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로 시집 간 아나운서들 열전

방송 접고 청담동 며느리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벌은 정치·사회·경제 심지어 연예면까지 달군다. 재벌과 일반인의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이미 넘칠 만큼 많다. 재벌의 사생활은 언제나 핫이슈다. 실제 재벌과 아나운서의 조합은 이전에 비해 신선한 느낌은 아니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다. <일요시사>가 재벌-아나운서 커플을 조명해봤다.
 

한 아나운서의 결혼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 아나운서의 이름은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떠올랐다. 이후 약 2일간 여러 사건·사고들이 일어났지만 검색어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결혼 상대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대중들은 재벌과 아나운서의 조합에 뜨겁게 반응했다.

지난 20일, 한 언론매체는 조수애 JTBC 아나운서와 박서원 두산 전무의 결혼 소식을 보도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아나운서와 박 전무는 다음달 8일, 서울의 한 예식장서 결혼식을 올린다. 조 아나운서는 현재 휴가 중으로 JTBC에는 이미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소식
실검 장악

1992년생으로 올해 27세인 조 아나운서는 홍익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2016년 JTBC에 입사했다. 당시 JTBC 아나운서 공채 경쟁률은 1800대 1에 육박했다. 아침뉴스 <JTBC 아침&>서 ‘국내 이모저모’ ‘해외 이모저모’ ‘스포츠 뉴스’ 등의 코너를 맡았다. 최근에는 <LPGA 탐구생활> <오늘, 굿데이> <전(錢) 국민 프로젝트 슈퍼리치> <골프 어택> 등을 진행했다.

조 아나운서와 화촉을 밝힐 박 전무는 두산가 4세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이다. 단국대에 다니다가 중퇴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2005년 미국의 문화예술 명문대로 알려진 SVA(School of Visual Arts,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를 졸업했다.


박 전무는 광고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대학 동기들과 광고회사 ‘빅앤트’를 차렸다. 2009년에는 반전 포스터 ‘뿌린 대로 거두리라’로 뉴욕광고제 옥외광고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광고계열사인 오리콤 총괄부사장을 거쳐 유통사업 최고전략책임자이자 두산매거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자 나이차, 가정사 등 사생활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이 폭발했다. 조 아나운서와 박 전무는 각각 27세, 40세로 13살 차이다. 또 박 전무가 이미 한 차례 결혼한 전력이 있고 딸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은 증폭됐다.

박 전무는 2005년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의 딸 구원희씨와 결혼했다가 2010년 이혼했다. 2009년부터 별거에 들어간 두 사람은 박 전무가 구씨를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소송 과정서 두 사람은 딸 양육권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무의 딸은 2006년생으로, 조 아나운서와는 14살 차이다.
 

▲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과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 부부

아나운서는 참하고 똑똑한 이미지의 직업군으로 손꼽힌다. 재색을 겸비했다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 직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벌가서 아나운서를 며느리감으로 선호한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아나운서가 재벌가 며느리가 된 사례는 조수애-박서원 커플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깜짝 발표
퇴사 결정

앞서 이다희 전 스카이티브이 아나운서가 이선호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관리팀장(부장)과 서울 근교서 결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팀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이 전 아나운서와 이 팀장은 지난달 8일, 서울 근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결혼식은 이 회장 부부 등 양가 직계가족만 참석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이 전 아나운서는 미국 퍼듀대학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2016년 5월 스카이티브이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남편인 이 팀장은 재혼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지난 2016년 그룹 코리아나의 멤버 이용규씨의 딸이자 방송인 클라라의 사촌동인 고(故) 이래나씨와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사별했다.


재벌가 자제와 아나운서가 결혼한 사례 중에 대표적으로 꼽히는 커플은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이다. 2006년 노 전 아나운서가 정 사장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불거졌다.

노 전 아나운서는 2003년 KBS에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 뉴스뿐만 아니라 <스타골든벨> <상상플러스> 등 예능MC로 활약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전성기를 누리던 노 전 아나운서는 결혼과 동시에 2006년 KBS를 퇴사했다.

정 사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4남인 고(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미국 버클리대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비앤지스틸 이사를 지냈다. 노 전 아나운서와 정 사장 사이에는 두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아나운서와 정 사장의 결혼 생활이 대중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꾸준한 언론 노출 때문으로 보인다. 노 전 아나운서가 현대가 행사에 남편과 함께 참석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자주 포착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조수애-박서원 커플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현정-정대선 부부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 아나운서-재벌 남자
누리꾼들 관심 폭발해

지난해 7월에는 고(故) 정주영 회장의 부인 고(故) 변중석 여사 기일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3월에도 고(故) 정주영 회장의 17주기 제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 전 아나운서가 현대가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패션과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양새다. 노 전 아나운서는 결혼 이후 내조에 전념하면서 방송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성주 전 아나운서도 재벌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경우다. 한 전 아나운서는 1994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당선된 후 1996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 방송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1999년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과 결혼했지만 10개월 만에 이혼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후 한 전 아나운서는 SBS도 퇴사했다.

한 전 아나운서는 대만 출신 전 남자친구의 동영상 유포와 폭행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12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전 아나운서의 전 남친 타이완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수에 대해 기소 중지 결정을 내리고 잠정적으로 수사를 종결지었다. 검찰은 크리스토퍼 수가 외국에 머물면서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더 이상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이다희 스카이티브이 아나운서

1999년에는 장은영 전 KBS 아나운서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화촉으로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27살로, 당시 장 전 아나운서는 KBS 간판 프로그램 <열린음악회> MC를 맡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장 전 아나운서는 1992년 미스코리아 대회 선 출신이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최 전 회장과 결혼 당시 세간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했지만 장 전 아나운서는 KBS를 퇴사하고 내조에만 힘을 기울였다. 2007년 <열린음악회> 700회 특집 때 당시 함께 진행했던 유인촌 전 장관과 출연한 게 전부였다.

화려한 시작
끝 안 좋기도

최 전 회장은 1971년 대한통운 사장을 거쳐 2001년까지 동아그룹 회장을 지냈다. 배우 김혜정과 결혼한 뒤 이혼한 최 전 회장은 펄시스터즈의 배인순과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했다. 이후 장 전 아나운서를 만나 결혼했다.


순탄하게 이어지나 했던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11년 만인 2010년 파국을 맞았다. 두 사람은 이혼 당시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두 사람의 이혼은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서로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차원서 성립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 전 회장은 “(장 전 아나운서는)10년 넘게 아내로서 뿐만 아니라 여러 역할을 하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정성으로 돌봐주고 변호해 준 고마운 사람”이라며 “이혼은 내 미안함의 표현이다. 서로 가장 염려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으로 남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 장은영 전 아나운서

장 전 아나운서도 “회장님은 정말 남다른 인물이다. 그릇 자체가 다르다. 그런 큰 사람의 아내로서 나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 버거움이 누적돼있었나 보다”라며 “여전히 회장님을 존경하고 세상 누구보다 인정한다. 연로하신 시어머님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전 아나운서는 2011년 대학 시절 만났던 동갑내기 사업가와 재혼했다.

최원정 KBS 아나운서는 KBS 보도국 최영철 기자와 2004년 화촉을 밝혔다. 최 기자는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전 사장의 아들이다. 최 아나운서와 최 기자는 2000년 KBS 입사 동기로 두 사람은 동기모임서 만나는 과정서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아나운서와 최 기자는 결혼 후에도 KBS서 활동 중이다.

황현정 전 KBS 아나운서는 ‘벤처 재벌’로 불린 이재웅 쏘카 대표와 2001년 결혼했다. 황 전 아나운서는 1993년 KBS 공채로 입사해 <KBS 9시 뉴스> 메인 앵커를 꿰차면서 간판 아나운서로 성장했다. 당시 수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힐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2001년 이 대표와 결혼한 후 퇴직,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결혼과 동시에 활동 중단 많아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 이혼도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이기도 한 이 대표는 고(故) 이철형 전 한국종합건설 대표의 장남이다. 1995년 26세의 젊은 나이로 국내 최초의 포털 다음을 만들어 벤처계의 전설로 떠올랐다.

이후 1997년에는 국내 최초의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 1999년에는 다음 카페를 론칭하는 등 성공신화를 이끌었다. 2007년 다음 대표직서 물러나 스타트업 양성에 몰두하던 그는 쏘카 대표로 경영에 복귀했다. 지난 9월에는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석, 평양에 방문했다.

연세대 선후배 사이인 황 전 아나운서와 이 대표는 2000년 서울 압구정동이나 예술의 전당 등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면서 열애설에 휩싸였다. 이후 2001년 웨딩마치를 울리고 열애설을 현실로 만들었다. 당시 황 전 아나운서와 이 대표의 결혼은 국내 최초로 비공개 결혼식으로 진행됐다.
 

▲ 조수애 아나운서

최윤영 전 MBC 아나운서는 2004년 외국계 증권사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장세윤씨와 결혼했다. 최 전 아나운서는 2001년 MBC에 입사,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로 활동하면서 간판 아나운서로 이름을 날렸다.

남편 장씨는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장 회장은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대우 무역부문 사장을 지냈다.

대중 관심
이어질 듯

여성 아나운서와 재벌가 자제의 만남은 대중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다. ‘돈이 목적’ ‘시집 잘 가려고 아나운서가 됐냐’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는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뾰족한 말이 오가기도 한다. 반면 결혼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행사에 전혀 관계없는 제 3자가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예나 지금이나 아나운서와 재벌가의 조합은 대중에게는 흥미로운 이슈인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벌-연예인 결혼과 이혼

▲ (사진 왼쪽부터)배우 심은하·고현정·최정윤

재벌과 아나운서의 조합만큼이나 재벌과 연예인의 조합도 대중의 흥미를 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배우 고현정이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서 혜린 역을 맡아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고현정은 1995년 돌연 정용진 현 신세계 부회장과 결혼을 발표했다. 당시 고현정의 나이는 22세였다.

결혼과 동시에 방송서 사라졌던 고현정은 8년6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고현정의 이혼 소식이 전해지자 이유에 대한 억측과 추측이 쏟아졌다. 상대가 재벌이니만큼 위자료나 양육권에 대한 관심도 폭발했다. 현재 고현정의 두 자녀에 대한 양육권은 정 부회장이 갖고 있다.

고현정은 방송에 복귀하면서 출연한 <무릎팍도사>서 “너무 어려서 뭘 모르고 결혼한 것 같다. 조금 더 내가 배우고 다듬어진 상태서 만났더라면 서로 원하는 모습으로 잘 다듬어가고 맞춰질 수 있었을 텐데…”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배우 최정윤은 2011년 이랜드 그룹 박성경 부회장의 장남인 윤태준씨와 결혼했다. 윤씨는 1998년 5인조 아이돌그룹 이글파이브로 데뷔해 활동한 색다른 전적이 있다. 최정윤이 윤씨보다 4살 많은 연상연하 커플이다.

윤씨는 지난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2014년 9월 한 상장사의 사장으로 취임한 후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뒤 주가를 조작해 40여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윤씨가 D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대만 회사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의 앱스토어에 입점한다는 거짓 정보를 퍼트려 D사의 주가를 높인 것으로 봤다.

1990년대 인기를 누렸던 배우 심은하 역시 2001년 돌연 은퇴한 뒤 2005년 지성한 한성실업 회장의 외아들인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과 결혼했다. 청순미의 대명사로 불렸던 심은하는 은퇴 이후에도 방송계로부터 숱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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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