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릉선 KTX’ 또 다른 결함 공개

자꾸 멈추는 열차 사고 전 TF 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8일, 강릉선 KTX가 탈선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대형사고다. 강릉선 KTX의 설계·시공·운영·유지관리 등 총체적인 사안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이번 사고에 앞서 강릉선 KTX 열차에 또 다른 이상현상의 흔적이 감지됐다는 점이다.

▲ 고개 숙인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

강릉선 KTX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대회 기간 중 관람객의 빠른 수송을 목표로 지난해 1222일 개통했다. 강릉선 KTX의 개통으로 수도권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이동 소요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었다. 개통 초기에는 원주강릉 구간의 철도 노선명인 경강선의 이름을 따서 경강선 KTX로 불렸지만 지난 4월 명칭 공모를 거쳐 강릉선 KTX로 변경됐다.

올림픽 성공
자찬했지만…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는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간 동안 정상급 외빈 등 106만여명의 관람객을 사고 없이 수송했다고 자찬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강릉선 KTX는 열차 운행 증편과 임시열차 투입을 통해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하루 35000여명, 패럴림픽 기간에는 하루 15000여명을 실어 날랐다.

당시 코레일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인 126일 사전수송 기간부터 패럴림픽 수송지원이 끝나는 322일까지 56일 동안 올림픽 철도수송대책본부를 운영했다. 여객·열차·광역·차량·시설·전기 등 철도 각 분야 전문가가 하루 8명씩 주야간으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24시간 비상대응체계로 평창올림픽에 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강릉선 KTX를 평창올림픽의 대표 레거시(유산)로 꼽았을 정도.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평창에도 좋은 레거시가 많다. 새로 구축된 고속철도가 대표적이다. 30~50년 동안 훌륭한 레거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박 조직위 국제미디어 관계 디렉터도 고속철도는 가장 오래 남을 자랑스러운 레거시 중 하나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강릉선 KTX의 위상은 채 1년도 안 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8일 오전 7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서 서울행 806KTX 열차가 탈선했다. 열차는 기관차를 포함한 2량이 완전히 탈선하는 등 10량 모두 선로를 벗어났다. 이 사고로 직원 1, 승객 15명 등 16명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서 치료를 받았다.

평창올림픽 관객 수송 위해 개통
대표 유산서 나락 떨어진 위상

이번 탈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열차의 선로를 바꿔주는 장치인 선로전환기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고장을 일으킨 선로전환기와 인근 선로전환기가 지난해 9월 설치 때부터 케이블이 엇갈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설계와 시공 단계서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한 달 새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10여건가량 연달아 일어나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탈선 사고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것도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고개를 숙였다.
 

▲ 강릉선 KTX 탈선 현장

전국철도노동조합은 탈선 사고와 관련해 평창올림픽 개최일에 쫓긴 시급한 개통과 철도 상하분리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 운영은 코레일이 담당하는 상하분리 방침에 따라 철도공단은 시설업체와 계약해 강릉선 KTX를 건설했고, (시설물 검증 시험 항목 중) 신호 연동검사를 단독으로 수행한 뒤 코레일에 인계했다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은 발주기관이 아닌 탓에 시설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탈선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강릉선 KTX 설계 단계부터 시공, 운영, 유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조사에 돌입했다. 현재는 열차 운행 과정서 탈선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영 주체인 코레일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설계와 시공을 맡고 있는 철도공단으로까지 책임 소재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년도 안 돼
대형사고 발생


문제는 이번 탈선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강릉선 KTX 운행 과정서 또 다른 이상현상이 감지됐다는 의혹이 나온 점이다.

복수의 철도 관계자들은 평창올림픽·패럴림픽 이후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견인력 일시차단혹은 부하불균형등의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 즉 열차가 움직이도록 끌어당기는 힘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철도 전문가 A씨는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열차의 시동이 꺼진다. 승객들이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관사 입장에서는 크게 놀랄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는 강릉선 KTX에 견인력 일시차단, 부하불균형 현상이 발생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같은 이상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가 구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코레일 본사 관계자는 철도공단, 철도기술연구원, 현대로템, 코레일이 TF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기연)은 철도교통기술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고 현대로템은 철도차량을 제작, 공급하는 회사다.

TF는 내년 12월까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코레일 본사 관계자는 내년 1월 말까지 조사를 마치고 2월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철기연서 이상현상에 대한 측정과 분석 등 관련 조사를 마치면 그 결과에 따라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TF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철기연 소속 연구원은 TF에 대해서는 코레일에 물어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올림픽 기간엔
발생 안 했지만…

철도공단 관계자는 TF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코레일서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릉선 KTX서 일어난 이상현상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TF가 구성된 것은 맞지만, 철도공단 측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현상이) 철도공단과는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현상의 발생 시기는 최소 9월 이전으로 추정된다. 현대로템은 지난 9월경 강릉선 KTX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기술검토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월 이전부터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견인력 일시차단 등의 이상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코레일 주도로 TF가 구성돼 현재도 운영 중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발생하는 구간서 열차를 저속 운행하는 방식으로 이상현상을 억제하고 있다.

이상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철도 전문가 A씨는 견인력 일시차단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강릉선 KTX서 일어난 현상은 고조파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철도공단 관계자 역시 고조파를 이상현상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탈선 사고 이전부터 이상현상 의혹
코레일 , 철기연 , 현대로템 등 참여

고조파는 기본 주파수에 2, 3, 4배와 같이 정수의 배에 해당하는 물리적 전기량을 말한다. 고조파 전류가 합성되면 전체 파형이 기존파에 비해 찌그러진 파형으로 변하는데, 이 과정서 전자기기가 연결된 전력계통에 나쁜 영항을 줄 수 있다.

2008년 대한전기학회 전기기기 및 에너지 변환시스템부문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에 실린 <한국형 고속열차의 주행상태와 고조파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고조파 전류의 발생은 인접통신선에 유도 장해를 일으키고 철도신호장애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전원계통에 유입되는 경우에는 보호계전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일요시사>는 한국교통대학교 B교수가 201411월 작성한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 고조파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입수했다. 해당 보고서는 원주강릉 간 전철변전소 3개소(횡성, 대화, 강릉)의 급전구간에 대한 고조파 예측을 실시하고 그에 대한 대책설비의 필요 유무를 결정하기 위해 작성됐다.
 

B교수는 횡성, 대화 전철변전소는 고조파 대책설비가 없는 상태서 한전인출점서의 전압왜형율은 기준을 만족하지만 각 조파별 기준치와 비교하면 초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횡성, 대화 전철변전소의 경우 고조파 대책설비로 RC뱅크를 급전구분소에 설치하면 현행 규제치와 한전 규정 현행 규제치를 초과하지 않고, 또 전철변전소에 고조파 저감용 LC필터를 설치하면 전압왜형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결론내렸다.

RC뱅크는 고조파를 제거 또는 저감하는 장치다. 당시 강릉선 KTX 예산에는 RC뱅크 설치를 위한 예비비가 편성돼있었다. 횡성과 대화 사이에 위치한 둔내 급전구분소 설계도면에도 2개의 RC뱅크가 표시돼있다. 설계도면 메모에는 차량 운행 후 발생되는 고조파 실측을 통해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고 돼있다. 시설물 검증시험 결과에 따라 RC뱅크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둔내 급전구분소에 RC뱅크는 설치되지 않았다.


이상현상 원인
고조파 때문?

강릉선 KTX 시설물 검증시험 당시 강원본부에 근무하던 철도공단 관계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RC뱅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 열차가 운행할 때 전력이 어떤 상태로 나타나는가를 측정하는 전력품질분석 과정서 RC뱅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개통 이후 강릉선 KTX 일부 구간서 일어난 이상현상은 RC뱅크 설치 여부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철도 전문가 A씨는 “B교수가 제시한 결론과 현재 상황이 서로 상반된다시설물 검증 시험의 절차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절감한 예산 어디로? ‘관계자 성과급으로 지급’

강릉선 KTX 둔내 급전구분소 구간에 예비비로 편성된 RC뱅크가 설치되지 않으면서 예산이 절감됐다. 절감된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철도공단 강원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절감된 예산은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100만원 받아

철도공단 직원은 규정에 따라 예산 절감과 관련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당시 건설에 참여한 강원본부 관계자 등은 100만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철도공단 직원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