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이다가 자리서 일어났다. 대중교통 상황이 여의치 않아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앞에 멈춘 택시를 타기 위해 차문을 열었다가 황급히 문을 닫아버렸다.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운전자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온 탓이다.
고령 운전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필자가 곧바로 차문을 닫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일전에 고령 운전자가 운전하는 택시를 탔다가 겪었던 일 때문이다.
그날 역시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술좌석을 가지다 택시를 타게 됐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운전자의 모습을 살폈는데 7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였다. 나이가 있음에도 택시를 운전하는 모습에 '참으로 정력적으로 사시는 분이구나’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그분에게 찬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차가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슬그머니 입이 다물어졌다. 차가 술에 취한 듯 움직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혹시 음주상태서 운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운전자의 모습을 자세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음주운전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런데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가득했고 힘줘 핸들을 잡고 있는 양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시선을 아래쪽으로 옮겼다. 다리 역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한눈에도 부실해 보였다.
다리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밟을 때 가하는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는 상황까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할 때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순간적으로 멈추고, 또 역으로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는 했다.
‘아차’ 하는 느낌에 다시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눈 역시 심하게 깜박이고, 아니 눈꺼풀이 자꾸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다. 이를 확인하자 더 이상 차에 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차를 세웠다. 목적지가 아닌 중도에 차를 세운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그냥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 이후 어쩌다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되면, 타기 전에 반드시 전면창을 통해 운전자의 연령대를 확인하고 승차여부를 결정지었다. 또 운전자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운 밤에는 모두에 밝힌 대로 하고는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현행법상 면허갱신에 따른 정기 적성검사 시행 주기를 연령별로 세분화해, 고령 운전자의 경우 그 기간을 최대 1년까지 낮추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동 개정안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에 대한 면허갱신 주기를 75세 이상 80세 미만인 경우 3년, 80세 이상 85세 미만인 경우 2년, 85세 이상인 경우는 1년으로 낮춘다고 하는데 필자의 경험을 생각하면 이 내용도 쉽사리 수긍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필자의 경험만을 갖고 결론을 낼 수도 없는 난감한 문제다. 모든 고령 운전자가 필자가 접했던 상태는 아닐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할 수도 없다. 왜냐, 필자도 나이 육십 줄에 들어서며 느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 분들은 나이가 있는 만큼 본인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랄 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