓였기 때문. 당시 SVU교원연봉책정기준()’을 만들어 교수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SVU는 “3년간의 학생 모집 중지로 재정이 고갈돼 당해년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됨에 따라 2010학년도에는 연봉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교수들에게 공지하고 학생 모집과 연봉체계를 연동하겠다고 설명했다.

연봉은 교수별로 모집한 학생의 등록금 수입액의 일정 비율을 적용한 기본급과 연구 간접비나 기부금 유치 등 교수가 학교재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적용한 성과급으로 책정됐다.

2010학년도에는 등록금 수입액의 40%, 2011학년도에는 37.5%, 2012학년도 이후에는 33.5%의 비율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다 2013년 말부터 지급되는 연봉이 바뀌기 시작했다. A 교수는 당시에는 산출 기준이 정확했기 때문에 액수가 어느 정도 고정돼있었다그런데 그 시기(2013년 말)부터 급여가 들쭉날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이 시기(2013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교수들은 어떤 기준으로 자신들의 연봉이 책정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연봉·재임용 문제해결 요구
민원제기하고 법인에 호소문

결국 일부 교수들이 지난해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학생 모집 실적을 근거로 한 연봉체계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현재의 연봉체계가 학생들의 학습권과 지도교수 선정권은 물론 교수들의 수업권까지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SVU 교수들은 모집한 학생을 관심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학과에 고정시킨다. 지도교수 역시 자신이 맡는다. 교수의 모집 활동으로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겐 선택권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과정서 교수들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A 교수는 같은 과 교수들끼리 밥을 먹기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학생을 빼앗긴다는 것은 급여가 줄어든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로 지낸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돼 병원 신세를 지고도 2주 만에 복귀해 수업을 진행했다. 병원서도 휴직을 권할 정도였지만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바꿀까봐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모집 경쟁서 도태되는 교수는 최저시급도 안 되는 연봉으로 생활해야 한다. 한 교수는 학생 모집 실적이 부진해 약 16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세금을 제하면 한 달에 120만원 정도다. 이 교수는 데려온 학생이 없어 수업조차 힘들다. 그래도 수업시수를 채워야 학교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교수들에게 학생을 구걸하는 지경이다.

고정급 3600만원으로 계약을 맺고 2012년 임용된 교수들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학생 모집 실적에 대한 성과급은 전무한 채 올해까지 같은 연봉을 7년째 받고 있다. 또 성과급이 전혀 없음에도 수업을 위해 학생을 모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 교수는 고정급 3600만원은 2003SVU 개교 당시 교수들에게 책정됐던 연봉이라며물가인상 등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약 15년간 변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A 교수 등은 몇몇 교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교수들이 저임금 수준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서 박호군 총장의 연봉은 수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수나 교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은 전무한 수준인데 학교는 미사용 차기 이월금으로 23억원가량을 적립하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도 출근
돈으로 재임용

재임용 기간도 문제 삼았다. SVU는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 구분 없이 1년 단위로 재임용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재임용이 진행되다 보니 3년 단위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지도교수의 중도 탈락을 염려하는 등 정당한 수업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학교가 재임용을 무기로 교수 길들이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

2012SVU는 부족한 실적을 근거로 정년트랙 교수 5명의 재임용을 거부한 적이 있다. 당시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수들은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했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되돌아왔다.


당시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수 중 한 명은 당시 교수 임명권을 가진 학교법인이 아니라 학교 총장직무대행이 임의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렸다면서 다른 학교 같았으면 징계 처리가 됐어야 할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임용 평가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SVU는 교육(100), 봉사(100), 연구 실적(60), 벤처연구 실적(60) 등을 재임용 평가 기준으로 두고 있다. 교육은 수업시수, 봉사는 사회활동, 연구 실적은 논문 편수, 벤처연구 실적은 외부 프로젝트 수주액을 기준으로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연구 실적과 벤처연구 실적이다. 연구 실적은 국외 저명학술지(SCI) 논문 편당 10, 국내 저명학술지(KCI) 논문 편당 8, 국내 학술지 논문 편당 5점으로 계산한다. 1년에 SCI급 논문 6편이나 KCI8편을 발표해야 연구 실적 점수를 채울 수 있다.
 

벤처연구 실적은 외부 프로젝트비 수주액을 기준으로 연봉 대비 50% 미만이면 60, 50%~100% 미만이면 80, 100% 이상이면 120점으로 정했다. A 교수는 이 같은 재임용 평가 기준에 대해 '살인적'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들어 재임용 평가 기준이 조금 완화됐지만 여전히 버거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선택권 
크게 제한돼

또 연구 실적과 벤처연구 실적 등 120점을 채우지 못한 교수들은 발전기금 등을 납부하면서 재임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연봉의 5%10점으로 계산, 모자란 점수를 학교 발전기금을 내고 받은 점수로 충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봉을 1800만원 정도 받던 한 교수는 1000만원에 이르는 학교 발전기금을 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원 내용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해 12SVU에 교원임용 계약체결 및 교직원 보수규정 운영에 대한 시정요구를 통보했다. 먼저 SVU가 교원과 체결한 교원임용계약서 제4(보수)에 따라 연봉계약제 교원의 보수는 별도의 계약을 한다고 규정돼있지만, 실제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A 교수에 따르면 SVU는 교수와 임용계약은 맺으면서도 연봉 관련 계약은 진행하지 않았다.

201211월 교육부 감사 및 시정처분 요구에 따라 SVU가 호봉을 연봉으로 수정해 교직원 보수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이행완료했다고 20134월 보고했지만, 호봉제를 연봉제로 변경한다는 사실 자체만 규정했을 뿐 급여지급 기준 및 성과급 산정 기준 등 보수체계의 세부적인 내용은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서 위임한 인사규정에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 보수규정 및 교원 인사규정에 급여지급 기준과 성과급 산정기준 등 보수체계의 세부적인 내용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등교육법 제602항에 따라 학생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 교수 등은 교육부의 시정요구 통보에도 불구하고 학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몇 번이나 요구한 끝에 현행 연봉체계에 대한 근거 자료를 받았을 뿐이다. 지난 3월 교수게시판에는 ‘2014학년도 교원연봉 책정 품의자료가 올라왔다. 교수 연봉의 산정 기준을 정한 내부결재 문서다.

연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나뉘어 책정됐다. 기본급은 2010~2012학년도 3년 평균 연봉의 25%, 2009년도 연봉 40%, 직급별 수당을 합해서 산출한다. 2010~2012학년도는 SVU에서 교원연봉책정기준()’에 따라 연봉을 지급하던 시기다.

교육부 시정조치 통보했지만…
학측 
“개선 조치 취하고 있다”

2009년은 학생 모집이 정지됐던 시기로 당시 교수들을 산학A/산학B 그룹으로 나눠 연봉을 지급했다. 산학A 그룹은 주4일 근무에 6시간 강의를 하는 교수들로 연봉 3600만원이 지급됐다. 산학B 그룹은 주2일 근무에 3시간 강의를 하는 교수들로 구성됐고 1800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2010년 학생 모집을 재개했을 당시에는 교수들 모두 주4일 근무에 6시간 강의를 했다는 점이다. 산학A·B 그룹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뜻이다.

A 교수 등은 “2014년 연봉 책정 기준을 잘 뜯어보면 보직 교수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2009년 연봉이 기본급 산정에 들어가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과급은 학생 모집 실적을 기준으로 했다. 입학생 1명당 180만원으로 정했고 재학생은 75만원이다. 교수가 모집한 1명의 학생이 학교에 3년간 다닐 경우 받을 수 있는 돈은 330만원이다. 학생이 휴학하거나 자퇴하면 다음 학기 급여는 줄어든다.

SVU는 이 같은 연봉체계를 2014학년도까지 시행하고, 2015학년도에는 교원 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새로운 교원급여 체계를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A 교수에 따르면 이 연봉체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재임용 시기가 된 교수들에게 내민 연봉계약서도 해당 연봉체계를 바탕으로 구성돼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교수들이 연봉계약서 서명을 거절했지만 급여는 이 연봉체계를 바탕으로 지급되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결국 A 교수 등 7명은 학교법인에 호소문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그간 교수들이 총장에게 연봉 및 재임용 등 불합리한 것들을 개선해 주기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앉아 재단에 호소문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봉을 책정해주길 바란다지금의 학교 상황에서 많은 연봉을 요구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형평성 있게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법인 “학교 일”
학교 “개선 중”

학교법인 호서학원 관계자는 호소문은 받았다. 교육부에 민원이 제기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나온 얘기라며학교 차원서 교육부에 소명자료를 보내는 등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은 교육기관의 법적 주체일 뿐 행정 업무 등 실무는 학교에서 담당한다지난 112일자로 정관을 개정해 신규 임용과 교원 승진을 제외한 교원 임용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학교장(총장)이 자율성을 갖고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SVU 행정처 관계자는 학교에선 뭘 숨기거나 은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교육부에 그와 관련된 자료를 수차례에 걸쳐 보고하고 있고,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학교서 계속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할 말 많은 SVU 교수들 인터뷰
"총장 퇴진해야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수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는 적폐 청산과 사학비리 척결을 운운하면서도 교수들의 민원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니 교육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교는 20억원이 넘는 미사용 이월금을 조성하면서 교수들의 인건비를 착취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교수들의 인건비를 착취하려 하지 말고 명실상부한 대학원대학교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더 이상 교수들을 학생모집으로 내몰지 말고 우수한 석·박사 배출에 몰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학교법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수들은 학교의 현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챙겨가는 총장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총장은 학생 모집도 안 하면서 고액의 연봉만 챙겨가는 매우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이다. 즉시 퇴진시켜주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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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