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옛 국회의사당이었던 서울시의회. 저 멀리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걸어온다. 중간에 이 대통령은 방으로 들어갔는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박 전 대표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평소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해 단독 인터뷰를 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쉽게….
#2.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수많은 취재기자들 앞에서 잠깐 동안 브리핑을 한 다음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가다 나와 맞닥뜨린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와 잠깐 얘기 좀 나누실까요?’라는 말에 ‘그러자’면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다. 한참 동안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수년 전에 있었던 ‘왕자의 난’ 얘기를 꺼내자 버럭 화를 내며 자리를 뜬다. 그 때 뒤를 돌아보니 평소 친분이 있는 전·현직 현대차 홍보실 인사들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보란 듯이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는 현실이 아니다. 두 상황 모두 어느 날 꿈속에서 본 생생한 ‘현몽’이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재계 최고의 뉴스메이커인 두 사람과의 꿈속 인터뷰는 너무도 생생했다. 깨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설레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꿈. 더구나 꿈속 인터뷰 내용을 잠결에 ‘지렁이 글씨’로나마 정리해둘 정도였으니….
오죽하면 이런 꿈을 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내년 대선에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박 전 대표도 그렇고, 요즘 재계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정 회장도 단독 인터뷰만 성사시킨다면 그야말로 ‘인터뷰 특종’임에 틀림없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만큼 사회적 파급력과 파괴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꿈속에서 그런 인터뷰를 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말, 궁금했던 질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고, 그들 역시 생각지도 않은 답변을 해주었다.
과연 이것이 꿈으로만 그칠 것인가? 아니다. 꿈은 현실을 예시하는 빛이다. 꿈은 꾼 자만이 느낄 수 있고 누릴 자격이 있다.
작으나마 언론사에서 편집국장이 어떤 자리인가. 편집국장이 졸면 기자들은 자고 편집국장이 촌지를 받으면 기자들은 뇌물을 받는다. 그러면 그 언론사는 병들고 머잖아 쓰러진다.
반대로 편집국장이 꿈을 꾸면 기자들은 실천하고 편집국장이 뛰면 기자들은 난다. 그러면 그 언론사는 머지않은 장래에 ‘대형사고(?)’를 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오늘도 <일요시사>의 편집국장은 또 다른 꿈을 꾼다.
인터넷 창만 열면 쏟아지는 천편일률적인 뉴스가 아닌 독자가 진정으로 듣고자 하는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꼼꼼히 찾아 생생하게 들려주고, 독자의 가려운 곳과 아픈 곳을 샅샅이 찾아 시원하게 긁어주고 통쾌하게 어루만져주겠다던 <일요시사>의 500호 때 ‘다짐’과 ‘소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지령800호를 맞은 <일요시사>는 편집국장부터 말단 기자에 이르기까지 잠자면서 꾸는 꿈이 아닌 깨어있는 사고와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고 또 다시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고자 한다. 기필코 ‘사람향기 나는 신문을 만들겠다’던 그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