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태종 15년(1415) 7월10일 기록이다.
『수령이 흉년을 만나 백성을 굶주려 죽게 하는 자는 파출할 것을 이조에서 상소하다.
“목민(牧民)의 직임은 구황(救荒)하는 것이 급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대소 수령이 매양 흉년을 만나면 여러 방법으로 백성들을 진휼해 굶주려 죽는 일이 없게 한 자는 감사(監司)가 포장(褒奬)해 상등으로 삼아 그 실적을 갖춰 계문해 서용하고, 임기가 차지 않은 자는 한 자급(資級)을 더하며, 구황하지 못해 경내 인민이 하나라도 굶주려 죽는 일이 있게 하면 비록 다른 일에 쓸 만한 것이 있더라도 곧 파출(罷黜)을 행하도록 하는 것으로써 길이 항식(恒式)을 삼으소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상기 글에서 ‘목민의 직임은 구황하는 것’이라는 대목을 살펴보자. 목민은 임금이나 고을의 수령이 백성을 다스림을 뜻하고, 구황은 흉년이 들어 기근이 심할 때 나라서 진제미(賑濟米, 진휼하는 데 쓰는 쌀)를 내어 구제하던 일을 의미한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국가와 국민 간의 관계다. 국민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국가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국민의 안녕을 책임져야 한다. 조선 역사를 살피면 이 같은 소임을 다하지 못해 양위를 선언한 임금들(실제로 이루어진 사례는 없음)과 파직된 수령들은 부지기수였다.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최근 정부는 네 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중 논란의 중심에 있는 2안을 살피면, 국민연금은 손대지 않고 2022년에 기초연금을 25만원서 40만원으로 올린다고 한다.
정치판 출신인 필자는 동 내용을 접하는 순간 2020년에 치러질 제21대 총선을 떠올렸다. 동 문제는 그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것이고 결국 집권당은 이를 선거에 악용해 의석을 독점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그에 대한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 기초노령연금에 대해 접근해보자. 동 연금은 지난 노무현정권 시절 노인복지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구실로 제정됐고 박근혜정권 시절에 개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노인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다는 대목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동 연금은 여러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형평성 등 소소한 문제는 차치하고 기본적인 세 가지 문제만 언급하겠다.
먼저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목에 대해서다. 필자 입장에서 판단할 때 65세란 나이는 노인 축에도 들지 못하는 어정쩡한 나이로, 남이 주는 돈을 받을 게 아니라 스스로 벌어야 할 나이이다. 즉 국가 차원서 일자리 만들 능력이 되지 못하니 ‘그냥 돈이나 먹고 떨어져라’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다음은 돈으로 지급한다는 대목에 대해서다. 그다지 할 일 없는 노인들에게 현찰이 주어지면 주로 어디에 사용할까. 판단은 독자들께 맡긴다. 여하튼 복지를 돈으로 처리하려는 안일한 발상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왜 중앙정부가 그 일을 전담하느냐다. 지방분권에 대해 핏대를 올리는 상황서 일정 부분의 권한과 책임은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있는 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선조 임금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 단순히 퍼주기식의 돈 잔치를 지양하고, 실질적으로 노인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일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