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형(兄)통 이상득’ 들끓는 8대 의혹 총정리

‘상왕’ 불출마 선언은 ‘불운’의 서막?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상왕’ ‘형님’ ‘실세’ ‘6선 파워’ 이 모든 수식어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수식어만 봐도 그의 ‘썬파워’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 그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세운 명분은 “한나라당 쇄신에 밀알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다. ‘15년지기’ 보좌관의 부당거래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좌관이 받은 금품이 거액이라는 점에서 ‘금품의 종착지’가 이 의원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이 의원에게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만사형(兄)통’으로 불리며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왔다. 그에게 따라붙었던 의혹들을 속속 들여다봤다.

①SLS그룹으로부터 60억원 수수설         
②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 연루설
③‘인천공항 민영화’ 맥쿼리 수혜설       
④‘수돗물 민영화’ 코오롱 수혜설
⑤남이천 나들목 특혜 의혹              
⑥민간인 불법사찰 배후설
⑦‘영포라인’ 인사전횡 리더               
⑧‘형님예산’ 편성 압력 의혹

‘대통령의 형님’으로 ‘실세중의 실세’라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파워가 셌던 만큼 따라붙은 의혹도 많았다. 굵직한 비리만 터지면 배후에 언제나 이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의원에게 ‘의혹 제조기’ ‘의혹의 노른자’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가장 최근에, 가장 강한 의혹을 풍기는 대목은 역시 SLS그룹으로부터 60억원 수수설이다.

올 하반기 정국의 핫이슈는 단연 ‘이국철 폭로’였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입에서 거론된 인사들은 하나같이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때문에 시선은 자연스레 ‘이국철 비망록’에서 ‘60억원 수수설’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의원에게로 향해 있다. 특히 이 의원의 복심인 보좌관 박모(46)씨가 구속되며 의혹은 한층 더 깊어진 상태다.

박 보좌관은 이 회장과 ‘로비창구’이던 대영로직스 대표인 문모씨 등, 앞서 구속 기소된 두 사람으로부터 7억원 상당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 금품수수에 연루된 데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박씨가 개인적으로 받은 돈일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받은 돈을 박 보좌관이 중간에서 빼돌린 셈이다. 이른바 ‘배달사고’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상왕’ 관련 의혹들

의혹의 초점은 보좌관이 받기에는 너무 거액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검찰은 박 보좌관이 의원실의 다른 직원 4명을 통해 돈세탁한 정황까지 포착했다. 배달사고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 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무실 직원 모두 동원됐다는 점에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의원이 저축은행 구명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박 보좌관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1억5000만원을 받은 정황은 이미 검찰에 의해 확인됐다. 때문에 이 의원에게 끊임없이 제기됐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몸통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경영 부실로 퇴출 위기에 봉착했던 부산저축은행은 작년 6월 유상증자를 통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 등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며 두 기업은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위험성이 다분한 부산저축은행의 상식 밖의 투자에 거물급 정계 인사의 배후설이 나돌았다. 유상증자 과정에 청와대 참모와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검찰이 이 의원을 조사하려고 했으나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대한 의혹만 짙어진 채 저축은행 수사는 마무리되었다.

정부가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던 인천공항 민영화도 의혹의 대상이다. ‘지분매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민영화’다. 인천공항이 지분매각 시 도로, 공항 등 SOC 민자투자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호주계 금융그룹 맥쿼리는 매각 대상 ‘0순위’다.

맥쿼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맥쿼리IMM자산운용과 이 회사를 인수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대표였다는 점 때문이다. 공항매각을 두고 ‘맥쿼리그룹 권력인맥’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는 수익이 낮음에도 과도한 인력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6년 연속 서비스 수준 세계 1위, 화물처리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6년 연속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 알토란같은 공공기업이다.

이처럼 우수한 실적을 자랑하던 인천공항이 2008년 공공기관평가에서 갑작스럽게 하위로 밀려난 점도 의혹을 뒷받침한다.

수돗물 민영화 역시 인천공항 민영화 의혹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맥쿼리그룹 대신 ‘코오롱 그룹’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 봄 정부는 사실상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여론의 거센 역풍이 불었다. 필수재이며 공공재인 물은 국민 100%가 고객으로 민영화되면 재벌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수돗물 민영화가 추진되면 수혜기업이 바로 코오롱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때마침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물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2015년까지 매출 2조원 이상의 세계 10대 물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코오롱워터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의 수돗물 민영화와 딱 맞아떨어진 행보였다.

특히 이 의원이 과거 코오롱 사장이었다는 점과 고문으로 월급을 꼬박꼬박 챙긴 점, 그리고 코오롱 그룹이 현 정권과 사이가 돈독하다는 점에서 의혹은 생각보다 거셌다. 

아들이 대표였던 맥쿼리그룹
국내 투자 관련 연루 의혹

남이천나들목 설치 이후 이 의원의 재산이 폭등한 점도 특혜 의혹의 대상이다. 교통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 일가의 선영 근처에 남이천나들목 신설이 결정돼 의심을 산 것.

그간 도로공사는 세력권 인구가 적고, 경제성에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남이천나들목 건설 불가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8월 이천시가 재차 남이천나들목 설치를 신청했고, 지난 9월 도로공사는 허가판정을 내렸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867대였던 남이천나들목 하루 예상 교통량이 갑작스럽게 6233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2만명 수준이었던 나들목 이용 예상인구 역시 1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난 12만2869명으로 폭증하며 의혹이 난무했다.

특히 남이천나들목 건설 승인 뒤 이 의원은 돈벼락을 맞았다. 이 의원과 가족이 경기 이천 송갈리 주미리 일대에 보유하고 있는 땅은 이 의원의 선영이 있는 영일울릉목장을 포함해 36개 필지 49만8262㎡로, 이 땅은 이 의원과 그의 부인, 아들 부부의 소유로 되어있다. 지난해 1월 공시지가는 79억3279만원이었으나 지난해 10월 남이천나들목 승인 후 땅값이 폭등해 지난해 말 300억원으로 뛰었으며, 현재 45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 의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8년에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국무총리실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해 정권의 압력에 시달렸던 ‘김종익씨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게다가 총리실에서 한나라당의 남경필‧정두언 의원과 지금은 탈당한 정태근 의원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뒷조사를 벌여 정치인 사찰 파문도 확산됐다. 당시 불법사찰을 주도한 배후 세력으로 이 의원이 지목됐다. 이 같은 주장을 했던 이가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친이계였기에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지난해 8월31일 충남 지식경제부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두 정 의원은 이 의원을 공식적으로 거명하며 불법사찰 전횡을 문제 삼았다.

정(두언) 의원은 당시 “영감 좀 빨리 들어가시라고 해라. 인생 좀 불안하게 살지 말라고 하시라”며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어 정(태근) 의원도 가세하며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이상득 의원도 알고 있다”며 이 의원을 사찰의 배후로 직접 거론했다. 이어 남 의원 역시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밝혀져야 하고 확실히 털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라고 공격했다.

현 정부의 인사문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MB정권 인사조각’의 실직적 ‘리더’라는 의혹이 파다했다. 특히 이 의원은 ‘영포회’를 주축으로 비선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 몸담았던 측근인사들에 대해 공기업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요직 입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간인 불법사찰
인사전횡의 배후


연례행사 격인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에도 이 의원이 배후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다. 야당은 3년 연속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예산을 강행처리하면서 이 의원 지역구인 포항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2009년 예산에서는 포항 관련 예산으로 포항항만 정비사업 예산 등 총 4370억원이 편성됐다. 당시 포항 쪽 인사들이 송년모임에서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고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됐다.

2010년 또 다시 한나라당이 야당을 밀어내고 처리한 2011년 예산안 역시 복지예산은 삭감한 반면, 포항 예산은 1790억원으로 책정돼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이 의원은 의혹만 제기됐다 하면 늘 그 중심에 서왔다. 게다가 보좌관이 구속되자 이어진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국민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검찰의 칼날이 이 의원을 겨누며 퇴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점에서다. 또한 권력을 누릴 만큼 누리다 만신창이가 돼 레임덕이 걸린 정권에서 먼저 발을 빼겠다는 의미도 짙다는 지적이다.

최근 검찰의 수사는 한층 속도를 내며 마침내 ‘상왕’까지 겨눈 상태다. 그렇다고 아직 살아있는 권력인 상왕 관련 의혹에 대해 완벽한 진상조사가 이루어 질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측근 비리를 감싸고 있던 빗장이 풀렸으니 더 많은 게 터져 나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불운의 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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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