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포차 스캔들’ 전말

세월호 사고 3일 뒤…제주 포장마차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6·13지방선거는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선자는 7월 관내에 입성, 새로운 지방정치를 위한 닻을 올렸다. 전쟁은 끝났고 5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전·현직 시장의 4번째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안양시도 그중 하나다.
 

▲ ▲최재호 안양시장

정치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때는 선거 기간이다. 후보가 결정되고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의혹과 해명이 난무하는 난타전이 벌어진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법적 조치를 언급하고, 후보 간 실제 고소·고발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끝나지 않은
고소·고발전

상황은 선거 결과가 나오면 양측 모두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으로 대부분 마무리된다. 안양시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 기간에 후보 간 제기한 고소·고발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안양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 최대호 현 안양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필운 전 안양시장이 번갈아가며 시정을 돌봤다. 두 전·현직 시장의 역대 전적은 22패로 팽팽하다. 한 사람이 연속으로 당선된 적이 없을 만큼 승부는 치열했다.

최 시장과 이 전 시장의 첫 맞대결은 2007년 민선 4기 재·보궐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중대 전 안양시장은 대법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시장직을 잃었다.


20071219일 대통령 선거일에 치러진 안양시장 재선거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 전 시장이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한 최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2010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최 시장이 한나라당 이 전 시장에 승리했다.

20146·4지방선거는 새누리당 이 전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최 시장을 누르고 시장으로 재입성했다. 두 후보의 4번째 맞대결이 성사된 6·13지방선거는 최 시장의 승리로 끝났다.

10년 넘게 선거서 맞대결을 펼친 두 후보는 이번 선거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 과정서 20144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고 관련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안양시장이던 최 시장이 세월호 사고 3일 뒤인 2014419일 제주도를 방문,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나왔다.
 

▲ ▲이필운 전 안양시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장은 5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시장의 세월호 사고 직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처음 꺼냈다. 손 원장은 “2014416일 세월호의 비통함. 온 국민은 밤잠을 못 이루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안양시청 직원의 자녀분 또한 그 안에 있었던 고통의 시간 속이었다그 시기 2014419일 제주 성산의 해안도로 한곳을 방문했다고 당시 현직 안양시장 최대호는 즐거운 흔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최 시장 제주 방문 의혹 쟁점
측근들 가게 무단침입 드러나

손 원장은 당시 최 시장이 방문했다는 의혹이 나온 제주도의 포장마차 천막에 남겨진 사인을 근거로 들었다. ‘Smart A+ 안양의 시민들 행복하세요. 2014. 04. 19. 안양시장 최대호 Choi’라고 적혀 있는 포장마차 천막 사진도 공개했다.

그는 제주시에 공무상 다녀오셨나요? 그러시다면 전후 일정을 공개해달라. 제주에 간 적이 없다면 안 갔다는 한국 항공공사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최 시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최 시장은 잘못된 사실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손 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고 안양시청 수도과에 근무하는 직원 자녀분이 사고를 당해 고통을 같이 했던 시간에 뜬금없는 제주도 관광을 했다고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A+안양, Smart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의 사인을 남겼다고 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4419일 일정을 시간대별로 공개하면서 포장마차 천막에 쓰인 ‘A+’는 전임 신중대 시장이 재임 당시 만든 로고며, 자신의 필체는 더욱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손 원장은 최 시장의 주장과 언론보도를 비교한 자료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이어 “2014. 4. 19 논란의 한 글귀에 대한 최 시장 후보의 변론과 당시 언론 기사를 찾아 비교해봤다“(안양시 공무원 자녀) 시신 수습이 21일이고조문 갔다는 기사는 24일이고. 마치 19일에 조문 간 줄 알겠어요라고 썼다.

당시 최 시장 측은 세월호 사고 직후 최 시장은 제주도에 방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했다. 손 원장의 의혹 제기 이후 언론사 취재에 대한 답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방송토론회, 최 시장 측에서 제작한 동영상서도 마찬가지였다.
 

▲ 침몰 중인 세월호 (사진=진도사진공동취재단)

선거 닷새 전인 68일에는 최 시장 측 정기열 총괄선대본부장이 안양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시장의 제주도 포장마차 방문 의혹에 대해 국내 7개 항공사의 당시 탑승기록과 함께 필적 감정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을 허위사실 공표죄, 후보자 비방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덧붙였다.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는 사이 세월호 관련 의혹은 안양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렇다 할 결론 없이 613일 최 시장의 싱거운 승리로 마무리됐다.

포차 사인
누구의 것

하지만 선거 기간 중 반짝 논란으로 그치나 했던 의혹은 6월 말 손 원장이 제주의 포장마차서 최 시장의 것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사인을 발견하면서 불씨를 남겼다.

발견된 문구는 四海皆兄弟(사해개형제, 서로 존경하고 예의로서 교제하면 세상 사람이 다 형제가 된다) 2015. 12. 28. 安養 崔大鎬(안양 최대호), 내사랑, CHOI DAE HO’. 해당 문구가 적혀있던 천막은 장사가 시작되면 포장마차 측에서 말아 올려둔 터라 발견이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원장은 71일 해당 문구가 적힌 포장마차 천막 사진을 공개하면서 “(사해개형제)의 의미는? 2014년에 이 한자를 참 자주도 썼네요. 세월호 때 제주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못보고 다시 적었나요? 아니면 뭐지요?”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2014년에 이 한자를 참 자주도 썼네요부분은 최 시장이 현역 시장이던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서 사해지내(四海之內), 개형제야(皆兄弟也)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131121일 안양시의회 본회의서 최 시장은 “‘사해지내 개형제야라는 말이 있듯이 온 세상은 모두 형제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오늘 2014년도 예산안 심의를 요청하면서 내년도 시정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필운 후보 측은 824일 제주도 방문 관련 허위사실공표죄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 시장을 고발했다. 고발인은 최 시장이 세월호 사고 직후 제주도에 방문했음에도 연설, 방송, 신문 등에서 방문하지 않았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은 후보자가 당선될 목적으로 경력,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리하게 공표한 것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인이 남긴 불씨는 829일 제주의 포장마차에 최 시장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3명이 등장하면서 재점화됐다.

포장마차 주인 A씨는 이날 오후 7시경 현재 안양시청 언론홍보기획관으로 근무 중인 정○○씨의 전화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장사를 일찍 접고 포장마차의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정씨는 안양시장이 여기에 왔다 갔다는 것 때문에 확인 좀 해보려고 왔다시장이 진짜 여기에 왔다 갔는지, 그 분이 맞는지 확인해줄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측근 셋은
왜 포차에?

정씨는 A씨가 손영태씨(전공노 원장)를 통해서 온 것이냐고 묻자 아니다”며 저는 최대호 시장하고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포장마차 사인 문제로 고소·고발이 돼있는데, 사인이 진짜인지 시장(최대호 시장)이 한 번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씨와 동행한 것으로 보이는 2명이 그 시간대 A씨의 포장마차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이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씨와 통화를 마친 A씨는 포장마차 뒤쪽으로 몇몇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포장마차로 돌아간 A씨는 포장마차 뒤편 지퍼가 평소와 다르게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에는 두 남자가 포장마차에 무단침입해 내부를 살피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의 신원은 전직 안양시 공무원 염○○, 언론인 이○○씨로 드러났다.

염씨는 93전복을 구입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포장마차에 무단침입한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정씨 등 3명을 914일 현주건조물 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제주 서귀포 경찰은 의왕서와 안양 동안서에 촉탁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포장마차에 침입한 염씨와 이씨를 기소 의견으로, 밖에 있던 정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 시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1022일 안양시의회 본회의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최우규 의원은 이날 본회의서 최 시장에게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최 시장은 제가 설령 제주도에 간 사실이 있다면 누군가를 시켜서 주인을 만나서 회유를 하든 증거물을 없애든이라고 부탁이나 지시를 했겠지요라며 제주도 간 사실도 없는데 왜 가 가지고 만나봐라뭐 확인을 하겠습니까, 그게라고 항변했다.

“시장이 가보라 해서 …” 
전직 공무원의 증언

이어 마치 제가 시켜서 하는 것처럼, 사주해서 했던 것처럼 이렇게 지금 하고 있습니다만, 전연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의원은 시장님께서는 제주도는 물론 포장마차도 가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측근 세 분이 왜 제주도의 포장마차에 갔는지 하는 것은 모두가 궁금해 하는 대목이라며 시장님과 제주도에 가서 포장마차 주인(A)과 통화한 그 분(정씨), 둘 중의 한 분은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장마차 무단침입 사건은 정씨의 채용 관련 논란으로 번졌다. 정씨가 안양시 홍보기획관 채용시험에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적격 논란이 불거졌다. 827일 안양시서 낸 채용 공고에 따르면 홍보기획관은 일반직 공무원과 외부 인사 모두에 문이 열려 있는 개방형 직위다.

안양시는 731안양시 행정기구 및 공무원 정원 조례 시행규칙개정을 통해 홍보기획관을 지방자치단체의 개방형 직위 및 공무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개방형 직위로서 지방임기제 공무원으로 보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일부 안양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시행규칙 개정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씨는 서류전형과 면접 등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했고 111일부터 시청서 근무 중이다. 한 안양시청 관계자는 그 자리(언론홍보기획관)에 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논란이 된 인사를 앉힌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지난 8일 기자는 정씨에게 당시 제주도에 내려간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정씨는 최 시장이 엉뚱한 오해를 받고 있어 해소해 주려 했다면서도 사적인 영역이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잘랐다.
 

또 제주 포장마차서 발견된 두 번째 사인에 대해서도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모른다시청서 내놓은 해명 자료를 참고하라고 말했다.

안양시청 안전행정국 총무과 관계자는 “(정씨의 문제는)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일도 아니고, 아직 결론이 난 사안도 아니다.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서, 지방공무원법 31조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 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징계 사안으로 넘어갈 수 있다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적격논란
결격 사유?

최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1022일 본회의서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음경택 의원은 “(정씨가) 앞으로 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시장님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사건을 표면적으로 불러내서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런 분을 홍보기획관에 임명하는 게 적절한 지 시민 여러분들께서 판단하셔야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시장은 누구든지 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느냐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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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