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강남 신(新)재벌타운 비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1.25 10:27:03
  • 댓글 0개

회장님 널린 ‘로열패밀리 아방궁’ 찾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사는 ‘신(新)재벌타운’이 포착됐다. 30세대에 불과한 이 빌라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일가가 대거 살고 있다. 특히 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으로 빌라를 매입한 오너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 ‘상위 0.1%’ VIP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현대판 아방궁’엔 누가 살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 입소문
오너일가 대거 거주…전체 소유주 70% 유명 기업인

‘재벌 타운’ 하면 가장 먼저 한남동이 떠오른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 부촌인 한남동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 중 명당으로 꼽힌다. 이는 ‘상위 1%’ 재벌들이 앞 다퉈 둥지를 트는 이유다. 한남동은 ‘배산임수’와 ‘영구음수’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입지로, 한강물이 감싸고도는 데다 남산에서 서빙고동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품어 안고 있는 형국이란 게 풍수가들의 전언. 때문에 집집마다 대대손손 재물이 가득 쌓이는 터라고 한다.

강북서 ‘남으로 남으로’
강남권 이주 재벌 2배↑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부촌 지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하나둘 ‘남으로, 남으로’ 남하를 하더니 강남에 이삿짐을 푸는 재벌들이 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대 재벌그룹 총수일가 391명의 주거지를 알아보니 71명의 주소가 변경됐는데, 이중 44%(31명)가 서울 강남권으로 이주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렇다면 재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딜까.

당연히 서초동 ‘트라움하우스’를 비롯해 삼성동 ‘아펠바움’과 ‘아이파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상위 0.1%’ 주택들이다. 이들 ‘현대판 아방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평가되는 만큼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사는 재벌 뉴타운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부동산 전문가는 “재벌가 사람들이 새 둥지를 튼 곳은 서초동, 삼성동, 청담동, 도곡동 등 강남에 있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및 빌라”라며 “이 지역은 지난 5년 사이에 재벌의 거주가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도 숨어있다. 그중 한곳이 바로 A빌라다. 이 빌라는 트라움하우스와 카일룸, 타워팰리스 못지않은 신(新)재벌타운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A빌라 전체 소유주들을 확인한 결과 절반 이상이 유명한 기업인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A빌라는 2개동에 각각 14가구, 16가구씩 총 30가구로 이뤄져있다. 한 세대당 230∼240㎡(약 70여평) 규모다. 이 빌라는 흔히 말하는 ‘대형 초호화’는 아니지만,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은 명예회장·함영준 회장 2채 보유
‘현대·GS가 3세’ 정일선·허세홍도 매입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A빌라 소유권을 갖고 있는 대기업 오너일가는 7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오너 또는 그 가족들이다. 여기에 ‘잘나가는’ 중견기업인 11명까지 더하면 30가구 중 무려 20가구(2명 2채 소유)가 재계 인사들이 주인인 셈이다.

우선 신세계그룹 일가가 눈에 띈다. 주인공은 정재은 명예회장.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 명예회장은 A빌라에 2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2000년 12월 A빌라가 신축되기도 전 매입한데 이어 2003년 3월 추가로 사들였다. 정 명예회장이 소유한 집은 아래 위층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재 한남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등기돼 있다. 이 한남동 자택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이 회장 명의다. 1967년 이 회장과 결혼한 그는 지금까지 확인된 재산이 A빌라뿐이다. 한남동에도 이 회장과 두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의 집만 있다. A빌라 인근의 청담동 상권도 마찬가지다. 이들 3명 소유의 부지와 건물만 있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9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도 모두 자녀에게 증여해 개인재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가 A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층 구조의 A빌라 맨 꼭대기 층은 ‘애경 황태자’가 쥐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2001년 2월 시행사로부터 이 빌라를 매입했다. 당초 모친 장영신 회장과 지분 1/2씩 나눠 사들였다가 2006년 8월 장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개인소유가 됐다. 채 총괄부회장은 장 회장의 장남으로, 두 동생인 채동석 부회장·채승석 애경개발 사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채 사장은 요즘 한창 말 많은 방송인 한성주씨의 전 남편이다.


현대가 3세도 A빌라를 보유하고 있다. 정일선 비앤지스틸 사장은 2002년 9월 이 집을 구입해 이사했다. 정 사장은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의 장남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과 사촌지간이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 정대선 비에스앤씨 사장의 형인 그는 1996년 구자엽 LS산전 회장의 장녀 은희씨와 결혼했다.

정 사장이 사는 집 바로 위층엔 장인 구 회장이 거주하고 있다. 구 회장도 정 사장과 같은 날 A빌라를 매입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 회장은 구자홍 LS그룹 회장,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등과 형제다.

GS가 3세도 A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집주인은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 전무는 2003년 2월 매매로 빌라 소유권을 확보했다. 1969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34세 때 매입한 셈이다.

허 전무는 1992년 오사카전기에 입사해 IBM과 쉐브론에서 근무하다 2007년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줄곧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초 국내로 돌아와서도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으로 일하며 지방에서 지내고 있다. 현 거주지는 수원시 장안구 모 아파트로 등재돼 있다.

30가구 중 20가구
기업인이 ‘집주인’

함태호 오뚜기 창업주는 A빌라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올해 82세인 함 창업주는 2003년 4월 이 빌라를 사들였다. 그리고 이삿짐을 싸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함 창업주는 2010년 3월 외아들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경영 바통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함 창업주 자택의 윗윗집 소유주는 함 회장이다. 함 회장은 2008년 5월 김모씨로부터 A빌라 2개호를 통째로 매입했다. 그러나 함 회장은 이곳에 살고 있지 않다. 근처의 한 아파트에서 식구들과 지내고 있다.

A빌라엔 세간의 이목을 끌만 한 기업인들도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첫 번째 인물은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도 A빌라 주민이다. 그는 팬택 전성기인 2001년 2월 빌라를 매입해 3개월 뒤 강서구 등촌동에서 이사했다. 당시 부인 김봉진씨와 공동명의로 사들였다가 팬택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기 직전인 2006년 6월 자신의 지분을 모두 김씨에게 증여했다. 박 부회장은 그해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팬택을 다시 맡아 지난해 말 기사회생시킨 ‘명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 인물은 박원호 디아이 회장이다. 디아이는 1955년 설립된 반도체 종합장비 제조업체로, 주로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박 회장은 연매출 1000억원대 회사 오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가수 싸이(본면 박재상)의 부친으로 더 유명하다. 부인 김영희씨는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프티시즌스 사장. 박 회장은 2000년 4월 A빌라를 매입, 2002년 1월 이곳으로 전거했다.

세 번째 인물은 박인철 리한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6년 5월부터 거주하고 있는 A빌라를 유명 여배우에게 샀다. 원래 소유자는 ‘월드스타’강수연씨. 박 회장은 2005년 11월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설정을 통해 강씨의 집을 매입했다. 리한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연매출이 600억원에 달한다.

절반가량 다른 주소지 거주
단순 투자목적 가능성 높아
막대한 차익 거둬 ‘돈방석’

중견기업 오너들도 A빌라에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다.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은 2000년 10월 빌라를 매입해 현재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과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은 각각 2000년 11월, 2001년 11월 빌라를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이 빌라가 아닌 인근 아파트와 다른 빌라에서 살고 있다.


이외에 ▲박유상 동국실업 회장(2001년 10월 매입) ▲안의환 전진중공업 회장(2011년 11월 매입) ▲류방희 풍산건설 회장(2002년 7월 매입) ▲황선태 덴소풍성 회장(2001년 3월 매입) ▲주해성 에스피컴텍 회장(2003년 4월 매입) 등도 A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담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A빌라는 트라움하우스와 타워팰리스 못지 않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오너일가가 소유해 ‘그들만의 부촌’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유명 재계인사 명의의 가구가 20세대에 이를 정도로 많고, 전체 비율로 따지면 60%가 넘어 VIP 부동산 시장에선 신 재벌 타운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A빌라에 실제로 거주하는 재계 인사들이 적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투자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실제 A빌라를 소유한 18명의 실거주지를 보면 10명은 빌라에 살고 있지만, 나머지 8명의 경우 전혀 다른 주소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은 명예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허세홍 전무, 함영준 회장, 우석형 회장, 백승호 회장, 박유상 회장, 안의환 회장 등이다. 이들의 매입 시기도 빌라 준공 전이나 직후인 2000년대 초중반에 몰려있어 차익을 노린 투자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이 빌라의 가격이 그동안 얼마나 올랐냐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A빌라에 투자한 오너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이 빌라 부지의 공시지가는 단위면적(㎡)당 2000년 1월 160만원대에서 지난해 1월 860만원으로 올랐다. 10년 만에 약 5배 이상 뛴 것이다. 지난해 1월 기준 정부가 산정한 A빌라의 공동주택가격은 호당 20억∼2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A빌라는 건축된 지 10년 정도 됐지만 대한민국 중심인 강남, 그중에서도 ‘노른자 중 노른자’라 할 수 있는 청담동 중심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 따르면 매매가는 대략 30억원(호당) 안팎으로 추정된다. 결국 단순 계산상으로 2000∼2002년 A빌라를 매입한 오너들은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머쥔 셈이다.

10년 만에 5배 올라
 실거래가는…‘대박’

한 중개업자는 “A빌라는 청담동 중심에 있어 그야말로 ‘황금빌라’라 할 수 있다”며 “얼마 전 이 빌라와 비슷한 규모의 주변 빌라가 3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최근 삼성, 신세계, 대상 등 대기업 오너일가가 청담동 일대 부지와 빌딩을 경쟁적으로 잇달아 매수하고 있다”며 “왜 그러겠는가. 일부에선 청담동 땅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가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가격상승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