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용트림할 ‘용띠 총수’ 전격 공개

올해 경제 잔뜩 낀 먹구름 뚫고 승천할까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용(龍)의 해가 밝았다. 용은 여러 동물의 특성을 조화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상상력의 결정체란 점에서 ‘융합’과 ‘창조’를 상징한다. 용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신뢰감이 두텁고 기존에 없던 것으로 승부하는 창조력이 탁월하다는 게 역술인들의 견해다. 또 강렬한 열정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천상 리더의 기질을 타고 난 셈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 경제 전망엔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 2012년 용띠 CEO들은 과연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까.

10대 그룹 총수 중 흑룡띠는 김승연 회장이 유일
최신원, 이장한, 구자명, 김준일, 최평규 회장도 흑룡띠

2012년은 천간 중 검은색에 해당하는 임(壬)과 용을 뜻하는 진(辰)이 60년 만에 한 번 만난다고 해서 ‘흑룡(黑龍)의 해’로 불린다. 용기와 비상, 희망 등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용에 임금을 뜻하는 흑이 합쳐진 흑룡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좋은 기운을 받아 나라의 재목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60년 전 흑룡의 해에 태어난 재계 CEO는 누가 있을까.

흑룡띠는 좋은 기운
받아 나라 재목 성장

최근 <재벌닷컴>이 1823개 상장사에 재직 중인 대표이사 이상 전문 경영인(CEO)과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출생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용의 해에 태어난 인사는 모두 61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 환갑을 맞는 1952년생 흑룡띠는 216명으로 전체의 34.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룡띠 CEO 가운데 10대 그룹 총수 중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최근 경기 불황에도 태양광에너지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벌이는 중이다. 본래 태양광에너지 사업은 미래 대체에너지로 주목을 받으며 수많은 기업이 앞 다퉈 뛰어들었던 분야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부분 기업이 태양광에너지 사업을 접거나 연기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에 괘념치 않고 한화케미칼을 통해 태양광 신규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신원 SKC 회장도 대표적인 흑룡띠 CEO다. 최 회장은 올해 폴리에스테르 필름 매출 확대 등을 통해 SKC 몸집을 불릴 계획이다. 미국 듀폰이 수십 년간 독점 중인 태양전지용 불소필름 산업을 집중 공략하여 내년 중반 이후엔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야심 찬 포부도 갖고 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도 눈에 띄는 흑룡띠 CEO다. 김 회장은 차세대 먹거리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몽골 만다흐에 이어 카자흐스탄·방글라데시·에티오피아에 진출해 대성의 독자적 신재생에너지 기술인 ‘솔라윈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고, 앞으로도 에너지 빈곤국을 대상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흑룡띠 CEO다. 지난해 상위 제약회사들의 영업활동 악화에 따른 제네릭 시장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매출액기준 상위 5대 제약회사에 들어가는 성과를 보이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2012년은 약가 인하, 한미FTA 발효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이 이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과 같은 업계의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도 나란히 흑룡띠 CEO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8년 회장에 취임한 윤 회장은 요즘 어깨가 무겁다. 동화약품은 1897년 동화약방으로 설립된 이후 1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국내 최장수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은 선대가 세워놓은 유산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올 한 해 부담이 적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역시 흑룡띠다. 구 회장은 평소 침착한 성격과 예리한 분석력으로 ‘준비된 엘리트형 CEO’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외유내강형’으로,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며 강한 추진력을 보이며 회사를 이끌어 왔다. 그런 구 회장의 올 한해 과제는 지난해 12월 연말 인사에서 승진하며 회사 전면에 나선 외아들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이사의 경영교육이다. 니꼬동제련의 내일이 모두 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흑룡띠 CEO다. 밀폐용기 제품 단 하나만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락앤락의 지난해 매출은 3880억원. 김 회장은 10년 안에 회사의 외형을 25배 가까이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뽑은 카드는 ‘블록화 경영’. 글로벌 시장을 6개의 블록으로 나눠 각 블록들이 독립적인 개체로 자립 자족하는 경영체제를 말한다. 김 회장이 얼마나 바쁜 한해를 보낼지가 선히 보인다.

1964년 용띠 가운데
최창원 부회장 주목

최평규 S&T그룹 회장 역시 자수성가형 흑룡띠 CEO다. 13평짜리 아파트를 판 돈으로 직원 6명과 함께 삼영기계공업사를 차리며 경영자의 길에 들어섰다. ‘현장경영’ ‘정도경영’ ‘투명경영’ 등의 경영모토를 바탕으로 지금의 회사를 키워냈다. 이후 2003년 통일중공업을 시작으로 대화브레이크, 경우상호저축은행, 호텔설악파크 등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외형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도 활발한 경영을 펼치고 있으며 올 한해가 기대되는 CEO다.

재계엔 흑룡띠가 아닌 용띠도 다수 포진해 있다. 그 중 가장 ‘젊은 용’은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다. 1976년생인 조 전무는 용띠 가운데 유일한 30대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핵심 요직인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아 후계수업 및 경영실무를 맡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곧 실시될 한진그룹의 정기인사에서 조 전무의 승진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터라 곧 경영일선에 서게 될 전망이다.

1964년생 용띠 중 눈에 띄는 건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도 형인 최신원 SKC 회장과 마찬가지로 SK그룹에서 독립할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다. SK케미칼 외에도 SK건설, SK가스 등을 실질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최 부회장은 소그룹 형태로 독립경영을 강화, 계열분리를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최 부회장과 동갑인 강정석 동아제약 부사장도 눈에 띈다. 강 부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업무를 ‘운영총괄’에서 ‘운영 및 연구개발 총괄’로 변경하며 중책을 떠맡았다. 과거 복제약 사업에 의존하던 회사의 체질을 신약개발 중심으로 개편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된 것. 이에 따라 강 부사장은 정신없는 한해를 보낼 전망이다.

조원태 전무 최연소 용…최고령 용은 강석두 회장
권오현, 박종우, 신종훈, 정만원 등 전문경영인 용들도


그밖에 구자은 LS니꼬동제련 부사장, 구본진 LG패션 부사장,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지용석 한국알콜 사장, 설영기 대한방직 사장, 어진 안국약품 사장,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 장세현 한국특수형강 부사장 등이 재계를 이끌어갈 떠오르는 젊은 용이다.

반대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용띠 경영인들도 있다. 최고령 용띠 좌장에 이름을 올린 CEO는 1928년생 강석두 대양금속 회장이다. 그는 대양금속이 설립된 1973년부터 CEO를 역임, 올해로 재직기간만 40년이나 된다. 송삼석 모나미 회장도 강 회장과 동갑내기 CEO다. 송 회장은 모나미의 전신인 광신화학공업을 설립, 1963년도에 한국 최초의 볼펜을 만들어 국내 문구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이밖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원장, 장홍선 근화제약 회장, 이재섭 조일알루미늄 회장,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김상화 백산 회장, 조원기 조아제약 회장 등 역시 70~80대의 고령에도 여전히 현직에서 활동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현근 기아차 부회장,
김대유 STX 사장 기대

전문경영인에도 용띠가 적지 않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하면서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 투톱에 올라 용띠 해에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기에서 제일모직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종우 사장도 주목받는 용띠 CEO다.

현대차그룹의 용띠 부회장 트리오로 불리는 신종훈, 윤여철, 최한영 부회장은 1952생 동갑 CEO로 주목받고 있다. 연말 그룹사장단 인사에서 총괄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도 2012년이 기대되는 주인공들이다.

이밖에 정만원 SK텔레콤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사장,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 김대유 STX 사장 등도 용띠 해에 기대되는 CEO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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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