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산비리 대표-양주시장 ‘수상한 관계’ 추적

태블릿서 나온 시장님 이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업체 대표가 현직 지자체장과 골프를 치는 등 오래전부터 친분을 맺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진행 중인 전직 시의원의 재판 과정서 새어나왔다. 해당 업체 대표는 현재 보석 석방 상태다.

▲ 이성호 양주시장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현직 대령과 국회의원 보좌관, 브로커, 업자 등 20명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브로커를 동원해 166억원 규모의 대북확성기 사업을 낙찰 받은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조모 대표 등을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방산비리로 
고발했는데…

대북확성기 도입 사업은 2015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을 계기로 북한의 전방부대 및 접경지역 주민에 대한 심리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가 고성능 대북확성기 40대를 도입한 사업이다.

사업은 201612월 마무리됐지만 입찰 과정서의 특혜, 계약업체의 부당이득으로 인한 국고 손실, 납품된 확성기의 성능 미달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2월 인터엠 등 관련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서 인터엠 재무팀 차장의 수첩, 조 전 대표의 태블릿PC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첩에는 인터엠 측에서 양주시 전 시의원에 돈을 지급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태블릿PC에서는 조 전 대표가 언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한 일정표가 발견됐다.

특히 이 일정표에는 이성호 골프’ ‘이성호 점심’ ‘이성호 ○○○(양주시에 위치한 음식점)’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현재 양주시장인 이성호의 이름이 약 20회 가량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장이 조 전 대표로부터 골프, 식사 접대 등을 받았다고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80년 양주군 회천면서 공직을 시작한 이 시장은 2009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뒤 도시개발사업단장, 도시건설국장, 도시교통국장, 산업환경국장, 교육문화복지국장 등을 역임하다가 20131234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대북확성기 사업 연루 대표
양주시장과 알고 지낸 사이?

이 시장이 조 전 대표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에는 도시교통국장(2011320124), 산업환경국장(2012512), 교육문화복지국장(201212퇴임)을 지냈다.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양주시장 후보로 지방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고 2016년 양주시장 보궐선거서 당선, 시장으로 입성한 후 올해 지방선거서 재선에 성공했다.

검찰은 인터엠 재무팀 차장의 수첩을 바탕으로 양주시 전 시의원 임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달 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제320호 법정서 임 전 의원, 조 전 대표, 현모 인터엠 상무이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등의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증인으로는 김모 양주시청 전 도시교통국장이 참석했다.
 

▲ 서울지방법원

시의원으로 선출되기 전부터 조 전 대표와 친분관계를 맺고 있던 임 전 의원은 재직 시절 현 이사 등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조 전 대표가 주고 임 전 의원이 받은 돈의 성격이다. 검찰은 임 전 의원이 인터엠의 민원사항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대가성을 띤 돈이라는 주장이다.


재판서 나온 인터엠의 민원사항은 공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완충녹지의 일부 구간을 해제해달라는 것이었다.

완충녹지는 도시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거나 개선하고 공해나 재해를 방지해 양호한 도시경관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계획법 제12(도시계획의 결정)의 규정에 의해 결정된 것을 말한다.

실제 인터엠 공장 부지는 나무가 심어 있는 녹지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인터엠 공장 주변의 완충녹지는 2002630일 덕정1지구 택지개발사업 준공 당시 수립된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돼왔다. 인터엠은 택지개발사업 준공 10년 뒤인 201210월 진·출입로 확보를 위한 완충녹지 해제 건의서를 양주시청에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인터엠 공장이 홍죽산업단지로 이전할 경우 토지 진·출입이 불편해 북쪽 진·출입로가 추가로 필요하다. 완충녹지로 돼 있는 일부 구간을 해제해 진·출입로를 확보하는 사항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첩서 나온
시의원·시장

양주시청에서는 201012월경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된 사항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택지개발사업 준공 후 10년이 경과한 지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정하는 바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으로 제1종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주민공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터엠의 건의서를 받은 양주시청은 같은 해 11월 덕정1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7월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계획() 주민공람 계획보고, 주민공람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인터엠은 2013722일 주민공람 단계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완충녹지 법면으로 진·출입로 2개를 추가로 개설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시 말해 완충녹지 일부 구간에 총 3개의 진·출입로를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2013925일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렸다. 회의에는 임 전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국장, 대학교수 등 총 13명이 참석했다. 검찰은 임 전 의원이 이날 회의서 인터엠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의원은 당초에 (인터엠이)홍죽단지를 계약할 때 저 부지를 판매한다는 거죠. 그 판매하는 대금으로 홍죽산업단지의 반은 매매한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저게 반을 한다면 출입로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중략)그 당시 시에서 ‘10년이 지난 완충녹지 부분은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있다고 해서 그런 조건을 맞춰서 계약을 해준 거예요. 만약에 아니라면 인터엠에서는 홍죽산업단지를 해제하겠죠라고 발언했다.
 

김 전 국장도 임 전 의원과 비슷한 뉘앙스로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조금 전에 임 위원님이 말씀하셨듯이 홍죽산업단지를 매각할 때 매각이 잘 안 되니까 너네가 홍죽산업단지에 와서 공장을 짓게 되면 우리가 진·출입로를 뚫어서 다른 용도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와주겠다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계획을 한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인터엠 공장 부지의 교통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조건으로 조건부 가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201311월 덕정1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결정됐다. 인터엠 공장 부지 주변 완충녹지를 일부 해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완충녹지 해제
누가 약속했나

검찰은 인터엠서 임 전 의원에게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준 것, 특히 20134월경 양주시서 인터엠 측이 낸 건의서를 검토하던 시기에 현 이사가 건넨 200만원, 체육대회 찬조금 명목으로 준 100만원이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봤다.

20127월부터 20146월까지 양주시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던 임 전 의원이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서 쟁점으로 떠오른 부분은 인터엠의 의견서였다. ‘인터엠 공장 부지 토지이용계획 효율화 방안 건의()’에서 제안목적이라고 기재한 부분이다.

인터엠 측은 제안 목적에 인터엠은 홍죽산업단지 계약 시 기존공장인 덕정동 226-9번지 토지활용 극대화를 위해 양주시서 완충녹지 폐지를 약속함이라고 적었다.


인터엠과 양주시가 홍죽산업단지 계약과 완충녹지 해제를 맞교환한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대목이다. 홍죽산업단지는 경기 양주시 백석읍 홍죽리에 조성된 일반산업단지로, 20063월 산업단지 공업물량을 확보해 20083월 경기도 제2청사 고지에 의해 산업단지 지정 고시가 완료됐다.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양주시가 지역 발전을 약속하면서 20103월 부지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인터엠은 20118월 양주시와 홍죽산업단지 분양 계약을 맺었다.

민원 관련 자문해줬나?
아들은 해당 업체 근무

홍죽산업단지의 분양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양주시서 인터엠에 SOS를 쳤고, 그 대가로 완충녹지 해제를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검찰은 인터엠에 그런 약속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파고들었다. 또 인터엠이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양주시와 논의를 하는 과정서 누군가의 자문이 있었는지에 주목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국장은 검찰의 질문에 자신은 도시교통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업무를 전체적으로 인수인계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완충녹지 해제 관련 업무는 도시개발사업단의 일이었는데,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업무가 전반적으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20124월 말 양주시청 도시교통국장으로 승진한 김 전 국장은 이 시장의 후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양주시 관계자는 인터엠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 이 시장이 시청 재직 시절 자문을 해줬다는 말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시장의 아들인 이모씨가 인터엠서 대리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는 이 시장이 2016년 지방선거서 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아버지를 위해 선거 로고송을 직접 불러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이 시장의 완충녹지 관련 자문의 대가로 인터엠서 이 시장의 아들 이씨를 채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인터엠 측에서는 이씨가 근무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근무는 하지만
“근거 없는 소리”

이 시장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양주시청 공보팀 관계자는 시장님은 인터엠 완충녹지 해제와 관련해서 잘 모른다고 하셨다. 업무는 김 국장(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김 전 국장)이 계실 때 진행을 한 것이고, 그 이전에 접수받고 할 때는 남모 도시개발사업단장이 처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들 이씨와 관련해서는 “(시장님이) 2013년 말에 퇴임했고 아들은 2014년 말에 인터엠에 취업했다당시는 시장님이 선거서 낙선했을 때라고 덧붙였다. 이어 양주시청 공보팀장은 날짜까지 전부 확인해서 답변하는 것이라며 전임 국장(김 전 국장)과도 통화를 다 했는데 본인이 다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주시의회 전 부의장 아들도… '인터엠 입사했다'

인터엠에는 이성호 양주시장의 아들뿐만 아니라 현직 시의원 황모씨의 아들도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황 의원은 이번 6·13 지방선거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양주시의회 부의장, 의장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황씨의 인터엠 입사 소식은 여러 뒷말을 낳았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황 의원은 그런 건 전혀 없다. 아들이 거기(인터엠)에 취직하겠다고 해서 알았다하고 말았다”며 직책은 대리인데 현재 공장서 일한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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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