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반장 ‘미국 망명설’ 실체 추적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2.07 09: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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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 되는 BBK 수사압박에 여권 만지작만지작?!

[일요시사=이해경 기자]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둘러싼 ‘설’들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뜨거운 논란이 됐던 ‘BBK 사건’과 관련,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관련된 편지가 가짜로 드러나면서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칼날이 홍 전 대표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홍 전 대표가 최근 미국비자를 발급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망명설’ ‘불출마설’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홍 전 대표를 둘러싼 무성한 설들을 추적해봤다.

가짜편지 작성자 “홍준표 먼저 조사 안하면 입국 NO”
총선 3개월 앞두고 미국 비자발급 진짜 이유는?

지난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엿새 앞두고 한나라당에서는 ‘BBK 사건’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입국이 기획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 근거로 홍준표 전 대표가 “신모씨가 먼저 귀국해 작업을 벌이다 마음을 돌려 미국으로 김경준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며 김씨의 미국 교도소 동기인 신경화씨가 썼다는 편지를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가짜편지에
청와대 개입?

공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에서) 35명이 활동했는데 아침에 나오니까 편지를 누가 갖다 놨더라”고 말하며 홍 전 대표가 공개한 이 편지에는 김경준씨가 ‘큰집’, 즉 청와대와 모종의 약속을 하고 귀국한 것처럼 적혀 있었다.

즉, 당시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후보를 궁지에 몰기 위해 준비한 ‘기획입국’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3개월 뒤 이 편지는 신경화씨가 아니라 동생 신명씨가 쓴 것으로 드러났다.

신명씨가 감옥에 있는 형을 돕기 위해 지인의 부탁을 받고 썼다고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신명씨는 자신이 가짜편지를 쓰게 된 계기로 이 대통령의 친인척이 개입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사자인 김경준씨는 신씨 형제가 거짓편지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고, 검찰은 수감 중인 김경준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나꼼수>의 정봉주 전 의원의 수감으로 ‘BBK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급부상 한 상황에서 가짜편지에 대한 신명씨의 주장이 이어지자 이명박 정권 당사자들은 혼란에 빠진 듯하다.

임기 말에 BBK 사건 전반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짜편지와 관련 홍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통합민주신당 측) 변호사 명함까지 있어서 일고의 의심도 없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처음에는 편지를 보고 의아했지만 기획입국설과 관련됐다는 것을 알고 신빙성을 따져 보기 위해 수사의뢰했다는 것이다.


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고 수사의뢰한 이유에 대해선 “전과자(신경화)의 말을 믿기 어렵기 때문에 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았다”며 “내용이 불명확하니 수사의뢰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또한 홍 전 대표는 편지 조작 문제가 BBK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편지 조작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그게 무슨 사건의 본질이냐. 내가 볼 때 (편지를) 줄 때도 전과자가 양형이나 감해달라고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거 이기고 난 뒤 누가 신경을 써줬겠느냐. 양형도 감해주지 않으니깐, 전과자 가족들이 나서서 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 조작에 ‘윗선’이 개입됐다는 신명씨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우리가 법적으로 잘못한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전과자가 감형 안 해준다고 아마 엉뚱한 소리를 하는 모양인데, 거짓말했으면 그쪽에서 했겠지 내가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신명씨의 주장
압박받는 홍반장

하지만 검찰수사는 가짜편지를 공개한 홍 전 대표를 옥죄고 있다.

신명씨가 한 일간지와의 통화에서 “홍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 가짜편지를 직접 들고 기자회견까지 한 만큼 그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나는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BBK도 모른다. (기획입국설과 관련해서는) 홍준표 의원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진실을 밝혀야 할 사람이지 나와 내 형(신경화씨)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중국으로 출국해 미국에 체류 중인 신씨는 홍 전 대표를 상대로 편지 입수 경위, 가짜인지 알았는지 여부 등을 먼저 조사해야 한다면서 홍 전 대표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씨는 이어 “몸통은 놔두고 나를 먼저 조사한다면 결국 꼬리 자르기 수사가 돼서 배후 규명에 실패할 것”이라며 “홍 전 대표 조사가 이뤄지면 다음날이라도 바로 입국해 조사를 받겠지만, 끝내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폭로에 나설 수밖에 없다. 폭로 시점은 총선 직전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신씨에 대한 조사를 마쳐야 사건 관련자에 대한 추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신씨는 “편지를 쓰도록 시킨 지인 양모씨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제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수사 압박 느끼자 미국 망명 준비 의혹 증폭
불출마? 낙선 후 노후준비? 정치권 관심 모아

이처럼 검찰수사가 홍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홍 전 대표가 지난달 2일 미국 비자를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돼 때 아닌 ‘망명설’이 제기 됐다. 4·11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갑자기 미국 비자를 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검찰수사 압박을 느낀 홍 전 대표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국은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관광이 목적이라면, 무비자로도 미국 방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단기 방문이나 관광 목적으로 쓰이는 B1/B2 비자를 발급 받은 것으로 확인돼 망명설은 무게감을 잃었다.


그러나 홍 전 대표가 한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발급받은 비자로 학업을 할 수 있는지도 문의해 총선 불출마설이 고개를 들었다.

B1/B2 비자로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없지만, 미국 현지에서 비자를 변경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발급이 쉬운 유효기간 10년에 최대 6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는 B1/B2 비자를 발급받고 미국에서 비자를 변경해 장기체류하려는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의혹 또한 제기됐다.

바로 이 점에서 홍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단지 비자 유효기간이 끝나서 발급받은 것 뿐”이라고 불출마설을 부인했다.

한때 ‘모래시계 검사’로 명성을 떨쳤던 만큼 검찰 수사에 능통한 홍 전 대표가 BBK 사건에 대한 수사압박을 결코 간과하고 넘어설 부분이 아닐 것이라 여겨져 ‘불출마설’은 여전히 여의도를 맴돌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가 자진해서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 대표까지 지낸 4선의 중진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자발급을 노후 준비로 보는 관측 또한 제기됐다.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최근 한나라당에 비난적인 여론으로 보아 낙선하게 된다면 미국으로 떠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업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물은 정황으로 보아 ‘노후준비설’에 다소 무게감이 쏠리듯 하다.

물론 낙선 시 치열한 검사생활과 16여년의 정치생활로 지친 대한민국을 떠나 조용한 노후를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를 둘러싼 BBK 사건과 수사 흐름을 미루어 본다면 법을 잘 아는 홍 전 대표로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해 노후준비설에 더욱 무게감을 실었다.
 
진원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설’들

이처럼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진원지를 알 수 없는 홍 전 대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설들이 무수히 떠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체도 없고 그의 심중을 정확하게 파악할 길은 없다.

자신이 몸담은 정권의 말기에 당당하게 모든 것을 밝히고 물러나는 용기를 발휘할지, 아니면 세간의 설처럼 의혹의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피를 선택할지 여부가 궁금할 뿐.

국민들은 만약 검찰수사가 그를 향한다하더라도 회피하거나 꼼수를 부리지 않고 법 앞에 당당한 홍반장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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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