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NG생명, 인수대금 불리기 꼼수 추적

눈에 빤히 보이는 술수로 몸값 ‘뻥튀기’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해 많은 금융사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는 ING생명이 인수가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였다. 문제는 그 방법이 눈에 빤히 보이는 꼼수라는 점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 업계의 혀 차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ING생명은 대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공개한다.

전례 없는 시책금 500억원 풀어 보너스 제공
매각 예정 ING생명 아태지부 몸값 불리기용?

최근 ING생명 일선 지점에 본사의 지침이 하달됐다. 이를 본 직원들은 하나 같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보험 유치에 성공하면 계약금의 100%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100만원짜리 보험 계약을 따내면 100만원의 보너스가 주어지는 식이다. 물론 기존 수당과는 별개다. 이는 일선 영업직원들에게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보너스=계약금 2배

이게 전부가 아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액수의 보너스가 나온다. 결국 계약 금액의 2배에 이르는 보너스가 주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는 옵션도 따라붙었다. 물론 ‘정해진 실적을 달성하면’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목표치가 3개월간 180만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조건’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ING생명이 이번에 푼 시책금은 보너스 400억원과 여행경비 100억원을 합해 모두 500억원. 당연히 지금 ING생명의 영업직원들은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됐다. 인맥을 총동원해 저인망식 영업을 벌이고 있다. 한 몫 제대로 잡아보겠다는 각오가 비장하다. 그야말로 밑창이 닳도록 뛰어다니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대규모의 시책금은 전례에 없던 일이다. 뜬금없이 직원들에게 500억원이라는 거액을 선심 쓰듯 뿌리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ING생명이 회사 매각을 준비 중인 상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ING생명이 인수가액을 높이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현재 ING생명 아시아태평양지부는 M&A 시장에 올라와 있다. 모회사인 ING그룹의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아·태지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7개국에 조인트벤처 형태의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ING그룹은 현재 아태지부 전체 또는 지역별 분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한생명, 삼성생명, 푸르덴셜생명,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수많은 금융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M&A 거래에서 대상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은 인수가 산정의 핵심이다. 현재 ING생명 아·태지부의 기업가치는 7조9000억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업계는 ING생명이 단기간에 실적을 부풀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 한다고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관계자는 “매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전례에 없는 파격적인 시책금을 내건 이유는 결국 인수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눈에 뻔히 보이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물론 단기간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인수대금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단발성 실적에 그치는 소비재와 달리 보험은 계약기간 동안 계속해서 돈이 들어온다. 이른바 ‘벼락치기’만으로도 충분히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단 얘기다. 물론 이는 인수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업계에선 ING생명의 이번 시책금이 직원들을 달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ING생명이 M&A 시장에 등장한 건 최근의 일이지만 매각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자됐다. 당연히 회사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러다보니 그 동안 직원들이 팀이나 지점 단위로 대거 이탈하는 등 회사가 크게 흔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아니다”

한편, 인수가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ING생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ING생명 측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인수대금이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M&A를 전후로 설계사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조직안정화 차원에서 시책금을 풀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책금 500억원은 과장된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ING생명의 설계사들의 능력이 우수해 평소 경쟁사에서 탐을 내왔다”며 “직원들의 이직은 M&A와 무관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초 M&A 때문에 직원들의 이탈을 우려했지만 실제로 큰 이탈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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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