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업하는 교수들 실상

학생 1명 데려오면 18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들은 지난 11월 학교법인 호서학원에 호소문을 보냈다. 호소문에는 연봉체계와 재임용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이들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 학교 측에 시정요구 통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자 호소문을 보낸 것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2003년 서울 강남구에 개교한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이하 SVU)는 석·박사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원대학이다. 고등교육법 제30(대학원대학)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고 돼있다.

SVU는 융합산업학과, 부동산학과, 사회복지상담학과 등 3개과로 구성돼있다. 정년트랙 12, 비정년트랙 2명 등 총 14명의 교수가 250여명의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가르친다.

뿔난 교수들
생존권 투쟁

교육부와 학교법인에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은 각양각색의 연봉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수별로 연봉체계가 다른 것은 물론 그 액수 차이도 천차만별이라는 주장이다.

A 교수는 교수들 연봉이 1600만원서 7500만원까지 분포돼있다연봉 책정 과정서 교수들과 어떠한 합의도 없었고, 근로계약서도 없이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의 연봉은 학생 모집 실적과 지도학생을 근거로 하고 있다교수는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이 학교서만큼은 영업사원 대접을 받는다고 한탄했다.

SVU가 학생 모집 실적과 연봉을 연계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VU는 석·박사과정 전공을 2개 학과로 신청했다가 변칙적으로 17개 학과로 증설한 사실이 교과부(현 교육부)에 적발돼 2007년부터 학생 모집 정지 3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10년은 SVU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다. 3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못하면서 존폐위기에 놓였기 때문. 당시 SVU교원연봉책정기준()’을 만들어 교수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SVU는 “3년간의 학생 모집 중지로 재정이 고갈돼 당해년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됨에 따라 2010학년도에는 연봉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교수들에게 공지하고 학생 모집과 연봉체계를 연동하겠다고 설명했다.

연봉은 교수별로 모집한 학생의 등록금 수입액의 일정 비율을 적용한 기본급과 연구 간접비나 기부금 유치 등 교수가 학교재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적용한 성과급으로 책정됐다.

2010학년도에는 등록금 수입액의 40%, 2011학년도에는 37.5%, 2012학년도 이후에는 33.5%의 비율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다 2013년 말부터 지급되는 연봉이 바뀌기 시작했다. A 교수는 당시에는 산출 기준이 정확했기 때문에 액수가 어느 정도 고정돼있었다그런데 그 시기(2013년 말)부터 급여가 들쭉날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이 시기(2013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교수들은 어떤 기준으로 자신들의 연봉이 책정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연봉·재임용 문제해결 요구
민원제기하고 법인에 호소문

결국 일부 교수들이 지난해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학생 모집 실적을 근거로 한 연봉체계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현재의 연봉체계가 학생들의 학습권과 지도교수 선정권은 물론 교수들의 수업권까지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SVU 교수들은 모집한 학생을 관심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학과에 고정시킨다. 지도교수 역시 자신이 맡는다. 교수의 모집 활동으로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겐 선택권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과정서 교수들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A 교수는 같은 과 교수들끼리 밥을 먹기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학생을 빼앗긴다는 것은 급여가 줄어든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로 지낸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돼 병원 신세를 지고도 2주 만에 복귀해 수업을 진행했다. 병원서도 휴직을 권할 정도였지만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바꿀까봐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모집 경쟁서 도태되는 교수는 최저시급도 안 되는 연봉으로 생활해야 한다. 한 교수는 학생 모집 실적이 부진해 약 16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세금을 제하면 한 달에 120만원 정도다. 이 교수는 데려온 학생이 없어 수업조차 힘들다. 그래도 수업시수를 채워야 학교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교수들에게 학생을 구걸하는 지경이다.

고정급 3600만원으로 계약을 맺고 2012년 임용된 교수들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학생 모집 실적에 대한 성과급은 전무한 채 올해까지 같은 연봉을 7년째 받고 있다. 또 성과급이 전혀 없음에도 수업을 위해 학생을 모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 교수는 고정급 3600만원은 2003SVU 개교 당시 교수들에게 책정됐던 연봉이라며물가인상 등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약 15년간 변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A 교수 등은 몇몇 교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교수들이 저임금 수준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서 박호군 총장의 연봉은 수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수나 교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은 전무한 수준인데 학교는 미사용 차기 이월금으로 23억원가량을 적립하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도 출근
돈으로 재임용

재임용 기간도 문제 삼았다. SVU는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 구분 없이 1년 단위로 재임용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재임용이 진행되다 보니 3년 단위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지도교수의 중도 탈락을 염려하는 등 정당한 수업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학교가 재임용을 무기로 교수 길들이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

2012SVU는 부족한 실적을 근거로 정년트랙 교수 5명의 재임용을 거부한 적이 있다. 당시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수들은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소했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되돌아왔다.


당시 재임용을 거부당한 교수 중 한 명은 당시 교수 임명권을 가진 학교법인이 아니라 학교 총장직무대행이 임의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렸다면서 다른 학교 같았으면 징계 처리가 됐어야 할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임용 평가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SVU는 교육(100), 봉사(100), 연구 실적(60), 벤처연구 실적(60) 등을 재임용 평가 기준으로 두고 있다. 교육은 수업시수, 봉사는 사회활동, 연구 실적은 논문 편수, 벤처연구 실적은 외부 프로젝트 수주액을 기준으로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연구 실적과 벤처연구 실적이다. 연구 실적은 국외 저명학술지(SCI) 논문 편당 10, 국내 저명학술지(KCI) 논문 편당 8, 국내 학술지 논문 편당 5점으로 계산한다. 1년에 SCI급 논문 6편이나 KCI8편을 발표해야 연구 실적 점수를 채울 수 있다.
 

벤처연구 실적은 외부 프로젝트비 수주액을 기준으로 연봉 대비 50% 미만이면 60, 50%~100% 미만이면 80, 100% 이상이면 120점으로 정했다. A 교수는 이 같은 재임용 평가 기준에 대해 '살인적'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들어 재임용 평가 기준이 조금 완화됐지만 여전히 버거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선택권 
크게 제한돼

또 연구 실적과 벤처연구 실적 등 120점을 채우지 못한 교수들은 발전기금 등을 납부하면서 재임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연봉의 5%10점으로 계산, 모자란 점수를 학교 발전기금을 내고 받은 점수로 충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봉을 1800만원 정도 받던 한 교수는 1000만원에 이르는 학교 발전기금을 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원 내용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해 12SVU에 교원임용 계약체결 및 교직원 보수규정 운영에 대한 시정요구를 통보했다. 먼저 SVU가 교원과 체결한 교원임용계약서 제4(보수)에 따라 연봉계약제 교원의 보수는 별도의 계약을 한다고 규정돼있지만, 실제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A 교수에 따르면 SVU는 교수와 임용계약은 맺으면서도 연봉 관련 계약은 진행하지 않았다.

201211월 교육부 감사 및 시정처분 요구에 따라 SVU가 호봉을 연봉으로 수정해 교직원 보수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이행완료했다고 20134월 보고했지만, 호봉제를 연봉제로 변경한다는 사실 자체만 규정했을 뿐 급여지급 기준 및 성과급 산정 기준 등 보수체계의 세부적인 내용은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서 위임한 인사규정에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직원 보수규정 및 교원 인사규정에 급여지급 기준과 성과급 산정기준 등 보수체계의 세부적인 내용을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등교육법 제602항에 따라 학생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 교수 등은 교육부의 시정요구 통보에도 불구하고 학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몇 번이나 요구한 끝에 현행 연봉체계에 대한 근거 자료를 받았을 뿐이다. 지난 3월 교수게시판에는 ‘2014학년도 교원연봉 책정 품의자료가 올라왔다. 교수 연봉의 산정 기준을 정한 내부결재 문서다.

연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나뉘어 책정됐다. 기본급은 2010~2012학년도 3년 평균 연봉의 25%, 2009년도 연봉 40%, 직급별 수당을 합해서 산출한다. 2010~2012학년도는 SVU에서 교원연봉책정기준()’에 따라 연봉을 지급하던 시기다.

교육부 시정조치 통보했지만…
학측 
“개선 조치 취하고 있다”

2009년은 학생 모집이 정지됐던 시기로 당시 교수들을 산학A/산학B 그룹으로 나눠 연봉을 지급했다. 산학A 그룹은 주4일 근무에 6시간 강의를 하는 교수들로 연봉 3600만원이 지급됐다. 산학B 그룹은 주2일 근무에 3시간 강의를 하는 교수들로 구성됐고 1800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2010년 학생 모집을 재개했을 당시에는 교수들 모두 주4일 근무에 6시간 강의를 했다는 점이다. 산학A·B 그룹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뜻이다.

A 교수 등은 “2014년 연봉 책정 기준을 잘 뜯어보면 보직 교수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2009년 연봉이 기본급 산정에 들어가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과급은 학생 모집 실적을 기준으로 했다. 입학생 1명당 180만원으로 정했고 재학생은 75만원이다. 교수가 모집한 1명의 학생이 학교에 3년간 다닐 경우 받을 수 있는 돈은 330만원이다. 학생이 휴학하거나 자퇴하면 다음 학기 급여는 줄어든다.

SVU는 이 같은 연봉체계를 2014학년도까지 시행하고, 2015학년도에는 교원 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새로운 교원급여 체계를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A 교수에 따르면 이 연봉체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재임용 시기가 된 교수들에게 내민 연봉계약서도 해당 연봉체계를 바탕으로 구성돼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교수들이 연봉계약서 서명을 거절했지만 급여는 이 연봉체계를 바탕으로 지급되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결국 A 교수 등 7명은 학교법인에 호소문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그간 교수들이 총장에게 연봉 및 재임용 등 불합리한 것들을 개선해 주기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앉아 재단에 호소문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봉을 책정해주길 바란다지금의 학교 상황에서 많은 연봉을 요구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형평성 있게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법인 “학교 일”
학교 “개선 중”

학교법인 호서학원 관계자는 호소문은 받았다. 교육부에 민원이 제기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나온 얘기라며학교 차원서 교육부에 소명자료를 보내는 등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은 교육기관의 법적 주체일 뿐 행정 업무 등 실무는 학교에서 담당한다지난 112일자로 정관을 개정해 신규 임용과 교원 승진을 제외한 교원 임용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학교장(총장)이 자율성을 갖고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SVU 행정처 관계자는 학교에선 뭘 숨기거나 은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교육부에 그와 관련된 자료를 수차례에 걸쳐 보고하고 있고,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학교서 계속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할 말 많은 SVU 교수들 인터뷰
"총장 퇴진해야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수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는 적폐 청산과 사학비리 척결을 운운하면서도 교수들의 민원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니 교육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교는 20억원이 넘는 미사용 이월금을 조성하면서 교수들의 인건비를 착취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교수들의 인건비를 착취하려 하지 말고 명실상부한 대학원대학교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더 이상 교수들을 학생모집으로 내몰지 말고 우수한 석·박사 배출에 몰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학교법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수들은 학교의 현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챙겨가는 총장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총장은 학생 모집도 안 하면서 고액의 연봉만 챙겨가는 매우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이다. 즉시 퇴진시켜주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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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