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③역술인 ‘백운비의 천기누설’③재계 총수 5인 2012년 운세

‘다사다난’ 임진년에도 회장님은 날개 달고 ‘씽씽’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2012년은 난고(難苦)가 많은 한해가 될 것이다.” ‘백운비역리원’ 백운비 원장은 올해의 국운에 대해 이처럼 내다봤다. 지난해 유럽 금융위기 등 해외발 경제악재 여파 등으로 피눈물을 흘려온 서민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하던 재계도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 그렇다면 우리 경제를 짊어지고 있는 재계 총수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그 해답을 사주풀이의 대가로 통하는 백 원장에게 구해봤다.

이건희 “대규모 물갈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
정몽구 “해롭던 인간관계 청산?해소되는 해”
최태원 “그간의 공이 화로 바뀌는 불행한 해”
구본무 “신업종이 추가되는 등 외부적인 확장”
신동빈 “부적절한 이성관계 등 큰 구설 조심”


백운비 원장에 따르면 임진년은 예로부터 난고가 많은 해다. 임진왜란이 대표적인 예다. 국운이 불안해 나라 전체가 중심과 방향을 잃고 흐트러진다. 경제는 조여오고 정치는 통합되는 듯 보이다 결국 파행으로 끝을 맺게 된다. 또 안보문제 등 각종 사고와 불행이 잇따르게 된다. 심지어 날씨까지 문제다. 비가 많이 오는 등 천재지변이 많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온갖 악재를 한 데 버무려 놓은 듯 한 한해다.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그렇다면 대기업 총수들은 이 같은 악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백 원장은 “개인경제는 나빠지나 나라경제는 좋아진다”며 “대기업 회장들의 경우 무난한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고난 운에 흔들림 없는 이건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4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이 회장은 서울 서초사옥에 매주 두 차례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그룹 내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그룹의 실적관리 속에 스마트폰 갤럭시S2 글로벌 시장 판매량 1위 등극 등 이른바 ‘이건희 효과’가 당장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위기에 내몰렸던 애플과의 특허전쟁도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며 회사의 전반에 안정을 가져왔다. 이밖에 신상필벌 인사조치, 소프트웨어 인재육성, 반도체 업계 대응방안 모색 등 직접 지휘봉을 휘두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경영외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1년 반 동안 11차례에 걸쳐 평창 유치를 위해 170일의 해외 출장을 다니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국민들은 2003년, 2007년 두 번 연속 결선투표에서 평창이 탈락했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삼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렇다면 임진년에는 어떨까. 이 회장의 올해 운수를 들여다본 백 원장은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 원장에 따르면 이 회장의 운은 타고날 때부터 대국의 사주를 타고 나 악재가 많은 임진년에도 문제가 없다. 특히 방어운이 좋아 웬만한 외부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흔히 재벌이라면 모두 최상의 운을 타고 났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삼성이 재계 1위 자리를 견고히 지키고 있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백 원장은 특히 “이 회장은 최근 단행한 물갈이 작업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부사장 48명, 전무 127명, 상무 326명 등 총 501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재계는 삼성의 인사를 의외로 받아들였다. 미국 경기침체와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심화 등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의 승진인사를 낸 때문이다. 이는 위기상황에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이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백 원장은 이 회장의 건강을 걱정했다. 백 원장은 “이 회장은 병약한 운을 타고난 게 결점”이라며 “항상 건강과 신변관리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도 상승곡선 지켜 볼 정몽구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해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을 미소를 머금고 바라봤다. 올 11월까지 현대ㆍ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7%보다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10% 점유율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중국시장에서의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11월까지 지난해보다 13.2% 증가한 106만3325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유럽에서는 현대차 43만1627대, 기아차 39만5575대 등 82만7202대의 자동차를 11월까지 팔았다.

더불어 품질에 대한 호평도 넘쳐났다. 그랜저와 아반떼가 미국 자동차 전문 컨설팅 회사인 오토퍼시픽사가 발표한 ‘2011 가장 이상적인 차’에서 차급별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올해에만 전세계 유력매체와 기관에서 60여차례의 호평이 쏟아졌다. 과거에는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라는 평가를 받으며, 값싼 차의 대명사로 통하던 치욕을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경영외적으로도 호재가 이어졌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재단에 출연하면서 ‘통 큰 기부왕’에 등극했다. 개인기부 규모로 사상 최대 액수였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들의 기부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에서 그의 기부는 단연 돋보였다. 회사 이미지 상승에 크게 기여한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정 회장은 올해도 실적 상승곡선을 지켜보게 될 예정이다. 백 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반적인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관망했다. 인간관계 역시 잘 풀릴 것이라고 했다. 백 원장은 “올해는 주변에 해롭던 인간관계가 청산되는 해”라며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정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백 원장은 “가까운 사람이 적이 되고 평소 멀리했던 사람이 가까워지는 이상한 관계가 진행된다”며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분명히 하라”고 권고했다.

#소나기 온 뒤 ‘맑음’ 최태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금횡령 및 자금전용 의혹과 관련, 문지방이 닳도록 검찰을 드나들고 있어서다. 2003년 분식회계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최 회장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진두지휘했던 역점사업도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몇 년간 공들여 지난달 가까스로 품에 안은 하이닉스반도체와 ‘SK식 사회공헌’인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체의 사회적기업 전환이라는 이른바 ‘최태원의 꿈’도 함께 휘청거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백 원장은 지난해의 악재가 올해에도 이어지리란 견해를 내놨다. 백 원장은 “운기가 하락해 그 동안의 공이 화로 바뀌는 불행한 사태와 이변이 자주 발생하는 등 자신을 시험하는 이상한 운세가 자주 괴롭히게 된다”고 혀를 찼다. 이어 백 원장은 “최고의 순발력과 인내력으로 자신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 회장이 맞고 있는 비가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백 원장은 “후반기 운이 맑고 청명하여 그 동안 잃은 부분을 회복하게 된다”며 “전진력과 성장력이 최대한 발휘돼 명망을 높일 호기”라고 장담했다.


#새로운 먹거리 찾아낼 구본무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의 부진에 지난 4월21일 10만4천원으로 고점을 찍은 LG그룹의 주가는 현재 36.6% 떨어진 6만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운세는 LG그룹을 부진의 늪에서 건져줄 ‘동아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도약은 없지만 전반적 상승세를 이어가리란 설명이다. 백 원장은 “운이 스스로 보호되고 성장하여 2012년도 무난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원장은 특히 “새로운 업종이 추가되는 등 외부적인 확장과 번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구 회장으로선 반가운 소리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기울여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신성장동력 사업군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신수종 사업이 대부분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다.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회사가 외형적으로 확장되는 반면,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내부적으로 뜻하지 않은 파벌이나 방해자 등으로 인해 큰 부분을 잃을 수 있다”며 “상하 유대와 교류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마이너스 손’ 꼬리표 떼는 신동빈

2011년에 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회는 복잡미묘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으로 승진한 뜻 깊은 해인 동시에 오래 전부터 받아온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을 털어내지 못한 치욕스런 해이기도 해서다.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는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불거졌다.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롯데백화점이 신세계에 밀리는가 하면 신 회장이 주도한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이 나란히 업계 하위권을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명품 아울렛 사업도 신세계에 현저히 밀렸다.

회장에 취임한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5조3673억원, 4368억원, 3011억원으로 전기대비 2.4%, 2.5%, 11.9% 감소했다. 주요사업인 백화점 사업부진이 영업이익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사업다각화, 시너지효과를 위해 시도했던 기업인수합병은 줄줄이 실패했다. 손대는 사업마다 줄줄이 실패하는 통에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그러나 올해 운세는 신 회장의 ‘불편한 꼬리표’를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백 원장은 “사업 확장과 동시에 거래처가 획기적으로 느는 등 회사가 발전되고 명성이 더욱 드높아 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신 회장으로선 귀가 솔깃한 얘기다.

그러나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백 원장은 “사적으로 부적절한 이성관계 등 큰 구설에 휘말리게 되니 완벽한 경계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는 신 회장이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다. 신 회장은 지난 해 10월 수차례에 걸쳐 룸살롱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접대를 받고도 그 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 당하면서 구설에 휩싸인 바 있다.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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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