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대한은박지 인수 논란

무심코 중소기업 삼키다 ‘급체’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동원그룹의 대한은박지 인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큰주인’을 맞게 된 대한은박지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다 동원도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가 대기업을 마다하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동원은 무슨 입장일까.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노조 강력 반발
무리한 베팅·허술한 고용 약속에 발끈

동원그룹이 대한은박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달 22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대한은박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로부터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한은박지는 알루미늄 압연박 및 가공품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그룹 측은 “대한은박지의 압연 및 가공 부문과 동원시스템즈의 연포장재를 비롯한 기타 포장부문(PET용기, 성형용기, 공관부문)을 결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치상황까지 치달아

그룹 지주사로 계열사에 대한 각종 지원관리 서비스업무 및 전략수립, 신규사업 추진 등을 수행하고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9일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대한은박지 정밀실사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한은박지 노조가 강력 반발하면서 완전 인수까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가 문제 삼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인수대금 문제다. 동원은 대한은박지 인수를 위해 1247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무니없게 높은 금액이란 게 노조의 주장. 노조에 따르면 대한은박지의 자산총계는 773억원, 부채총계는 695억원, 순자산가치는 100억7000만원이다. 동원의 베팅 금액은 회사가치의 10배가 넘는 돈으로, 노조는 과도한 인수금액을 지적했다.

노조는 “인수에 참가한 다른 기업들은 500억∼700억원 정도를 제시했지만, 동원은 2배가량 많은 금액을 써냈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라며 “동원이 막대한 금액으로 대한은박지를 인수한다면 반드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엄청난 고통의 감내를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원이 인수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유상감자를 실시하거나 특별배당 등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은박지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대주주의 비리 때문이다. 유상증자 자금을 사외로 유출하면서 회사는 자금난에 허덕이게 됐고, 유상증자금을 불법적으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대규모 횡령 사건까지 터져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이런 이유로 노조는 회사 자금 부분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
두 번째는 고용보장 문제다. 동원은 5년간 대한은박지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고 제안했다. 인수 조건으로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100억짜리 회사 1247억 제시 왜?
계열사간 순환근무 조건 제시 왜?


그러나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고용보장 전제가 ‘계열사간 순환근무’란 점을 꼬집었다. 노조는 “동원이 제출한 경영계획서를 보면 계열사간 순환근무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며 “이는 대한은박지 직원들이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타고 근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들린다. 자연적인 사퇴를 유도하는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노조는 그동안 동원이 인수한 중소기업들의 실태를 그 예로 들기도 했다. 노조는 “동원이 인수한 기업 중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의 생존율이 거의 0%에 가깝다”며 “동원의 고용보장 5년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노조 측은 대한은박지와 동원시스템즈의 사업 중복도 우려하고 있다. 고용과 직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노조는 “두 회사에서 생산하는 품목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 대한은박지 직원들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세 번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수 문제다. 중소기업 인수전에 뛰어든 동원그룹의 행보는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동원그룹의 대한은박지 인수 시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흐름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노조는 “동원은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자체 여유 자금 없이 인수전에 나선 것”이라며 “이는 대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에 탄원서 제출

노조는 최근 대한은박지의 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엔 노조가 문제 삼는 내용과 함께 직원들의 자기개발 목적에 의한 계열사간 순환근무 금지조항 추가, 입찰금 1247억원의 향후 5년간 사용용도 제한 등 동원의 인수조건이 담겼다.

특히 입찰금 사용 제한과 관련 인수자금의 100% 유상증자를 비롯해 ▲유상감자·고액배당 금지 ▲본업이외 설비투자 금지 ▲대한은박지를 통한 동원 계열사 등의 지분 인수 금지 ▲대한은박지와 동원 계열사 합병 금지 ▲자금의 사외유출 금지 ▲대한은박지 재매각 금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같은 요구를 동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나아가 100% 수용되지 않으면 총력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별다른 대화 없이 상호 주장만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동원과 노조. 언제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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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