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릉선 KTX’ 또 다른 결함 공개

자꾸 멈추는 열차 사고 전 TF 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8일, 강릉선 KTX가 탈선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대형사고다. 강릉선 KTX의 설계·시공·운영·유지관리 등 총체적인 사안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이번 사고에 앞서 강릉선 KTX 열차에 또 다른 이상현상의 흔적이 감지됐다는 점이다.

▲ 고개 숙인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

강릉선 KTX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대회 기간 중 관람객의 빠른 수송을 목표로 지난해 1222일 개통했다. 강릉선 KTX의 개통으로 수도권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이동 소요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었다. 개통 초기에는 원주강릉 구간의 철도 노선명인 경강선의 이름을 따서 경강선 KTX로 불렸지만 지난 4월 명칭 공모를 거쳐 강릉선 KTX로 변경됐다.

올림픽 성공
자찬했지만…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는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간 동안 정상급 외빈 등 106만여명의 관람객을 사고 없이 수송했다고 자찬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강릉선 KTX는 열차 운행 증편과 임시열차 투입을 통해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하루 35000여명, 패럴림픽 기간에는 하루 15000여명을 실어 날랐다.

당시 코레일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인 126일 사전수송 기간부터 패럴림픽 수송지원이 끝나는 322일까지 56일 동안 올림픽 철도수송대책본부를 운영했다. 여객·열차·광역·차량·시설·전기 등 철도 각 분야 전문가가 하루 8명씩 주야간으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24시간 비상대응체계로 평창올림픽에 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강릉선 KTX를 평창올림픽의 대표 레거시(유산)로 꼽았을 정도.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평창에도 좋은 레거시가 많다. 새로 구축된 고속철도가 대표적이다. 30~50년 동안 훌륭한 레거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박 조직위 국제미디어 관계 디렉터도 고속철도는 가장 오래 남을 자랑스러운 레거시 중 하나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강릉선 KTX의 위상은 채 1년도 안 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8일 오전 7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서 서울행 806KTX 열차가 탈선했다. 열차는 기관차를 포함한 2량이 완전히 탈선하는 등 10량 모두 선로를 벗어났다. 이 사고로 직원 1, 승객 15명 등 16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서 치료를 받았다.

평창올림픽 관객 수송 위해 개통
대표 유산서 나락 떨어진 위상

이번 탈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열차의 선로를 바꿔주는 장치인 선로전환기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고장을 일으킨 선로전환기와 인근 선로전환기가 지난해 9월 설치 때부터 케이블이 엇갈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설계와 시공 단계서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한 달 새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10여건가량 연달아 일어나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탈선 사고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것도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고개를 숙였다.
 

▲ 강릉선 KTX 탈선 현장

전국철도노동조합은 탈선 사고와 관련해 평창올림픽 개최일에 쫓긴 시급한 개통과 철도 상하분리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 운영은 코레일이 담당하는 상하분리 방침에 따라 철도공단은 시설업체와 계약해 강릉선 KTX를 건설했고, (시설물 검증 시험 항목 중) 신호 연동검사를 단독으로 수행한 뒤 코레일에 인계했다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은 발주기관이 아닌 탓에 시설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탈선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강릉선 KTX 설계 단계부터 시공, 운영, 유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조사에 돌입했다. 현재는 열차 운행 과정서 탈선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영 주체인 코레일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설계와 시공을 맡고 있는 철도공단으로까지 책임 소재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년도 안 돼
대형사고 발생


문제는 이번 탈선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강릉선 KTX 운행 과정서 또 다른 이상현상이 감지됐다는 의혹이 나온 점이다.

복수의 철도 관계자들은 평창올림픽·패럴림픽 이후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견인력 일시차단혹은 부하불균형등의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 즉 열차가 움직이도록 끌어당기는 힘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철도 전문가 A씨는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열차의 시동이 꺼진다. 승객들이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관사 입장에서는 크게 놀랄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는 강릉선 KTX에 견인력 일시차단, 부하불균형 현상이 발생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같은 이상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가 구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코레일 본사 관계자는 철도공단, 철도기술연구원, 현대로템, 코레일이 TF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기연)은 철도교통기술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고 현대로템은 철도차량을 제작, 공급하는 회사다.

TF는 내년 12월까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코레일 본사 관계자는 내년 1월 말까지 조사를 마치고 2월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철기연서 이상현상에 대한 측정과 분석 등 관련 조사를 마치면 그 결과에 따라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TF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철기연 소속 연구원은 TF에 대해서는 코레일에 물어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올림픽 기간엔
발생 안 했지만…

철도공단 관계자는 TF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코레일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릉선 KTX서 일어난 이상현상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TF가 구성된 것은 맞지만, 철도공단 측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현상이) 철도공단과는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현상의 발생 시기는 최소 9월 이전으로 추정된다. 현대로템은 지난 9월경 강릉선 KTX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기술검토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월 이전부터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견인력 일시차단 등의 이상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코레일 주도로 TF가 구성돼 현재도 운영 중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발생하는 구간서 열차를 저속 운행하는 방식으로 이상현상을 억제하고 있다.

이상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철도 전문가 A씨는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강릉선 KTX서 일어난 현상은 고조파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철도공단 관계자 역시 고조파를 이상현상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탈선 사고 이전부터 이상현상 의혹
코레일 , 철기연 , 현대로템 등 참여

고조파는 기본 주파수에 2, 3, 4배와 같이 정수의 배에 해당하는 물리적 전기량을 말한다. 고조파 전류가 합성되면 전체 파형이 기존파에 비해 찌그러진 파형으로 변하는데, 이 과정서 전자기기가 연결된 전력계통에 나쁜 영항을 줄 수 있다.

2008년 대한전기학회 전기기기 및 에너지 변환시스템부문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에 실린 <한국형 고속열차의 주행상태와 고조파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고조파 전류의 발생은 인접통신선에 유도 장해를 일으키고 철도신호장애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전원계통에 유입되는 경우에는 보호계전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일요시사>는 한국교통대학교 B교수가 201411월 작성한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 고조파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입수했다. 해당 보고서는 원주강릉 간 전철변전소 3개소(횡성, 대화, 강릉)의 급전구간에 대한 고조파 예측을 실시하고 그에 대한 대책설비의 필요 유무를 결정하기 위해 작성됐다.
 

B교수는 횡성, 대화 전철변전소는 고조파 대책설비가 없는 상태서 한전인출점서의 전압왜형율은 기준을 만족하지만 각 조파별 기준치와 비교하면 초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횡성, 대화 전철변전소의 경우 고조파 대책설비로 RC뱅크를 급전구분소에 설치하면 현행 규제치와 한전 규정 현행 규제치를 초과하지 않고, 또 전철변전소에 고조파 저감용 LC필터를 설치하면 전압왜형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결론내렸다.

RC뱅크는 고조파를 제거 또는 저감하는 장치다. 당시 강릉선 KTX 예산에는 RC뱅크 설치를 위한 예비비가 편성돼있었다. 횡성과 대화 사이에 위치한 둔내 급전구분소 설계도면에도 2개의 RC뱅크가 표시돼있다. 설계도면 메모에는 차량 운행 후 발생되는 고조파 실측을 통해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돼있다. 시설물 검증시험 결과에 따라 RC뱅크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둔내 급전구분소에 RC뱅크는 설치되지 않았다.


이상현상 원인
고조파 때문?

강릉선 KTX 시설물 검증시험 당시 강원본부에 근무하던 철도공단 관계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RC뱅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 열차가 운행할 때 전력이 어떤 상태로 나타나는가를 측정하는 전력품질분석 과정서 RC뱅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개통 이후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일어난 이상현상은 RC뱅크 설치 여부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철도 전문가 A씨는 “B교수가 제시한 결론과 현재 상황이 서로 상반된다시설물 검증 시험의 절차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절감한 예산 어디로? ‘관계자 성과급으로 지급’

강릉선 KTX 둔내 급전구분소 구간에 예비비로 편성된 RC뱅크가 설치되지 않으면서 예산이 절감됐다. 절감된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철도공단 강원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절감된 예산은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100만원 받아

철도공단 직원은 규정에 따라 예산 절감과 관련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당시 건설에 참여한 강원본부 관계자 등은 100만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철도공단 직원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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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